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수영장 펑요우(朋友)

by 초록 향기

2-15. 수영장 펑요우(朋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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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되면 수영장에는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이 많았다.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를 튜브 안에 넣고 작은 손을 잡아 함께 노는 아빠의 모습,

한쪽에서는 엄마가 어린 딸에게 수영을 가르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마음이 울컥했다.

한국에 있는 내 딸 리아가 떠올랐다.


리아가 다니는 초등학교 옆에는 수영장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체육시간에 수영을 배우러 갔었다.

수영장 가는 날 아침이면 학교 가는 것이 그렇게 좋다고

수영복을 챙기며 즐거워하던 리아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런 리아와 함께하지 못하는 내 마음,

엄마로서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왔다.


그렇게 저녁마다 수영장을 다니던 어느 날이었다.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아이가

내 옆에서 아빠와 함께 수영을 배우고 있었다.


그 아이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你看看!(니 칸칸!) 물속 좀 봐요.

수영장 안이 얼마나 예쁜지, 한 번 봐 봐요!”


나는 그때까지도 고개를 숙여 물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나, 무서워서 못 보겠어…”


그러자 아이가 다시 말했다.


“아니에요! 이렇게 하면 돼요. 하나도 안 무서워요. 나를 봐요.

고개를 숙이고 눈을 뜨고 가만히 보면 돼요!”


그날 나는 용기를 내어 아이가 말한 대로

머리를 숙여 눈을 뜨고 천천히 물속을 들여다보았다.

수영장 바닥까지 반짝이는 물결이 처음으로 선명하게 보였다.


그 작은 아이 덕분이었다.


그 후로 우리는 가끔 수영장에서 만났다.

나는 속으로 그 아이를 ‘수영장 펑요우(朋友)’라고 불렀다.


비슷한 시간에 와서 물놀이를 하며 함께 웃는 사이.

‘펑요우’라는 단어가 그렇게 가슴에 와닿을 줄은 몰랐다.


그때의 나는 펑요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어의 ‘朋友(펑요우)’는 ‘친구’라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어의 친구가 또래를 떠올리게 한다면,

중국어의 ‘펑요우’는 나이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관계였다.


어린아이도, 나이 든 어른도 모두 펑요가 될 수 있는 것.

그래서 나는 중국어의 ‘朋友(펑요우)’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날 이후 수영장에 갈 때면

펑요우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기대가 생겼다.


비록 어린아이였지만

함께 물속을 바라보며 깔깔 웃던 그 순간들은

나에게 오랜만에 찾아온 따뜻한 시간이었고,


잠시지만 기다림과 웃음을 주었던 그 아이는

내 수영장 펑요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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