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새벽일기

인생은 서브웨이 같은 거구나.

by 글쓰는 최집사

"선택과 선택과 선택의 연속."

"잘 모르겠는걸 계속 선택해야 하는 고통."

이전에 서브웨이에서 어떤 중년 남성 두 분이서 서브웨이에 대해 하던 이야기다.


빵부터 들어 갈 재료까지 모두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오이를 극혐하는 나에게는 서브웨이의 특 장점같은 거였는데,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 역시 처음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사먹을 때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물론 나의 경우 취향은 확실한데, 처음 먹어보는거니 어떻게 해야 맛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으니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인생은 서브웨이 같은거다. 이것 참, 선택해야 할 것 투성이잖아?

내가 서브웨이를 처음 갔을 때도 '오이는 넣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 처럼, 인생에는 당연하고 쉬운 선택지들이 있다. 샌드위치 기본 메뉴를 고르는 것은 그것보다 한 단계 위의 고민이다. 베이컨이 들어 간 BLT도 좋고, 에그마요도 사랑이고, 폴드포크도 맛있으니까. 메뉴를 고르는데는 나라는 사람의 기본 취향도 중요하지만, 그 날의 기분이나 필요가 더 크게 작용한다. 오늘은 짭짤한 베이컨이 좋으니 BLT로 하거나, 고기 씹는 맛을 느끼고 싶으니 폴드포크로 하거나. 심지어 내가 평소에 즐기는 메뉴도 아닌데 그날따라 새로운 걸 먹어보고 싶어서 전혀 다른 메뉴를 고르기도 한다. (물론 이건 나에게 극히 드문 일....)


그런 반면에, 슈레드 치즈를 넣느냐, 아메리칸 치즈를 넣느냐, 모짜렐라를 넣느냐는 그것보다도 어려운 선택이다. 지금이야 큰 고민 없이 아메리칸을 선택하지만, 처음 서브웨이를 방문했을 때는 나름 심오한 고민을 거쳤다. 왜냐면, 먹어보지 않았으니까. 뭐가 더 이 메뉴와 어울릴지, 내 기호에 맞는지 잘 모르겠으니까. 처음 마주하는 선택이니 고민하는게 당연하다.

소스는 또 어떻고?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걸러주는 선택지도 있지만 (예를들어 매운 소스들, 칠리 같은거) 여전히 너무 많은 선택지들이 내 앞에 놓여있다. 이 메뉴에는 어떤 맛이 첨가되는 게 잘 어울릴지, 무엇이 나에게 더 만족감을 줄 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소스까지 고르면 끝!이라고 기뻐하지만, 아직 음료와 함께할지, 쿠키도 함께할지 정하는 일이 남았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라는 진부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말이 있다. 인생에 정말 크고 작고 다양한 C들이 있는데, 최근 내 인생의 C들은 굉장히 크고 또 결정적인 것들이라서 골머리를 앓았다. 그렇게 큰 선택들이 하나가 지나가면 또 하나가, 또 다음 것이, 끝없이 몰려온다. 서브웨이다. 서브웨이는 한 끼 먹는 식사지만 이건 내 인생이야. 한 입 물고 "에이, 별로네"하고 끝날 일이 아니란말이지.


특히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한 결정은 정말 어렵다. 서브웨이에 처음 갔을 때 처럼. 결과를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선택은 그저 나의 주관과, 다른 이들의 경험과, 감을 기준으로 하는 수 밖에. 거기서도 가장 중요한건 역시 나의 주관과 생각이겠지.

혹자들은 (처음에 언급한 서브웨이에 처음 온 중년 남성들처럼) 알바생에게 "어울리는 걸로 주세요" 하고 맡기곤 하지만, 나는 설령 실패한 선택이라도 스스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그 샌드위치가 내 취향이 아니었다고 해도 알바생을 탓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럴 바엔 깔끔하게 내가 선택하고, 후회하고, 다음번에 더 잘 하면 된다.


최근에 내가 한 선택들도 그럴 것이다. 이런 말, 저런 말, 많이 들었지만 결국에는 내가 선택한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 역시 고스라니 내가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인생은 서브웨이 같은 것. 선택해야 하는 것도 나, 고민하는 것도 나, 결국 그 샌드위치를 먹는 것도 나.

이 생각을 하고 오늘 서브웨이에 가니 왠지 옳은 결정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고른 조합은 비엘티에 파마산 오레가노, 아메리칸 치즈, 오이 피클 할라피뇨 빼고 스위트 어니언과 마요네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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