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다
#1. 현재 강릉시립미술관 솔올에서는 화가 <김환기 특별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뉴욕시대>가 전시 중이다. 얼마 전, 동해바다를 보러 갔다가 들렸는데 추상화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빠져 그림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무엇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인가. 나는 무엇에 감동이 되는 것인가.
그림은 단순하다. 그런데 그 그림 앞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건 왜인가.
사회생활을 하며 타인에게 보이는 부분을 어쩔 수 없이 생각하며 살다가 순수하게 나의 진짜 감정을 느끼는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 앞에 섰을 때, 아름다움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도파민 터지는 순간이다.
#2. 봄날의 연두를 어쩔 것인가. 한바탕 벚꽃이 세상을 물들이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월이 되니 모든 나무들이 연두잎으로 뒤덮였다. 새 봄에 돋아 나는 어린 연두잎들이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운전하면서 가로수와 배경의 크고 작은 산들의 연둣빛 풍경들이 나의 호들갑을 부추긴다.
연휴에 숲을 보기 위해 홍천강변의 숙소에 머물다 왔다. 구불구불 홍천강변을 따라가는 길의 산 풍경과 나무들이 꽃만큼 황홀하게 한다.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나이 들면서 꽃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 연두가 보이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마운틴 뷰의 이 숙소는 자연으로 둘러싸여 조용히 쉬다가 오기 좋은 곳이다. 도시의 공기와 다른 쾌적함이 느껴진다. 고요하게 차를 마시며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작지만 수영장도 있다.
수영할 때 최대한 몸을 느리게 움직여 물을 가르며 자유로움을 느낀다. 침구 때문이었는지 편안한 잠도 기분 좋게 했다. 강이 흐르고 사방이 산인 이곳에서 도시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숨을 쉰다.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순간이다.
#3. 많은 사람들이 달린다. 보기에 쉬어 보인다. 그래서 나도 달려본다. 안 쉽다. 달리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달리는 것이 좋다는 걸 안다. 몸을 움직여야 뇌활동도 탄력을 받는다.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 치료에 가장 좋은 것이 운동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운동이 좋고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실천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어깨가 아프기 시작하고 운동이 선택사항이 아니게 되었다. 아파봐야 시작한다. 생존을 위해 헬스장을 찾았다. 몇 군데를 가봐도 쇳덩어리 머신들만 가득 있는 헬스장이 적응이 안 되었다.
다행히 잘 맞는 트레이너를 만나서 1월부터 시작한 운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운동기구에 의지해 몸을 움직이고 집중해서 힘을 가한다. 안 쓰던 근육이 움찔움찔하고 땀이 흐르고 묘한 희열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트레이닝을 받지 않고 혼자 운동하는 날은 헬스장 분위기가 매우 어색하다. 운동기구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언제 끝나나 살펴야 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같은 공간에서 운동하는 게 편하지 않다. 그래도 힘겨운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리가 풀리고 몸에 힘이 쫙 빠지는 그 상태가 좋다.
땀이 줄줄 흐르고 보이지 않는 근육도 변화가 생기고 운동 후 뇌회전도 더 잘 되고, ㅎ 힘들어 죽겠지만 개운한 순간이다.
#4. 유튜브 뮤직을 듣다가 'OLD HAVANA CAFE'에서 연속으로 나오는 쿠바의 노래를 만났다. 쿠바의 수도 하바나의 카페에서는 이런 음악이 나오는 건가. 딱 내 취향이다. 집에서 듣고 운전하면서 듣고 운동하면서 듣고 일하면서도 듣는다. 음악이 이렇게 기분을 올려주고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아, 하바나에 가고 싶다.
#5. 살아가면서 몸이 아프고 일이 힘들고 관계가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그러나 죽어라 죽어라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도파민이 터지는 순간들도 온다. 짧은 인생이다. 소소한 즐거움의 세계를 확장하기 위한 생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