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혹은 장갑 / 박지영
돌돌이는 다리가 네 개
촉촉한 눈을 보며 “손”하면
앞발을 쳐들고 손바닥에 얹어준다
다리인 줄 알았는데 손이었던 게지
손으로 쓰다듬던 머리를
발가락으로 살살 쓸어주면
무심하던 돌돌이가 기분 나빠한다
냄새나는 애무에 상한 가슴이 으르렁 거린다
사랑하는 네 다리에 신발을 신겼다
신발 신은 두 손으로
누나 얼굴을 만지고 샴푸향을 맡는다
손과 발을 구분하는 돌돌이
다리만 네 개인 줄 알았는데
뚝심 강한 뒷다리 두 개
누가 뭐래도 흔들리질 않는데
두 개의 손이 신발을 신고서는
제 할 바가 헷갈려
허공을 가르느라 쉭쉭 거린다
손이면 어떻고 발이면 어떨까 만은
발로 나눈 사랑은 발로 차이기 쉬워서
오늘 그에게 장갑을 사주었다
장갑 낀 두 손이 보란 듯이 잽을 날린다
보란 듯이 손 키스를 날린다
손과 발이 제할일을 찾는다
코를 박고 킁킁대는 장갑 낀 사랑꾼
꽃도 심을 줄 아니? 물으면
축축한 밤알 코에 꽃냄새를 잔뜩 묻혀온다
지천이 꽃인데 꽃을 심으라니요
지천이 사랑인데 사랑을 하라니요
조용히 “손” 하고 내밀어보는 나의 앞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