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박지영
(시멘트 밟고 자란 사람은 흙 밟고 자란 사람과 다르지)
시니컬한 그녀의 독백
자글대는 파아란 주름 틈에서
회벽에 갇혀 아우성치는 거친 흙을 보았지
바다를 건너 먼 길 달려온 멍든 흙은
부여잡던 장승의 체취가 그리웠을까
소똥밭 뒹굴던 쇠똥구리의 뜨겁던 체온이
황토가루에 막걸리 부어 반죽한 지짐이에
고명 떨구듯
'상사화' 한 송이 얹어주었네
주름 속 거친 흙이 껑충 다가와
덧없던 세월을 망치로 부수고
붉게 물든 맨 얼굴만 쓸어내리네
구름 속에 숨어있던 착한 달빛이
적막을 툭툭 치며
봉긋이 솟아오르고
서울의 아스팔트 밤거리는 차가운데
한기에 떨고 있는
그녀의 네모진 독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