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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리 Nov 14. 2024

11월 내 책상은?

부제 : 내 공간.



11월 중순이 다 되가지만 아직은 따뜻한 (?) 계절인 것 같다. 빨리 첫 눈이 오길 기다린다. 첫 눈이 오면 예술의 전당에 가서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작품을 구경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설명을 하자면, 내 방엔 커튼이 없어서 다이소에서 구입한 면사포 햇빛 가리개가 있고, 책상과 벽 사이에는 2018년도 부터 이수했던 보수교육 책 자들이 꽂혀있다. <고립에서 연결로 자방센터 10주년 개소기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1주년 개소식>, <연세의료원 생사센터 연합심포지엄> 책자도 꽂혀있다. 

그 밖에 <2023 동 복지아카데미 현장사례를 중심으로 한 고독사 예방>, <상반기 자살 위기대응 실무협의회>, <인하대 황순찬 - 성격장애에 대한 이해>, <2023년 제 3차 법정보수교육 '비대면 자살예방상담 어떻게 변화하고 대응해야 하는가?'- 고진선 서울특별시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아동,청소년의 자살 위기개입-백민정 수원시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 자료들이 꽂혀있다. 

책상 내부로 들어오면 왼쪽 이케아 핑크 바구니에 담긴 책은 <세이노의 가르침>,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EAAFP 자료>, <복지관사례관리 공부노트>, <좋은생각 10월, 11월, 12월호>,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김경일>,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 신아현>, <회복하는 인간-한강> 책과 서적들이 꽂혀있다.

바구니 앞에 나온 책들은 <세월호, 다시쓴 그날의 기록-세월호 기록팀>, <오픈 다이얼로그-닉푸트맨, 브라이언 마틴데일>, <가장 외로운 선택, 청년 자살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 김현수, 이현정, 장숙랑, 이기연, 주지영, 박건우 지음>, <자살예방의 모든 것-이론과 정책, 한국자살예방협회 편>, <2023년 제17회 자살예방 종합학술대회 자살 위험사회, 무엇을 할 것인가?> 책들이 함께 있다.

가운데에는 LG그램 노트북, 그 밑에는 이케아에서 구입한 천으로 받침대 역할을 했고, 마우스도 그램 노트북 살때 마우스를 두 개나 줬다. 조명은 이케아 제품이다. 너무 눈부셔서 천으로 덮어놨다. 충전 기기는 <29CM> 에서 5만얼마 주고 구입한 제품이다. 핸드폰, 에어팟, 애플워치 3종 다 충전가능한 기능인데 지금 애플워치는 잃어버렸고, 에어팟도 블루투스가 안 먹혀서 하나 사야할 지경이다. 일단 고쳐본다. 

오른쪽엔 2016년 부터 대학시절에서 정신건강수련생 시절 공부했던 책자들과 교육 이수했던 자료들이 꽂혀있다. 이 많은걸 3주만에 머리에 다 집어 넣기란 말도 안 되기 때문에 왜 선배들이 종종 책을 들여다 봤는지 이해가 간다.

 수련생때 공부안해두면 현장 실무 나가서 더 고생한다는 말을 이제 알겠다. 그러니까 수련이 제일 힘들것 같지만 현장이 더 힘들다. 현장에서 편하다고 한다면 그건 글쎄다. 그 조직은 편하게 일하는 걸까 아님 요령있게 하는 걸까 아님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조직일까. 나도 그런 곳에서 일해 보고 싶다. 경험해보고 싶다아.. 성격상 그게 될지는 모르겠다. 

오른쪽 책자 밖에 나와있는 책들은 <개정판 집단프로그램 활용지침서-용인정신병원 사회사업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1.2 급-상) 최태성 큰 별쌤. 센터에서 탈주하고 싶어서 건강보험공단으로 이직해야지 하려고 가산점받으려 구입한 책이지만 3강까지 듣다가 퇴근하고 피곤해서 공부가 안되서 시험을 못 쳤다. 이것 또한 핑계다. 

최신정신의학 dsm-5 책이다. 마지막 직장에서 내 무지함을 너무나 느껴서 다시 수련생시절의 마음으로 dsm-5 둔기같은 이 책을 다신 안보리라 생각했는데 다시 꺼내왔다. 그러다 퇴근하는 정신과 과장님이 "어? 그책 dsm5 네요." 그렇다. 나는 퇴근시간 바리바리 책들을 내 사무실에 갖다 놓고, 같이 근무하는 쌤한테 언제든지 열어서 보라고 그랬다. 그게 나는 후배 양성인줄 알았는데 뭐 수요없는 공급은 꽤나 지칠 수 있다. 실은 나도 팀장님들이 책 던져줄때 주말에 데이트 하기도 바쁜데 왜 책을 읽으라고 과제를 내주시는 건지 몰랐다. 그래도 꾸역꾸역 책을 읽고 그 다음날 아침 회의에서 내용 요약을 했다. 

무서울땐 메모장에 정리한거 고대로 읽어도 되냐고 여쭙고 그랬다. 그렇게 책 스터디를 했다. 책 스터디를 팀원들과 하다보면 생각하는 지점들 그리고 성향 파악하기가 좋고, 어디가 어려운지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맞출 수 있는 작업이다. 회사에선 일만 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지식 배양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서비스 제공자나 받는 사람이나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이다.

물론, 귀찮고 피곤하면 책을 안 읽었지만 대충 읽은 척 하고 눈칫껏 대답하는 센스도 있어야 한다. 솔직히 모두 다 같은 마음인데 어쩔 수 없이 하는 분위기일때도 있다. 팀장이라고, 선배라고, 사수라고 다 부지런하고 매일 같이 모범적이지 않다. 인간이라서 그렇다.

<제3판 임상 실제에서의 정신과 면담> 이 책은 수련생때 감사하게도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이 교육을 해주셨다. 각 챕터마다 써머리를 해서 궁금한 점 질문하고 답변받는 식으로 귀한 시간이었다. 물론 수련이 지나고, 복습을 안하면 까먹는다. 그리고 다시 본인의 패턴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니까 한 번 배울때 필기를 해놔야 다시 들춰보면 무슨 내용인지 더 기억에 남으니까 뭐라도 끄적이는게 나중에 다시 열어볼때 더 빨리 기억해낼 수 있다. 그 정신과 과장님들은 내가 그만 두는 날 두 분다 그만 두셨다. 잘 지내실까 싶지만. 시절인연이라 생각한다.

<정신분석에로의 초대 - 이무석> 수련 시작 전 과제가 딱 2가지 였는데 한 가지가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과 자기분석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나는 이무석교수님이 누군지 모르고, 퇴사 후 <30년만의 휴식-이무석> 책을 읽고 혼자 무의식 세계를 야매로 파헤쳤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겠지만 분명한 건 어느정도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퍼즐은 맞춰졌고, 도움이 많이 된것도 사실이다. 

 자살사고가 심할 땐, <30년 만의 휴식-이무석>, <죽고싶은사람은 없다-임세원>, <세이노의 가르침> 이 3권을 돌려서 읽었다. 그러곤 <부부가 둘다 놀고 있습니다.-편성준> 작가님 책을 보며 유머도 한 스푼씩 넣어줬다.

아,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만일 내가 그때 내말을 들어줬더라면-나종호> 두 권의 책도 돌려서 읽었다.

그러면서 세상 탓에 대한 원망, 아무리 내가 뺑이를 쳐도 먹고 사는데에 애환이 없을 수 없겠구나, 세상을 너는 몰라. 너가 어려서 그래, 세상에 이치가 그래. 강자한테 한 없이 약하게 굴고 약자들에게 한 없이 싸가지 없게 구는 강자들을 보고 반박이라도 하고 싶어서 읽었던 책들은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이 두 권을 읽고, 그 와중에 시청한 드라마는 <돌풍-정수진> 드라마를 보고 리뷰를 짧막하게나마 썼다.

아마 다들 알 것이다. 위로 올라갈 수록, 직장생활을 오래 할 수록 권력이란, 직급이란, 피라미드 구조가 확실히 있다는 것을. 

운전을 하면서도 주차도 안 된 상황에 바로 내려서 고개를 조아려야 하는 그 행위들에 나는 갸우뚱을 했다. 저렇게 까지 해야할까? 저걸 그리고 원하는걸까? 같은 인간이지만 인간계 사람이 아니라 무슨 신격화하는 모습에 나는 위로 올라가긴 글렀다 라는 생각을 했다. 

저렇게 까지 하지 못하는 성격에 완장차는 것도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돈에 대한 흥미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냥 사람 살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서 그랬다. 적어도 나로 인해 내 앞에 온 내담자들이 내 실수로 내 무지함으로 상처를 되려 받고 외로운 선택을 반복하면 안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내가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내가 껴든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살려낼 수도 없다. 하지만 살릴 수 있는 사람마저 무지함으로 인해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지는건 방지하고자 책을 보기 시작했다.

같이 보자고 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공부도 셀프다. 강요하는 순간 그냥 꼰대밖에 안 됐다.

다 먹고 살만하면 굳이 절박하지도 간절하지도 않다.

그러다가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후회하는게 인간이다.

남탓 하는게 인간이다.

내가 그랬다.

내가 그랬으니, 

후배들은, 밑에 친구들은 무지해서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치만 후배도 백이면 백 천성이 다 똑같지 않아서

약아 빠진 연/놈들이 있고,

싸가지가 있는 연/놈들이 있다.

라인을 탈땐 그 사람의 재산, 직급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일을 대하는 태도와 진정성.

내가 진성성에 대해 논하다니 

사람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많이 말씀해주셨다.

나는 그게 무슨말인지 몰랐다.

왜냐, 다들 진심으로 하는거 아니였나? 싶었던 나였다.

난 늘 진심인데

아닌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그러니 내가 당했지.

당했다는 것도 내 일방적인 사고의 오류인가?

그 누구도 믿지마, 가족 외 믿지마 라는 소리를

동기고 상부고 해주는 말들.

나는 그 말에 그럼 누굴 믿고 일을 하나?

그럼 내 주변에 내 쁘락치들이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누구일까?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

누군지 다 눈에 보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그 뻔뻔함을 나도 배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도 뻔뻔해지는 것에 

상당히 흡수가 빠른 나는

뻔뻔함 레벨을 찍어준다.

그럼 아주 발작들 하는 그 모습들이 재밌어서

씩 웃어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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