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도에 다시?
<93년도 다시> 정소연
일단,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인생은 한 번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93년도 대한민국에서 나는 또 다시 태어났다. 나는 화장대에서 책을 거꾸로 들고 읽는다. 그것도 늘 똑같은 책만.
그렇게 나는 생각을 뒤집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계속 거꾸로 생각하니, 사람들이 신기해 하기도 하고
재밌다고 하기도 하고, 반응이 없기도 하다.
근데 상관없다. 어떤 사람이 되든 상관없다. 상관 있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 지가 상관있다.
그럼에도 알아가 보자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나 고민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과제를 쓰는 과정에도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은 주제를 받고 고민한다. 어떻게 쓸까, 다시 태어난 다면 나는? 똑같은 문제를 또 고민할까? 아님 다른 문제를 고민할까? 그렇게 고민 속에 우리는 해답을 찾아가기도, 멈추기도, 돌아서 가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답은 있다. 정답은 우리를 올바르게 만들어 준다. 아니,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이끌어 준다. 그러니, 정답이라는 말은 쉽게 해선 안 된다. 모두가 정답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모두가 말 하지 않아도 그게 맞지 라고 속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말하기 어려운 상대가 앞에 있어도.
그게 정답입니다. 그게 맞습니다. 그건 틀렸습니다.
정답은 이거 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우리는 언제부터 용기를 잃었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용기를 가져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갔을까.
용기는 지금부터 다. 지금 글을 쓰는, 지금 이 글을 보는, 지금 그 생각을 하는 모두가 용기를 이미 내고 있다.
(* 사진은 아버지가 사준 첫 중고차, 지금은 저렇게 깨끗하지 않다. 이리 긁히고 저리 긁히고, 주인을 잘못만나서 관리를 잘 못해줬다. 그래도 주인을 잘못 만난거 치곤, 너무 잘 다녀줘서 무사고다. 지금은 9만이지만 15만을 타고 바꿀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