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길고양이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은 정말 유난히도 추웠다. 그 해 겨울이 더 춥게 기억되는 이유는 아마도 고양이들 때문이었으리라.
춥다는 생각을 할 때 마다 '나도 이렇게 추운데 우리 라떼 만냥이 앙팡이는 얼마나 추울까' 생각했다.
엄마의 생신은 매년 새해와 함께 찾아온다. 2017년 1월 2일, 그 날도 어김없이 엄마의 생신을 기념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던 중, 유난히 추운 날씨에 아파트 고양이들이 마음에 밟혔다. 그리고 새해 선물로 들어 온 여러 음식들이 담겨있던 스티로폼 박스를 보다가 문득 생각났다.
"엄마, 우리 애기들 겨울 집 해주자"
가족들 모두 고양이들의 겨울나기를 걱정하고 있던 차였기에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엄마는 본인 생일에 고양이들 선물을 만들고 있다고 투덜거렸지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집 만들기를 도왔다.
스티로폼 박스에 고양이가 들어갈만한 입구를 만들고, 내부에는 따뜻한 담요를 깔았다. 뚜껑을 밀봉하고, 집 윗쪽에는 안내문구를 썼다.
길고양이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겨울이 끝나면 저희가 치우겠습니다.
-1101호 올림-
마지막으로 집에 '라떼&앙팡' 하우스라고 이름을 붙여주자 마음까지 뿌듯해졌다.(만냥이는 주로 아파트에서 밥만 먹고 잠은 아파트 밖의 주택단지에서 잤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을 아파트 화단 구석에 놓아 주면서 과연 아이들이 잘 사용해 줄까 걱정했다.
다음 날 엄마와 외출 후 집에 돌아오는 길, 우리는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어제 만든 겨울 집을 바라봤다. 언뜻 보기에 어제와 다를 것 없는 느낌. 실망감이 찾아오면서 겨울집에 뭐가 부족했는지를 의논하는 찰나였다. 겨울집 입구쪽으로 무언가가 쏙 튀어나왔다.
동글동글하고 보송보송해 보이는 그것의 정체는 라떼의 냥통수였다. 반가운 마음에 '라떼야!'하고 부르자 잠에서 덜 깬 얼굴을 내밀고 하품을 해댄다. 마치 원래부터 자기 집이었던 것 처럼, 라떼는 편해보였다. 다가가자 뭐라고 꿍얼거리는게 꼭 '이거 맘에든다 냥'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만들어 준 겨울 집은 곧 아파트 삼냥이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라떼가 제일 잘 이용했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은 앙팡이는 그 안에서 잠을 자다가 우리가 밥 주러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면 화들짝 놀라 튀어나오곤 했다. 원래 아파트에서 잠을 자지 않던 만냥이도 종종 겨울 집에 들어가 있기에, 곧 겨울집을 하나 더 만들어 놓아주었다.
고양이가 박스를 좋아한다는 말을 그저 들어서 알고 있던 그때 당시는 '아이들이 정말 박스를 좋아할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리고 라떼가 스티로폼 겨울집 보다 아파트 폐지함에 쌓여있는 종이 박스를 훨씬 좋아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라떼는 박스에서 뒹구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어느 날은 스티로폼 박스위에 꼬질꼬질한 천 같은 것이 올려져있어 '걸레구나' 생각했는데, 내 목소리에 그 걸레가 꼼지락대더니 고개를 내밀었다. 알고보니 우리 라떼였다. 그 날 라떼를 걸레짝으로 오해하고 얼마나 웃었는지.
유난히도 추웠던 그 해 겨울, 너희들의 겨울이 우리 덕에 그나마 따뜻했을까. 아무리 열심히 겨울 집을 만들어 주어도, 자주 따뜻한 물을 떠서 주어도, 더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고 밥을 많이 주어도, 너희가 길고양이라는 사실이 여전히 우리를 아프게 했다.
이 길 위가 너희의 집이라는 사실이, 찬 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을 밟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너희와 만나면서 길에 있는 모든 고양이가 다 눈에 밟히기 시작했던 그 겨울.
그 겨울은 정말이지 유난히도 추웠다.
<고양이의 온도>는 고양이 라떼, 유자, 율무가 우리 가족의 첫 반려묘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길이라는 차가운 공간에서 만난 고양이라는 존재. 얼마나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그 차가운 길 위에서도 인간들에게 먼저 사랑을 건네줄 수 있었던걸까요.
라떼를 만나 변화 한 제 삶의 온도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 길천사들과 함께 하고 있는 분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이의 온도>는 매주 주말에 연재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