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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가 죽다 Jan 03. 2022

헤쳐 모여!

수직 문화와 수평 언어

 삼성전자는 수평적인 조직문화 강화를 강화하기 위해 회사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매년 3월 진행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했다. 특히 상호 존중 문화를 위해 사내 공식 소통은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2021년11월29일자 연합뉴스 기사)

이에 앞서 삼성은 2016년 3월 ‘ 스타트업 삼성 컬쳐 혁신’을 발표한 바 있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향한 몸부림이다. 


이보다 훨씬 앞선 1993년 7월, 삼성은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소위 7.4제를 발표한 바 있다. 독일 등 외국의 사회학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 온 이 시도는 2002년 3월 전면 폐지하고 이를 8시 출근, 5시 퇴근으로 전환한다.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의 신호탄이었던 7.4제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아니, 그 이전에 삼성은 왜 이토록 변화에 몸부림쳐 왔을까? 지금도 멈추지 않는 그 처절한 노력은 무엇을 위한, 무엇을 향한 몸부림이었을까? 


 이런 노력은 비단 어느 한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적지 않은 회사들이 사내의 호칭을 바꿔 일률적으로 ‘프로’나 혹은 ‘님’을 붙이도록 한다. 사원에서 회장에 이르는 10여 개의 직급을 서너 단계로 압축시킨다. 

이들이 필사의 노력을 경주해 온 지난 30년은 공교롭게도 지구상 인류가 맞이한 가장 크고 심각한 변화의 터널과 일치한다. 그것은 바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지구상 인류의 역사를 50만년으로 삼던 200만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던 그건 몽땅 아날로그의 역사다. 농업혁명에서 산업혁명에 이르는, 아니 그 산업 혁명도1,2차까지는 모두가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불과 30년 남짓의 디지털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변화의 여파는 이전 수만, 수십만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마도 한 국가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뛰어난 경영 감각을 가진 몇몇은 이 전환을 좀 더 일찍 감지했는가 보다. 그리고 그 전환의 진원지가 동양이 아닌 서양의, 관계 중심이 아닌 범주 중심 문화에서 태동했다는 점 또한 파악했으리라. 경직된 수직적 문화 구조 안에서는 디지털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핵심 원리가 저들을 두렵고 조급하게 만들었을 거다. 그래서 서둘러 변화를 외치고 규칙과 규범을 이리저리 바꾸려 애썼을 거다. 하지만 될 듯 될 듯 되지 않았다.


 회사의 기원을 동인도 회사에서 시작하면 대략 500여 년의 세월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조부인 고 이병철 회장의 삼성상회를 시발로 해도 고작 100년 남짓이다. 이는 단순히 시간의 차이가 아니라 그 속을 채우는 문화라는 공기의 문제다.


 아직도 많은 대학에서 마케팅을 강의할 때 그 상위의 목표에서 출발하지 그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조직(기업)의 미션이나 비젼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고작해야 미사여구로 꾸며진 수식어구지 기업 경영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오늘, 젊은이들의 꿈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상당수 다국적 IT 기업들의 비젼은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그리고 그들의 미션은 곧 조직 구성원들이 평생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인생의 목표와 그리 멀지 않다. 기업의 목적이나 목표, 경영 전략과 마케팅 목표, 전략, 실행 계획이 모두 이들 비젼, 미션과 맥을 같이 한다. 그 토대 위에 핵심 가치를 추구하고 핵심 역량은 도출해 낸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그것은 마치 교실 앞 칠판 양 옆에 붙어 있는 교훈이나 급훈에 다름 아니다. 세상에 좋은 추상 명사는 거기 다 있다. 정직, 봉사, 헌신, 질서, 창의 등등.. 하지만 아쩌란 말이냐?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없다. 그저 좋은 말들이다. 이런 현상은 얼마전까지도 유행했던 소위 비젼 선포식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하나같이 자기 조직이 다루고자 하는 목표를 앞세울 뿐 그것이 국가 경제나 사회 발전에 어떻게 이바지할지는 안중에도 없다. 


 그래도 몇몇 앞서가는 기업들은 조직 문화를 개선해보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는 어느 한 조직의 문제라기 보다 문화, 곧 토양과 풍토에 관한 문제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팬데믹이 어쩌면 우리의 토양을 바꿔놓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내비친다. 수 천년을 누적되 온 우리의 문화가 하루 아침에 저들 것으로 바뀔 수는 없다. 아니 바뀌어도 문제다. 


 비록 서양에서 비롯된 (기업이라는) 조직 제도 이지만 이제 우리 문화와 정서에 맞도록 조율 할 시간이 됐다100여 년의 세월이 그렇고 지구촌화 된 교통과 통신 기술이 그렇고 팬데믹이라는 지구 공통의 재난이 우리에게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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