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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가 죽다 Mar 22. 2022

메일 주소를 바꾸자.

습관 : 변화

 아침에 출근해서 책상 앞에 앉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전자 메일 사서함을 여는 일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라면 업종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비슷하지 않을까? 


 나도 마찬가지다. 

여러 개의 메일을 쓰지만 대표적인 게 있다. 주로 직장에서 부여한 주소(URL)이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메일 주소를 옮겨야 지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은퇴를 맞고 말았다. 

어느 날 갑자기 메일이 닫힐까 봐 직장에 문의하니 그대로 써도 된다는 답변이다. 


 해서 평소 습관대로 오늘 아침에도 컴퓨터를 켜고 메일 함을 열어 본다. 

그리고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다.

예전 같으면 80~90%가 업무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메일이고 스팸이나 광고성은 고작 10~20% 정도였다면 이제는 정 반대다. 아니 업무상 메일이라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고작해야 은퇴 후 내가 사적으로 보낸 메일에 대한 회신뿐이고 그 교신 내용은 응당 전 직장 하고는 하등의 상관이 없다. 오히려 가뭄에 콩 나듯 드문드문 섞여 있는 나와 관련된 메일을 골라내면서 과거에 묶여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늘 변화를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은 습관에 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가당착이요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내친김에 돌아보니 내 사고나 생활 속에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걸 발견한다. 

생각과 행동의 결이 다르다. 


 노화 때문일까? 아침부터 이메일을 열어 놓고 자기모순의 비탄에 빠지다니…이 또한 청승이다.

 머리를 흔들어 털어버리고 적당한 메일 주소를 검색한다. 

예전에 쓰든 걸로 할까 아님 또다시 새로 만들까? 아무래도 은퇴 후 내가 가려는 길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새로 만드는 게 좋겠다. 


 하나…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어디인가? 오래전 스캇 팩 박사가 쓴 책 제목(Roadless Traveled)이 떠올라 서가와 인터넷 서점을 뒤진다. 

 내 책꽂이에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이 남아 있는데 서점에는 ‘인적 드문 길’이라는 새 번역이 눈에 띈다. 어디로 갈까? 아직도 못 가본 길? 아니면 인적이 드문 길? 

그래 오늘은 이걸 화두로 사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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