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아노 Nov 25. 2024

듣다

 일요일 저녁이다. Lazy Afternoon이라는 동네의 작은 카페다. 1960년대의 올드 재즈가 흐르고 알록달록한 트리 장식으로 크리스마스 무드 가득이다. 겨울인가 보다. 노트북과 책을 챙겨서 별 기대 없이 나왔는데 이 분위기 무엇!

내부는 단조로운 디자인으로 조도가 다른 곳에 비해서 상당히 낮아 어둡다는 느낌을 준다. 집중해서 글쓰기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다. 커피 향도 난다. 보통은 이어폰을 끼고 나의 플레이 리스트를 여는데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로 사람들의 대화가 묻히고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오! 음악의 힘이다. 

 여행을 할 때 블루투스 스피커를 갖고 가서 숙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빌에반스(Bill Evans)나 폴데스몬드(Paul Desmond), 데이브 부르벡(Dave Brubeck)의 재즈를 튼다. 요즘은 숙소에 스피커가 있는 경우가 많다. 재즈를 들으면서 여행이 시작되고 그래서,

내 여행은 JAZZ다.

 어릴 때 턴테이블 위에 조그만 발레리나 유리 인형을 올려놓고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 인형이 LP 판을 무대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피아노 소리가 나를 사로잡았다. LP 플레이어로 듣는 지직지직 선명하지 않은 비틀즈도 신세계였다. 피아노 소리와 비틀즈의 목소리는 나에게 특별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에서 떨릴 때 갈비뼈에서 난장이들이 번지점프한다고 했는데 피아노 음악과 비틀즈의 노래에 나의 갈비뼈도 바빴다. 조용필과 김수철의 노래도 나를 사로잡았다. 

음악은 왜 마음에 감동을 주는가.

 

 어느 날은 언니가 나를 포함한 동생들 세명을 주르륵 앉혀놓고 동요 <동네 한 바퀴>로 돌림노래를 하게 했고 <오빠생각>의 화음을 알려주며 함께 노래를 불렀는데 재밌었다. 서로 다른 음을 부르는데 조화를 이뤄 하모니가 만들어지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음악을 듣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나의 꿈이 되었다. 한때 만났던 친구는 모든 노래에 화음을 넣을 줄 알아서 만나면 함께 노래를 불렀고 나는 그때 알았다. 함께 노래 부를 때 내가 행복해진다는 것을.

 우연히 초대된 일곱 명의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회에서 바이올린 소리에 매혹되어 그 이후로 클래식 공연장을 종종 찾는다.  내가 아름다움 속에 있는 것 같은 아카펠라나 소년합창단의 공연도 경이롭다. 주일에 교회에 나가 성가대에서 함께 부를 때 각 파트별로 내는 소리와 그 소리가 합쳐졌을 때 나오는 하모니가 예술이다. 나에게 무척 소중한 시간이다. 지인들에게 함께 노래할 것을 권하면 다 기겁한다. 이건 무슨 반응이지. 노래를 부를 때 행복한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건가.ㅎ 

내 꿈은 아카펠라다. 

 내 삶에 음악이 늘 함께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듣고, 청소하면서 듣는다. 운전하면서 듣고 책 읽으면서 듣고, 여행하면서 듣고, 일하면서 듣는다.

언젠가 휴대폰 고장으로 한동안 음악을 들을 수 없었을 때 알았다. 음악 듣기가 멈춰져, 있던 것이 없어졌을 때, 그 있던 것이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세상에 당연하게 하나도 없다. 

 함께 잘 지내던 사람들의 서운함 표현이 날카롭게 나에게 돌아올 때, 나를 돌아보며 우리들의 평화가 당연한 게 아니게 된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는 산에 오르는 게 소원이시다. 걷는 게 당연하지 않다. 손톱 끝 작은 거스러미만 생겨도 편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 아프지 않은 게 당연하지 않다. 그래서 다 감사하다. 마음과 몸의 상태가 편안할 때 음악은 즐겁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이러나저러나 늘 음악이 옆에 있어 주어서 고맙다.


<알랭드보통>의 <<불안>>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예술가들의 작품에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항의가 나타나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우리의 시각을 교정하고, 아름다움을 인식하도록 교육하고, 고통을 이해하거나 감수성에 다시 불을 붙이도록 돕고, 감정이입 능력을 길러주고, 슬픔이나 웃음을 통하여 도덕적인 균형을 다시 잡아주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아널드는 이런 태도의 핵심을 이루는 선언으로 자신의 주장을 마무리한다.

-예술은 "삶의 비평이다">



작가의 이전글 너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