흘러가지 못할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오늘에서야 그대가 내 앞에 선다면 그 얼마나 설레겠소.
나로 하여금 오래도록 꿈꾸었던 그 일이 마침내 나에게 다가온 순간일 테니.
그럼에도 내가 오로지 기뻐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의 진의를 내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함일 것입니다.
나는 오래도록 바라보았고 그것을 꿈꾸었으나
결코 그것이 실현될 것이라곤 예상치도 상상치도 못하였습니다.
그리곤 기대를 품으면서도 품지 못했지요.
그것이 내가 당신 앞에 묵묵히 서 기다리는 나의 태도였습니다.
슬픔을 가득 묻고 막연한 기대를 품으며
일방적 사랑의 방향과 애정의 화살을 돌렸음에도
그것이 결코 닿지 못할 표적이란 건 이미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겨누면서도 결코 날리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닿는 순간, 혹은 떠나는 순간
나의 일방적 닿음은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그것이 당신께 결코 행복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난.
나는.
닿지 못할 순간을 꿈꾸며 어제도, 내일도 무언가를 꿈꿀 텝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엔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립지만서도 그립지 않습니다.
보고 싶으면서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언젠가 닿을 수 있다면.
그 순간 과연 난 당신께 안녕을 말할 수 있을까요?
말하고 싶으면서도 비껴나가길 바라는 나의 마음입니다.
닿으면 안 될, 닿지 못할, 닿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난 품으며
오늘도 난 살아갑니다.
난 그런 시간 속에 머물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