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습관처럼 밖을 나설 때면
목도리를 챙깁니다.
없으면 허전하고 웅크리게 되는 계절,
그 겨울이 도래했음을 몸이 먼저 감지합니다.
한 해가 또 이렇게 끝자락에 왔습니다.
뭘 해도 붙잡을 수 없는 놓친 화살촉 같은 시간,
달아나듯 앞서 가는데 난 뭘 했나 싶습니다.
요즘, 옛날 어르신들의 말씀을 자주 떠 올립니다.
"너도 늙어봐라,
좋을 때다,
나도 그때는 안 그랬다"
가끔씩 집 벽 구석의 낙서 같은 눈금을 봅니다.
열두어군 데 그어진 눈금은
두 아이가 자라는 키를 표시해 놓은 표입니다.
쑥쑥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동안
내 이민의 시간이 지나왔습니다.
그어진 자리는 어느 순간 멎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고 성장판은 닫혔으니까요.
내 키를 재어보진 않았습니다.
아마 공식적인 키보다 일 센티 정도는
줄었을 겁니다.
2차 성징까지 끝난 아이들과 다르게
내겐 노화라는 시기가 급격히 왔을 테니까요.
성겨진 골밀도, 가끔씩 시큰거리는
뼈마디 오래전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너도 늙어봐라"에 도달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까마득한 미래가
지금 내가 발을 닫고 선 현재입니다.
돌이켜보니 시간은 믿기지 않을 만큼 빨랐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어림으로도
얼마나 덧없이 흐를지 가늠이 됩니다.
해의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고
여러 회한이 남습니다.
오늘을, 내일을 그리고 언제 막다른 곳에
다다를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지금을 소중히! 모시듯 하지는 못해도
소홀히 보내지는 말아야지 싶습니다.
그런 깨우침과 함께 시작합니다.
시간이 참 소중해지는 이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