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새벽일기

HOW DARE YOU?

글쎄, 북극곰의 일이 아니라니까요.

by 글쓰는 최집사
HOW DARE YOU?


문학잡지 릿터의 6,7월호의 커버이기도 했던 이 문구. 10대 환경운동가로 알려진 툰베리가 기후위기의 주범이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어른들에게 던진 날카로운 한 마디. 바로 그 것이다.

계간지 뉴필로소퍼 11호의 커버는 '지구가 1.5도씨 더 더워지기 전에'이다. 내가 구독하는 두 권의 잡지가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같은 주제, 기후위기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우연일까. 두 권의 잡지를 받아 들고 한 동안 멍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이 내게 피부로 와닿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기후변화의 문제를 실감하기 시작한 건 아마 2016년 여름이었을 것이다. 덥다. 미치도록 덥다. 그간 겪어 본 여름의 더위가 아니었다. 그 때 어렴풋이, 정말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있나봐,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정말 반박할 수 없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 기후. 불과 한 달 전엔 역대급으로 긴 장마가 이어졌다. 지구가 분노를 쏟아내듯, 지구 곳곳에 집중호우를 쏟아낸다. 우연일까?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일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데이비스 월러스 웰스가 쓴 <2050 거주불능지구>는 내게 기후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넘어 공포심을 심어 준 책이다. 이 책으로 비로소, 나는 기후위기가 더 이상 북극곰의 문제가 아닌 내 문제라는 것을 인식했다. 문제는 무엇일까? 당연히, 두 말 할 것 없이, 여전히 아무것도 바꿀 생각이 없는 지구촌 사람들이다. 누군가 말했다. 기후문제는 70억명이 함께하는 조별과제 같은거라고. 그러니 해결 될 리 가 있나.


그럼 왜 근 몇년 사이, 젊은 환경운동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걸까. 기후 변화가 갑자기 심각해져서? 아니, 이제 미래세대들에게 기후 위기가 정말로 눈 앞에 닥친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십대들에게는 기후 위기가 더 이상 북극곰의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 닥친, 나의 문제다. 반대로 지금의 기성세대들에게는 큰 대수가 아니다. 릿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코로나 19가 z세대의 안일한 행동으로 베이비부머 세대를 죽이는 전염병인 것과 정 반대로, 기후위기는 베이비부머로 대표되는 기성세대들이 벌여놓은 탄소파티로 인해 z세대의 미래가 사라지는 문제라고. 기성세대 역시 자신들이 지난 시간 동안 안일하게 생각하며 환경을 망쳐놓은 것에 대한 책임감을,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고. 여전히 환경을 파괴하는 행동을 할 때마다 '북극곰아, 미안해.'라고 말 하지 말라고. 미안해야 할 대상은 북극곰이 아니라 자식세대라고.


갑갑하다. 문제의 크기와 위중함은 손쓸 수 없이 큰데, 해결하려는 의지는 어느 나라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8분의 1을 차지한다는 미국 대통령은 파리 기후 협약을 탈퇴한다고 하질 않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은 지금껏 탄소파티를 즐길대로 즐겨놓고 자신들의 경제 발전기에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겠다는 다른 나라들을 향해 불만을 토하고 있다. 자국의 경제에 불리하다. 전대미문의 기후위기 앞에서, 국가들을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누구 하나도, 이 위기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세계를 지배하는 양국에서 저렇게 나오니, 우리나라만 잘 한다고 될 일인가. 라는 책임감 없는 목소리도 커진다. 과연 그럴까.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년 61개국 중 58위’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하위 2위, 석탄발전 비중 상위 4위.' 인정해야 한다. 한국 역시 기후 위기의 주범이다. 이런 결과는 정부적 차원의, 나아가 전국민들 차원의 위기의식이 없기에 나왔다고 말 할 수 밖에 없다.


조별과제가 망하는 과정은 뻔하다. 나를 제외하고도 70억명 이상이 있으니, 나 하나 자료조사를 안 한다고, 나 하나 숙제 안 안하고 논다고, 나 하나 발표 말아먹는다고 큰 일 나진 않겠지. 라고 70억명이 생각하는 순간 조별과제 결과물은 점점 안드로메다로 간다. 나 역시 알고 있다. 세계적 기후 위기는 미국,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의 희생과 협조 없이는 드라마틱한 해결책이 없다는걸. 그래서 암울하고, 그래서 답답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70억 중 한 명이라고 해서 숙제를 안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70억명의 몫을 못하더라도, 최소한 1명의 몫은 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70억명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나태해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이 지구라는 배를 탄 우리들이 해야 할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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