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라이프

사다

by 피아노

쇼팽 녹턴 9번 2악장에 이어서 녹턴 한 곡을 더 치고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를 배웠다. 내 수준에 어려운 쇼팽의 곡을 오랫동안 친 후 <짐노페디>를 배우니 악보를 보는 것은 덜 어려웠지만, 곡을 완성하기가 만만치가 않다. 듣기를 좋아했던 곡들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이 요즈음 힘겨운 날들에 힘이 되어준다. 최대한 작고 느리게 감정을 모으고 담아 치는 일이 꽤나 어렵지만, 난이도가 높을수록 내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듣기에 좋고, 반복적으로 연습할 때도 지루하지가 않다. <짐노페디>의 다음 곡으로 다시 쇼팽의 왈츠 10번 69-2를 시작했다. 왈츠인데 구슬프다. 악기를 왜 배워야 하는가를 요즘 알 것 같다. 바이엘부터 시작한 기나 긴 연습의 시간이 치면서 희열을 느끼는 곡들을 나에게 주기 시작했다. 더 수준을 올리면 그 희열의 크기도 커질 것이다. 쇼팽 왈츠 10번의 고음 부분을 땅땅땅 칠 때 미쳐버리겠다.


일하는 곳에 피아노가 있어, 종종 쳐보고 좋은 피아노의 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내 피아노 연주가 더 좋게 표현된다. 그래서 큰 결심을 하고 오늘, 오래된 나의 피아노와 작별했다.

오래된 피아노와는 헤어졌지만 새로운 피아노가 주는 이 감동을 어쩔 것인가.

소리가 다르다. 피아노가 한층 더 사랑스럽다. 통유리창 밖으로 자연이 보이는 넓은 공간에 놓인 그랜드피아노를 원했지만, 현실은 흰 벽에 붙여 그나마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야마하 피아노다.

새 피아노와 앞으로 나는 어떤 여정을 가게 될 것인가.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아름다운 음악이 있는데 , 찾아 듣는 것은 한계가 있고, 늘 몰라서 못 듣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유튜브는 알아서 다양한 음악을 잘도 띄어준다. 유튜브에 없는 게 없다. 그래서 유선생이다.ㅎ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의 연주 영상도 큰 도움이 된다. 피아니스트뿐만 아니라 모든 연주자들은 연주할 동안 잠깐 신이 머무나 보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 표정이 아름답다. 한 음, 한 음 정성을 들여 또박또박 명확하게 그 빠른 음들을 잘도 친다. 나도 피아노 치면서 감정을 끌어올린다.ㅎ 이제 피아노 소리도 좋아졌으니 대강 없이 심혈을 기울일 최고조의 마음을 가져본다.


조금 머리가 복잡한 일들을 뒤로하고 2025년도는 큰 마음을 먹고 안 해봤던 헬스 PT를 시작했다. 뭉치고 둔했던 근육들이 깜짝 놀라고, 나도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떠 근육과 함께 놀라고 있다. 꼭 필요했던 근력운동이다. 빽빽한 운동기구들이 무섭기도 했고, 운동하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 가는 게 좀 두렵기도 해서 미뤄왔던 운동이다. 건강에 적신호가 오니 움직인다. 아파봐야 시작한다. 전문가의 스트레칭 코치를 받고, 나는 내 몸에 대해서 얼마나 무관심하고 무지했던가를 깨닫는다.


희고 작은, 소리가 좋은 새 피아노와 쇼울더 프레스, 몬스터 글루터 등 운동기구가 2025년 12월, 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지 궁금하다. 철학자 최진석 교수님의 <건너가기>를 기대해 보며, 현재의 나를 뛰어넘기 위해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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