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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가 죽다 Jul 08. 2022

텃세, 텃새…철새

이사다니기

“김선생님 어젠 왜 안 나오셨어?”

산책 길에서 만난 동갑 지인에게 동네 탁구 모임을 소개하고 그가 처음 나온 날 

정작 나는 다른 모임에 다녀오느라 불참했다. 

(나이 든 사람의 낯 가림을 잘 알기에 문자라도 드릴까 싶다가 이틀 후에 보는데 하고 넘겼드만…)


“일전에 부탁하신 오동 나무를 오늘 가지고 온다는데 건너오시죠”

에구, 혹시나 하고 드린 부탁인데 그걸 잊지않고, 미안한 맘이 더 커진다.

이분은 가야금 등 국악기를 만드시는 분이다. 

일반 장인이 아니라 무형문화재다


이사 온 집 테라스에 서예하시는 분의 도움으로 대봉대(待鳳臺)란 현판을 내 걸었다. 봉황을 기다리는 정자라는 의미로 담양 소쇄원에서 빌어왔다. 봉황을 기다리려면 벽오동이 있어야 제격이다. 해서 마당에 벽오동을 한 그루 심고 싶었던 터라 지나가는 소리로 건네 본 말이다.  가야금은 오동나무로 만든다.

예, 제가 곧 건너가죠.


“김선생님 어젠 왜 안 나오셨어?”

산책 길에서 만난 동갑 지인에게 동네 탁구 모임을 소개하고 그가 처음 나온 날 정작 나는 다른 모임에 다녀오느라 불참했다. 

(나이 든 사람의 낯 가림을 잘 알기에 문자라도 드릴까 싶다가 이틀 후에 보는데 하고 넘겼드만…)

“일전에 부탁하신 오동 나무를 오늘 가지고 온다는데 건너오시죠”

에구, 혹시나 하고 드린 부탁인데 그걸 잊지않고, 미안한 맘이 더 커진다.

이분은 가야금 등 국악기를 만드시는 분이다. 일반 장인이 아니라 무형문화재다

이사 온 집 테라스에 서예하시는 분의 도움으로 대봉대(待鳳臺)란 현판을 내 걸었다. 봉황을 기다리는 정자라는 의미로 담양 소쇄원에서 빌어왔다. 봉황을 기다리려면 벽오동이 있어야 제격이다. 해서 마당에 벽오동을 한 그루 심고 싶었던 터라 지나가는 소리로 건네 본 말이다.  가야금은 오동나무로 만든다.

예, 제가 곧 건너가죠.


‘띵동’, 현관 벨소리다

탁구장에서 사귄 근처에 사시는 전직 면장이시다

“교수님, 이거 금방 짜 가지고 온 들기름인데 한번 잡숴 보셔..”

따끈따끈하다.


들어와 차 한잔 하고 가시라 청하니 병원에 약타러 가시는 길이란다.

지난 주엔 옆집 연세있으신 아주머니(형수님으로 부른다)가 당신 마당엔

꽃이 넘쳐난다고 한번 심어보라고 칸나 두어 그루를 캐다 주시고 

(그 바깥 양반은 지난 5월 극심한 가뭄 중에 장기 출타중인 내 대신 

우리 텃 밭에 여러 차례 물을 뿌려 주신 분이다)


엇그젠 앞 집에서 딴 살구를 한 사발 건네 준다. 옛날 맛이다.

그제야 난 서둘러 마당에서 보리수 열매를 한 접시 따서 건넨다


아! 이사 온 지 채 1년이 안됐는 데 이리도 따뜻한 이웃이 넘쳐난다

장마탓인지 요 며칠 콘디션이 좋지 않아 우울하던 참이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면 가는대로 오면 오는대로 양쪽으로부터 듣는 질문은 이 곳에 무슨 연고가 있느냐는 거다. 돌아보니 특별한 연고가 있어 움직인 경우는 거의 없지 싶다. 단지 직장때문에, 군복무나 업무 때문에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부산에 있는 동안에는 바닷가에 살았으니 은퇴 후에는 전원에서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에 이 곳으로 옮겨왔다. (물론 고향이 서울이니 가까이는 와야겠는 데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맞질 않는다)

익숙함은 편하다 하지만 호기심이 사라진다. 낯선 곳은 불편하다. 그러나 새롭고 설레 인다. 흔히 말하는 텃세(이 표현도 옛말이다. 지금 내가 사는 동네는 신흥 주택이 7~80%다)라든지 미숙함에서 오는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적응하기 나름이다.


외국어를 한 가지 알면 새로운 또 하나의 세상을 만나는 것과 같다. 

그만큼 넓고 다양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다양하게 사는 건 그 못지않게 의미있다.

오래전 읽은 구본형 작가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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