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 인연과 반가움

삶이란?

by 정달용

6. 인연과 반가움


월요일 출근길.
아파트 현관을 나서자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건물 사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그 울음소리가 자신의 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외치는 것 같고 한풀 꺾인 더위는 또 하나의 계절이 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

"이렇게 또 계절은 가는구나!"

모든 것은 수레바퀴와 같아 하나가 끝나면 또 하나가 시작되고 그렇게 모든 것은 이어져 있으니 세상 만물은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세월의 철길 위에서 수많은 승객들이 이유도 모른 채 타고 내리는데 그중에 하나인 나란 존재, 이 열차에서 나에게 허락된 구간은 어디까지인가?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이 이웃이 되고 동료가 되어 같은 하늘 아래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함께 바라보고 함께 누린다는 것은 실로 무슨 인연일까?


몇 년 전 아들과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생페트르브르크까지 8일간을 밤, 낯으로 달려가는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열차 안에는 러시아 백인, 중앙아시아인, 몽골인이 대부분이었고 우리 한국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가 마침 많은 북한 여성들이 탈북하여 남한에 입국한 상황에서 북한에서도 복수를 다짐하던 터라 남, 북의 신경전이 첨혜하게 대립하던 때이다.

러시아 항공기의 연착으로 인하여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이미 출발한 지 오래되었는데 자정이 훨씬 지난 깊은 밤, 항공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모두 제 갈 길로 가고 블라보스톡의 텅 빈 공항 대합실에 둘만이 남겨졌었다.


그때 한국 영사관으로부터 "북한 국경 인근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국경에서 멀리 떠나라"는 문자를 수차례 받았을 때의 공포감과 긴장김은 실로 컸었다.


무려 8일간 가야하는 기차 안에서 "혹시 한국 사람은 없나?" 마음 속으로 찾게 되었고, 어느 순간 "한국에서 오지 않으셨어요?"라고 어느 젊은 청년이 물었을 때의 반가움은 세월의 시간열차에서 같은 하늘 아래 있는 이웃들과의 인연과 교차되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인연과 반가움!"

주변의 이웃들과 또는 친구들과 울고 웃다가 가끔씩 내다보는 창 밖의 모습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데 어쩌다 자신에게 묻는 삶의 의미는 아직도 아리송하다.

기차 바닥에 발을 디디고 서 있는 나는 항상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철길 옆 어디에선가 홀로 서서 지나가는 열차 속의 우리들을 바라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가득 찬 차량 속에서는 각자의 희로애락이 있고 자신이 사라짐으로 인하여 세상이 끝날 것 같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차는 기적소리 한번 울려주면 다행이라.

100년의 삶을 살고 몇 년 전에 세상을 뜨신 나의 모친, 그 사이에 나와 딸이 이어주고, 겨울을 지나 봄기운에 새싹이 돋아나 듯 손주가 이어 주니 이것이 "인생"이고 "삶"인가?

"모든 것은 순간인 것!"과 단절이 아닌 "이어주는 것!"이라!

"구름에 달 가듯이" 세상을 바라본다면 "삶"의 이치가 조금이라도 터득되려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