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달살이를 함께하기로 한 일행이 도착하기 전, 삼촌에게 혼자 오롯이 한달살이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 정도였다. (그들이 도착한 후, 혼자 조용히 제주도 자연을 만끽하지는 못할 것이란 것을 알았기에...)
사실 나 홀로 제주여행이 처음은 아니다. 20년 여름, 오토바이를 빌려 여행했고 그리고 바로 그다음 해 여름, 나의 오토바이를 배로 실어 가 여행했으니 이번이 3년 연속이었다. 여행 기간은 모두 일주일 내외. 덕분에 어느 정도 지리에 익숙하고 각종 핫플레이스 또는 내가 좋아했던 곳들이 네이버맵 즐겨찾기에 모두 저장되어 있었다. (내 소중한 여행 자산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새로운 여행지 물색보다는 배움과 힐링에 집중해 보기로 했는데, 그것은 바로 서핑이었다.
단순히 서핑뿐만이 아니라, 서핑보드가 어떻게 제작되는지 배우고 싶었다. 마침 제주도에 서핑보드 제작 클래스가 오픈되어 있었다. 가격은 250만 원 정도로 매우 비쌌지만, 배움을 위해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나만의 색깔을 담아 보드를 만들 수 있었고, 보드가 고장 났을 때 수리하는 방법까지 가르쳐준다고 했다. -플라스틱 수지로 코팅하기 때문에 세게 부딪히면 깨져버리게 되는데, 딩(Ding)이 난다고 표현한다. 코팅이 깨지면 이를 감싸고 있는 스티로폼으로 물이 스며들어 보드가 아주 무거워지고, 내부가 썩어 내구성에 문제가 생긴다. - 머무를 수 있는 숙소제공은 덤, 내 보드가 완성되기 전까지 보드 대여까지 무료! 제주도의 비싼 숙박비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숙소의 위치는 서쪽 안덕면에 위치해 있었다. 막상 가보니 보드를 제작하는 곳과 내가 머무를 공간은 여러 컨테이너 박스로 이루어져 있었다. 롱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중문 색달해수욕장과는 차로 20분 거리에 있어 해변과 아주 가깝지는 않았지만, 아주 멋있는 한라산 뷰를 볼 수 있었다.
밤이면 주변은 빛 하나 없이 깜깜해졌고 아름다운 별들도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세상에 나 홀로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의 머릿속 생각 하나하나가 주위에 방해받지 않고 나의 귀에 다시 온전히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나 홀로 고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환경이었다. 나는 이날 앞으로 다가올 즐거운 나날들을 기대하며 깊이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