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퇴사했습니다.

예비백수에서 리얼백수로

by 글쓰는 최집사

작년 가을, 진지하게 퇴사를 고려하고 회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연말이 되어서는 2020년 3월까지 일을 하는 것으로 서로 합의했다.


12월의 끝자락에 바라본 3월은 너무나 먼 미래였다. 당장 속 시원하게 회사를 나오고 싶었지만 여건상, 그리고 내 성격상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보다 2020년의 초반부는 빠르게 지나갔고, 2월말부터는 코로나 19로 인해 출근도 거의 하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퇴사 직전 한 달을 조금 요상하게 보냈다. 퇴사 전 계획한 일들을 다 해내지 못했고, 회사의 계획도 많이 달라졌다.


퇴사 날이 다가오자 회사에서는 또 다른 딜을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의 여파로 당분간 경제도 취업시장도 좋지 않아 질 것이 뻔해서, 조금은 흔들렸다. 게다가 막판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업무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어 또 다시 '이만하면 할 만 한데?'라는 생각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퇴사를 마음먹은 순간부터의 나의 일기를 들춰본다. 다시 나의 다짐을 되새긴다.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나 자신과 주고받았던 수많은 문답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그래. 흔들리지 말자. 유혹들을 물리치고, 드디어 오늘이 왔다. 3월의 마지막 날. 공식적인 나의 마지막 근무 일.

원래 내 머릿속에 퇴사날은, 사무실에 있는 내 마지막 흔적을 모두 챙겨서, 동료들과 아쉬움이 섞인 인사를 나누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거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며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군..'하면서 혼자 그간의 회사생활을 돌아보고 있다. 물론 다른 동료 직원들과는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내가 다시 서울에 올라가면 얼굴을 보기로 했지만, 대표님은 심지어 미국에 계신다. 곧 한국행 비행기를 타시겠구나.


여하튼 마지막 출근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이상한 퇴사 날이다. 그 덕에 4월, 혹은 그 이후에 다시 한 번 사무실에 나가 인사도 하고, 마무리 정리도 해야 하지만 말이다.


물론 그 전에 프로덕션에서 일하긴 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공식적인 나의 첫 직장, 첫 사회생활이었다. 작은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게 나를 유독 힘들게 했지만, 다른 회사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운 것도 사실이다. 화나고 힘들었던 기억들도 많지만, 이제는 그 기억들이 모두 나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음을 안다.


'퇴사'라는 크다면 크고,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닌 일을 결정하고 나서 앞으로의 내 인생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것만으로도 이 결정에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퇴사는 나를 맘껏 풀어준다기보다 오히려 벼랑 끝으로 밀어넣는 것이다. 낭떠러지 끝에서 내가 무엇을 결정하고 어디로 출구를 찾을 것인가는 나의 몫. 그래. 사실 매우 무모한 짓임을 안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야한다.


그래서 돌고 돌아, 쨌든 나는 퇴사를 선택했고, 내일부터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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