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가

by Grace k

아들이 분가를 했다.
처음 집을 떠나 독립해서 살아보겠다고 했을 때, 내 안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 훅! 들어왔다.
살인적인 고 물가, 렌트비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아이가 지는 게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그런 염려스러운 엄마 맘이 먼저였다.
장남에게 은연중 믿고 의존해왔던 내 기대어진 몸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아이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지혜롭고,
묵묵하고,독립적인 개체로 자기 앞가림을
잘해 나가고 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면 오랫만에 친정 찾은 자식들과의 상봉마냥 반갑고 마냥 유쾌하다.
힘든 일이 왜 없겠나.
고 물가의 시대 밴쿠버에서의 살림살이..
겪고있어 익히 알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아이가 잘해 나가고 있고,
나도 딸과 둘만의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아들이 차지하던 만큼의 물건들이 빠져나가고, 먹거리가 빠져나가니
냉장고는 속이 보이기 시작했다.
냉동칸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훤해졌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뭘 많이 쟁이고
살았다는게 빠져나간 자리를
보고 새삼 깨달아진다.

아이러니하다..

휑해진 곳을 바라보면 묘한 안도감이 또 든다
비워지고 빠져나간 자리는
큰 섭섭함도 없이 시원하기만하다.
난 이제부터 눈에 보이는 것들을
더 줄여가고싶다.
남은 날이 살아 온 날들의
삼 분의 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덜어가는 물건들은
짐이고 치우기엔 버거운 부피의 무게일 뿐이다.
더구나 내가 가진 물건중 변변한 것은
정말 없다.
Suitcase 하나 분량 만큼 채울수 있으려나..

물질적으로 이루지 못한 삶이었다.
닥친 삶을 열심히 살았지만,
부를 축적하는 재주가 없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고
아프신 엄마를 대신해 동생 둘도
건사 해야하는 처녀 가장이었슴을
늘 밑밥처럼 깔고,
훈장마냥
궁색하지않을 변명으로 드러냈다.

열심히 산 것 만으로 세상적인 기준의
성공에 못 다았음을 퉁치려했다.

내게 있어 틀린 말은 아니다.
주절이 주절이 얘기가 길어진다

여태 이룬게 없는 내가
이제 뭔 가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면 허상이것 같다.

매일 살아가는 날을 일기처럼
기록해 보는 중이다
산문같은 시로,
시 같은 산문으로,
자전적인 짧은 소설로,
지나온 날을 돌아보는 일 말이다.

돈 버는 일이 되어 금광을
찾아가던 골드러쉬의 시대가 있었다.

돈 명예 이런건 나와는 소원한 일이다.

캐고 캐서 극 미량의 사금 만큼이라도
내 지나온 날들의 이야기를
글로 건져 올릴수 있으면 좋겠다

내 아이들에게 그렇게
엄마의 생각을 들려주고프다.
책 갈피처럼..
기억 한켠에 저장된 낡은 흑백 사진처럼.
그러면 내 살아 온 날들의 소임을
다했다고 배짱좋게 말할수 있을것같은
딱 거기까지의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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