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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리 Dec 05. 2024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2)-세이노

시간을 잃는 게 제일 두렵다.



p. 62

81년부터 90년까지 10년간 언론에 게재된 자살 기사 총411건을 분석한 논문(중앙대 의대 박동철)에 따르면, 자살 동기는 '경제적 가난'이 86건(21%)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정서적 갈등'79건, 부부갈등 66건, 학업문제 24건, 등 순이었다. 또 자살의 심리적 원인은 절망 및 고독감 117건, 열등감 52건, 갈등 상황 도피 47건, 순으로 조사 됐다. 연령층별 자살률은 20대가 가장 높고 다음으로 30대 10대 순으로 나타났으며 남자가 여자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 2023년도 어느 지역의 응급실 자살률을 보면 어떨까? 195명 중에 자살시도자 148명 (자살 성공 사망자 8명), 자살고위험군(자해) 47명, 야간 시도자 140명, 성별은 남 69명, 여 126명, 연령대별 순서로는 30대가 가장 높았다. 


 자살 및 자해 시도자 시도 사유 분류가 제일 어려웠다. 자살시도자들은 한 가지 이유만으로 자살을 선택지에 넣지 않는다. 여러 중복사유가 겹치고 트리거가 발동이 되었을 때 시도를 한다. 그것 또한 죽고 싶어서 죽는 게 아니라 죽어야 끝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죽는다. 이 세상에 자살하고 싶어서 자살하는 사람은 없다. 본인의 과업이 인생이 버거워서 살기 싫고 지겨워서 죽으려고 든다. 1. 정신질환> 2. 말다 툼, 싸움(부부, 자녀-부모,고부갈등, 이성문제) > 3. 주취상태 충동적, 감정조절 어려움으로 스트레스 관리 미흡해서 하는 시도   


이게 중복으로 분류했을때 가장 많이 나타난 순이다. 그 외 사유들도 많지만 혼자 주말에 분류했던 생각이 떠올라서 안 적고 싶다. 신기한게 배운대로 통계가 나왔다. 5월달에 가장 시도자가 많았고, 12월엔 적었다. 근데 이건 뭐 다른 지역 병원으로 빠질 수도 있는 문제고 지역마다 시도 방법 또한 달라서 여러가지 변수요인들이 있다. 인구수가 줄어서 자살시도자 수마저도 줄을 수 있고, 병상 수가 없어서 응급실에 오지 못해서 카운트가 안 된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시도 방법으로는 약물음독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둔기/예기, 그 다음이 기타화학 물질(액상세제, 손소독제, 유한락스, 자동차 워셔액, 에프킬라), 농약음독, 가스중독, 목맴, 추락, 부딪힘 다양하다. 


삶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이 상담에 동의를 한다? 나를 4번이나 만나서 상담에 응해주신다? 진짜 어려운 일이다. 삶 인생을 끝내려는 사람한테는 섬세하고 다정하게 다가가야 한다. 그 삶의 문턱에서 아슬하게 걸쳐있는 사람이 나와 시간 약속을 하고 그 추운겨울이든 더운 여름이든 선선한 가을이든 나를 만나러 나오기 위해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옷매무새를 신경써서 내 앞에 앉는다는 건 나 또한 그 만큼 공부를 하고 진심을 다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문제 해결을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근데 자살실무자들은 웃거나 행복하면 안되는 것도 없지만 적어도 그들 앞에서 만큼은 그들과 비슷한 감정이나 동감이 아닌 공감을 하기 위해 텐션을 바꿔야 한다. 물론 개인적인 성격이나 성향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건 연령별로 또 선택적으로 바뀐다. 10대는 10대 눈높이에 맞게 20대면 20대 눈높이에 맞게 30대면 30대에 맞게 40대면 40대에 맞게 50대 60대 70대 80대 각자 다 겪는 아픔들이 다르다. 그래서 시사,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사기치는 개새끼들이 자살를 만들고, 제 3금융권들도 자살자를 만든다. 


누군 그럴려나? 누가 그러니까 사기당하래? 누가 칼들고 대출받으라고 협박했냐? 이딴 말을 씨부리는 새끼는 비전공자니까 그렇다고 쳐. 근데 실무자인 나도 그렇게 그들을 나무라야 할까? 그러니 아무리 자살실무자가 좆뱅이를 쳐도 저 원인을 때려 잡지 않으면 계속해서 뒤지는 사람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값이고, 딥페이크고, 마약을 판매하는 새끼들이고 그들한테도 화가나고 그런 곳에 노출된 내담자도 쓴소리가 듣고 싶어 내 앞에 앉은건 아니겠지만 나도 욱하게 된다. 물론 욱만 하는게 아니라, 따뜻한 마음도 내가 전해준다. 방을 치우는 사람 따로, 방을 어지르는 사람 따로 이렇게 굴러가면 안된다. 방을 어지르는 사람이 직접 치울 수 있도록 자립할 수 있도록 등대같은 안내자 역할을 해주는게 실무자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게 또 4회기 만에 자살시도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 사례관리가 필요해보이는 사람은 연계를 해줘야하는데 담당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또 새로운 담당자를 만나 마음의 문을 열기가 쉬울까? 그러니까 적당히 라포를 쌓아야하고, 나와 헤어지는게 아쉽지 않게, 그리고 새로운 담당자에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게 밑 작업들을 해놔야 한다는 것이다. 선배들 동료들 후배들은 이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요. 돈 나오니 꿀꺽 하는건 아니겠지요.)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뒤 통계청이 내놓은 "99년 한국인의 사망원인분석"에서도 자살자는 10-30대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고, 


(* 그렇다 우리는 지금 8년만에 10대 친구들의 자살을 최고치로 겪었다. 10대 친구들이 왜 자살을 택할까? 그 가해자는 본인 스스로일까 아님 어른들일까? 아님 우리 사회일까? 자알~ 생각해보길 바란다. 부모들아. 어른들아. 나 포함)


그들 세대에서 자살은 교통사고 다음의 최대 사망원인으로 나타났다. 즉, 자살자들은 젊고 싱싱하고 건강한 10-30대 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며 건강 상실이 동기가 되어 자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 세이노 선생님은 반박을 잘하신다. 다 맞는 말이라 토달 말이 없다. 물론 나는 세이노 책을 읽다가도 아니다 싶은 건 아니라고도 말한다. 그게 세이노 필명처럼 아니라고 하는 것엔 거침없이 노! 하지만 왜 노!라고 하는지도 그 사유가 납득이 가야한다.) 


이거 좀 이상하지 않은가. 흔히 사람들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하고 모든 것을 잃었다면 당연히 절망하여 자살할 것 같은데, 그런 이유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들보다는 건강하고 탱탱한 몸을 갖고 있음에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사실 말이다. 


(* 몸매가 좋은데도 자살을 택한다. 외형적으로 훌륭한데도 자살을 한다. 학력/학벌이 좋은데도 자살을 택한다. 부모가 돈이 많은데도 자살을 택한다. 우리나라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게 개인의 문제일까? 그럼 정신질환은 왜 올까? 어디에서 올까? 기질적? 태어날때부터? 아닐걸? 논문이나 기존 패러다임을 싹다 바꿔야할 판이다.)


건강하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데도 왜들 그렇게 죽으려고 하는 것일까? 몸이 건강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갖게 되어 고민 끝, 절망 끝, 행복 시작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 아닌가. 


(* 현재 가진게 없을지라도 죽지말고 달려라. 어디서 어떻게 어떤 자세로 달려야 할지 모른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라. 시, 군, 구 정신건강복지센터(조현병, 조울증, 주요 우울증) 주로 다루고, 중독통합관리센터(마약, 컴퓨터, 도박, 알코올) 4대 중독이다. 부부싸움, 가족싸움 이런건 가족지원센터가 있다.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는데 1588-0199(정신증관련) 109 (자살관련) 24시간 운영 전화다. 그냥 핸드폰에 저장해두고 전화를 걸어라. 그리고 전화 연결이 되지 않으면 핸드폰이고 노트북이고 데스크 탑이고, 글을 적어라. 


왜 내가 죽고 싶은지 유서를 남겨라. 유서를 쓰다보면 본인 스스로가 그 글을 읽게 된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적게 되고, 그 유서를 쓰는 작업이 개같이 슬프고 죽음의 마무리작업이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 자신의 또 다른 페이지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유서를 작성해라. 글을 써라. 글. 


내 지르지 못한 말들을 유서에 적고, 집 밖으로 나가라. 그리고 걸어라. 배고프면 라면도 사먹고, 라면 사먹을 돈이 없으면 무료 급식소라도 가라. 하지만 그 처지가 너무 좆같이 느껴지면 샤워하고 처울어라. 수돗세가 밀렸다고? 어차피 밀린거 일단 더 밀려봐라. 죽어서 삶을 끝내는 것 보다 수돗세라도 갚고 죽어라.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고? 당근어플보면 강아지 산책도 돈을 주고 시키더라. 그리고 쪽팔리면 새벽에 청소하는 업무도 있다. 어차피 세상을 등지려는 그 마당에 팔릴 쪽이 있는가? 하루에 1만 원이라도 벌면 그 1만 원이 지금 24년도에 작은 돈일 수도 있지만 중앙시장에서 1만 원도 못팔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할머니들이 태반이다. 그러니까 죽지말고, 그 1만 원으로 또 담배사고 술사먹고 다시 도루묵 될 생각말고 수돗세 3천원이라도 값고 나머지 7천원으로 제일 저렴한 라면을 쟁여두고, 그리고 또 일을 나가라. 


돈을 버는 속도보다 갚아야 할 돈이 불어나는 속도가 더 빠를지라도 절대 그 숫자를 계속 들여다 보고 있지말고 그냥 샤워하고 밖으로 나가고 햇빛을 쬐고 걷고 그래라. 어차피 세상은 배려따위 해주지 않는다. 공적서비스 있는거 최대한 받아라. 그렇다고 복지병 될 생각은 하지말고. 사지가 멀쩡한데 왜 구리게 살 생각만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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