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의자

by 박지영JPY

나는 의자에 민감한 편이다. 도서관에 가면 어디 의자인지 눈여겨 보게 되고, 카페에 가도 어디서 구입했을까 살펴본다. 특별히 마음어 드는 의자를 발견하게 되면 집으로 당장 데려가고 싶어진다. 편안한 의자에 앉았을 때의 그 느낌은 마치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친구를 만났을 때의 느낌이다.

재작년 큰 마음 먹고 유명 메이커 의자를 구입했다. 어찌나 좋던지...그런데 그 기쁨은 의자가 배달되어 온지 하루도 안 되어 깨져버렸다. 발이 방바닥에 닿질 않는 것이다. 높낮이 조절 기능이 무색했다. 짧은 내 다리만 원망할 수밖에...

그 가여운 비싼 의자는 올 봄에 퇴출당했다. 당근에 구매가 반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팔려가던 날, 인연이 아닌 의자와의 이별에 서운함보다는 후련함이 컸다.

어느정도 편안함을 돈 주고 살수는 있어도 그것이 전부는 아닌가보다. 나와 꼭 맞는 편안함이란 유명 메이커가 주는 신뢰가 전부는 아닌가보나.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와 잘 맞고 편안한 사람은 그의 외형적 조건이 아닐 것이다. 학벌, 외모, 부, 스펙이 주는 화려함보다는 그의 됨됨이가 주는 내면의 따듯함에 기댈수 있는 내게 꼭 맞는 친구가 필요한 것이다.

요즘도 나는 어딜가나 의자를 눈여겨본다.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의자가 보이면 습관적으로 상표부터 살펴보지만, 대개는 상표 없이도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의자들을 보면서 나와 내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의자가 주는 뜻밖의 지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엄마 엄마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