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어디든 떠나서 먹고 마시고 기도해
밥숟가락을 놓기도 전에
갑자기 기절하듯이
침대로 직행했다!
십여 년 전 유럽 도착해서
새벽에 자다 깬 며칠 이후에
처음 느껴 본 증상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
웬만한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갑옷처럼 두르고
하루 이만 보는 기본으로 걷고
25킬로 트렁크 꽉꽉 채워
이고 지고 가장 시차가 힘든
미국 동부를 가로질러왔더니
혈당 쇼크라는 게 이런 거구나
탄수화물 덩어리 베이글
지방 많은 크림치즈에
한식 없이 힘든 나이를
뼈저리게 느끼며 라면으로
버틴 최후는 그렇게 왔다
한 달이 지나 겨울이 오고
따뜻한 나라로 가야만 했다
이제는 추위와 습덥을
견딜 이유가 없었다
뉴욕의 용기는 이렇게
당장 실현시킬 힘을 주었고
여독이 뭐냐며
윤식당에 길리 세 섬을 필두로
우붓 말레이시아
페낭 말라카
쿠알라룸푸르에서
태국 북부 치앙마이까지
24년도의 끝과 시작은
새로운 곳에서의
먹고 마시고 기도하는 것으로
한 해의 반을 해외살이로
살아갈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