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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가 죽다 Apr 17. 2023

삶의 세 가지 불행

디지털 시대의소회

인생에는 세 가지 불운이 있다고 한다. 

1. 초년의 성공 2. 중년의 상처 3. 노년의 빈곤이다 

어려서 평범하게 컸으니 또 나이 들어 주릴 걱정 없으니 첫번째와 세번째는 해당없이 보인다. 문제는 40대의 상처다. 그게 왜 불운일까? 난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안 살림까지 챙겨야 하는 궁상 때문일까? 사별하고 근 10여 년을 매달 거르지 않고 산소를 찾았다. 세상 떠난 아내를 그리 잊지 못하고 사랑하느냐는 오해(?)때문에 집 사람에게는 상당히 미안한 감이 없지 않다. 나름의 허전함을 메우고 생각하며 바람쐬는 정도의 시간이었으니까…


그 생활이 20년을 넘어서고 있다. 중년을 훨 넘어선 나이지만 아직도 난 ‘중년의 상처’가 왜 인생의 3대 불운에 속할 만큼 언짢은 일인지 깨닫지 못한다. 해서 한 편으로는 별거 아닐 거라는, 다른 한편으로는 정작 더 늙어봐야 알지 모른다는 걱정이 교차한다.


요즘 드는 생각은 인생의 진정한 불운은 좇아가기 버거운 변화를 맞닥뜨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공개된 챗지피티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 나름 디지털 변화에 뒤지지 않게 좇아 왔다고 자부하는 입장인지라 반가운 마음에 들여다본다. 가히 놀랍다. 앞서 ‘새로운 비서가 생겼다’에서 소회를 밝혔듯이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 지능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궁금하기도, 염려스럽기도 하다.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아썼다는 두 권의 책(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김대식,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을 서둘러 사 읽는다. 그 밖에도 앞다투어 출간된 몇 권의 책을 훑어본 소감은

1)    대단하지만 여전히 기계일 뿐 2) 더더욱 사용자의 기술이 필요한 기계라는 생각이다. 

사용자의 기술이라 함은 챗지피티와의 대화 능력이다. 챗지피티가 저장하고 있는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에서 여하히 원하는 답을 끌어 낼 수 있는가는 오로지 질문자의 역량에 달린 문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일에서 스마트 폰을 쓰는 데까지 어느 것 한가진들 사용자의 능력과 무관하겠는가 만은 이건 지적 능력과 직결된 문제다. 그야말로 데이터 대 데이터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공방에서 사용자의 질문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이런 질문만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prompt engineer)이 각광받는 세상이 되었을까? 


인생의 불운을 논하다가 곁길로 샌 감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 시대의 진정한 불운은 여하히 디지털 변화를 좇아가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은퇴 후 정착한 전원 주택에서 주변 지인들과 모여 책도 읽고 악기도 다루며 이러 저런 취미 생활로 소일한다. 그럴 때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대신 사 달라, 물건을 주문해 달라 하는 요청을 받는다. 식대나 소소한 회비 갹출도 현금으로 한다. 내 겐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저들은 별 불편을 못 느끼는 듯싶다. 


그렇다면 불운은 누구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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