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누구인가? 내 남편의 무덤 앞에서 우는 그녀는?
삼우제를 지낸 지 며칠이 지나,
저는 혼자서 용미리로 향했습니다.
구파발까지 가서 버스를 갈아타고,
낯선 거리 풍경을 지나 부대 앞 삼거리에서 내렸습니다.
작은 가게에 들어가
캔맥주 하나와,
그가 즐겨 피우던 도라지 담배 한 갑, 그리고 안주를 샀습니다.
"아주머니, 용미리 어떻게 가나요?" 하고 묻자,
"아이고, 젊은 엄마가… 어떡해.
이리 나가서 저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나와요."
아주머니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저를 보며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삼우제 때 왔던 길을 기억해 가며,
담배와 캔맥주가 든 봉지를 들고 힘없이 걸어갔습니다.
그때,
한 대의 승용차가 제 옆에 멈춰 섰습니다.
"용미리 가시나요?"
"네."
"타세요. 태워다 드릴게요."
제가 경계하며 주저하자, 그는 말했습니다.
"바로 얼마 전, 우리가 묘비를 만들어드렸어요.
묘비에 고인의 글을 새기면서 서른네 살 젊으신 분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참 아팠어요.
그래서 아는 거니까 다른 생각은 하지 마시고 타세요.
거기까지 걸어가기엔 좀 멀어요. 가는 길이니 타세요."
알고 보니 그는 얼마 전 내 남편의 묘비를 만든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차에 올랐습니다.
"5분도 안 걸리는 거리니까…" 하면서.
"어제도 왔다 가셨는데 오늘 또 오셨네요?"
"제가요?"
"네. 어제 지나가면서 보니 젊은 여자가 산소 앞에 앉아 울고 있길래, 저는 부인인 줄 알았습니다."
"혹시 잘못 보신 건 아닐까요?"
"그럴 리가요. 묘비도 우리가 세운 거라 잘 알아요.
아직 옆에 묘도 들어오지 않아서, 바로 알죠."
순간
저는 이게 무슨 소린지 멍해졌습니다.
누구지?
어떤 여자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묘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조용히 감사 인사를 하고,
천천히 내 남편이 누워 있는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어제 묘지 앞에 있던 여자는 누구지...
그 사람이 잘못 본 걸 거야.'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직 잔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한눈에도 방금 묏자리를 쓴 것임을 알 수 있는 그곳에
그가 누워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아직 시들지 않은 꽃이 놓여 있었고,
왼쪽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심겨 있었습니다.
분명 삼우제 때에는 없었던 나무였습니다.
'아니, 누구지.
도대체 누가…'
제가 모르는 여자가,
내 남편의 산소에 꽃을 놓고,
나무를 심고,
울고 갔다는 것입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저는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저는 그 나무를 뽑아버렸습니다.
'이게 뭐야.
도대체 누가? 왜?
말도 없이, 내 허락도 없이.
내 남편의 산소에
감히
무슨 짓을 하고 간 거야?'
며칠 뒤
저는 그 여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제 앞에서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울었습니다.
친구였다고 했습니다.
마치
자기 남편이 죽은 것처럼,
그녀는 내 앞에서 슬퍼하며 울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슬프기보다는
황당했습니다.
제가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친구였다고 했습니다.
친구였다고…
믿어달라고 했습니다.
믿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