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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 윤 Aug 25. 2022

제노포비아에서 필로제니아로

언젠가부터 죽음이 내게로 왔다. 먼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 존재의 뿌리였던 아버지. 슬픔이 옹이가 되었다. 얼마 후 제자가 목숨을 끊었다. 적도에 가서도 노스페이스 파카를 팔며 살아남을 거 같은 생존력, 사회성 갑인 아이였다. 항마력은 우리 중에 최고일 거라고 아이들이 말했다. 그러나 이율배반적이게도 우리 중 가장 외풍에 강할 줄 알았던 아이가 제일 먼저 목숨을 내려놓았다. 두 번의 죽음은 내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 제법 컸던 사무실을 줄이고 일도 줄였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이고, 집과 일터만 맴돌이했다.  말수가 줄어들고 글도 더 이상 쓰지 않았다. 그렇게 침잠과 애도의 시간을 7년 가까이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타인이라는 가능성'이라는 책을 읽었다. 작가는 암으로 아내를 잃고 슬픔은 마비이며, 미래의 상실이라고 말했다. 상실은 세상에 구멍을 낸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저자는 슬픔에 직면하는 방법으로 낯선 세상을 맞이하고 미지의 세상에 들어서서 관계의 동심원을 넓혀 갈 것을 이야기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문을 닫고 내 안으로만 응축해 들어가는 생활을 하던 내게 작가의 말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문득 나도 용기를 내어 첫걸음을 시작한 아이처럼 다시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타자를 향해 나아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을 것이다. 내가 타자라는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늘 글쓰기였다.  그래서 카카오 브런치를 시작했다. 제노포비아가 타자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라면 필로제니아는 타자에게서 새로움과 기쁨의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이곳에서 나의 필로제니아의 노래를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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