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빈약하면 아무리 학력, 학벌이 좋아도 무용지물이다
p. 72-73
제아무리 실업률이 높아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기라 할지라도 막상 경영자들의 말을 들으면 '쓸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공통된 고민이다. 대학 도서관들의 대출도서목록에서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면접기법은 학원에서 배우고 자기소개는 대행업소에서 맡기는 젊은이들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이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학원, 지연, 혈연이 있어야 한다고 핑계를 댄다.
(* 뽑고나서 후회하는 경영자, 뽑히고 나서 후회하는 구직자가 있다. 서로 덜 피곤하려면 명확하게 까놓고 얘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면접이라는 건 면접관만 면접을 보는 게 아니라 면접을 보러간 면접자도 그 회사를 평가하러 가는 것이다. 아무리 돈이 절박해도 취직이 절박해도 개차반이 회사에 입사하는 게 아니라 면전관의 태도가 그 회사의 얼굴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퇴사를 자주 했으니, 반대로 말하면 입사도 많이 했다. 15번 이상은 아니지만 아르바이트를 10개 이상했으니 20번은 사회에 내던져져서 면접을 많이 봤다. 기억나는 면접을 몇 개 써보겠다. (*지금보니 말투가 좀 건방진데 이미 컨셉이 그렇게 잡혀버려서 어쩔수가 없네요. 반육십인데 양해부탁드립니다.)
아르바이트든, 직장이든 이력서를 넣으면 10번 중에 9번은 다 오케이였다. 나는 보통 뽑히고 나서는 여쭤봤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들으셨냐고, 그 중에 아산신세계 핫트랙스 매장에서 계산대 캐셔하는 아르바이트였는데 대학생 때였고, 그 때 당시 핫트랙스 상사 존칭은 선배였다. 학연 혈연 지연이 아님에도 과장 대리 주임이 아니라 선배라고 부르면 된다고 하셨다. 여성 선배가 면접을 봤고, 알바생 면접답게 그냥 조그마한 창고에서 간격은 테이블없이 의자만 서로 마주보고 있는 상태로 몇가지 여쭤보시더니 언제부터 나와줄 수 있냐고 하셨고, 어느정도 친해졌다 생각해서 여쭤봤다. 돌아오는 말은 그냥 인상이 선해보여서 좋았고, 일을 빨리 캐치하고 잘 따를 것 같아서 라고 하셨다. 그러고선 매장 라운딩 1회, 하루 정돈 내가 해야 할 업무를 옆에서 보고, 메뉴얼은 책상에 붙여있으니 그것만 보고 따라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 뒤로 나는 손님줄이 길게 서있는 날이면 그 줄을 빨리 줄일려고 컨베이어벨트 근로자는 아니여도 빨리 쳐내는 맛이 있었다. 그렇게 많은 손님을 쳐내고 나거나, 아님 진상손님을 마주하고 나서는 옆에 같이 근무했던 선배랑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언제는 나한테 진상손님이 한 번 왔는데, 누가봐도 그 사람은 어디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나한테 푸는 것처럼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아무리 친절하게 응대를 해도, 하나 하나 차분하게 말씀을 드려도 무대뽀였다. 겨우 다르고 달래서 보내드리니, 옆에 있던 선배가 나에게 그랬다. "너 화 안냐냐?" 나는 그랬다. "굳이 화내서 뭐해요. 저는 저런 사람보면 아무렇지도 않아요. 오히려 같은 데시벨로 목청 내봤자. 더 오래 저사람과 씨름해야하는 걸 알아서 그래요." 그랬더니, "너 그렇게 하다간 홧병나 뒤진다." 그러면서 나 대신 더 옆에서 그 진상손님을 같이 씹어줬다. 선배 왈은 본인도 초반에는 너그러웠지만 오래 일하다보면 그때 쌓인 감정을 그때 풀어주지 않으면 그게 더 좋지 않다고 그랬던 것 같다. 덕분에 그 선배는 비슷한 유형의 진상이 올때마다 나에게 눈빛으로 시그널을 줬고, 너무 친절하게 하지 말라고 그랬다.
갑자기 생각나는 게, 보건소에서 코로나19 해외역학조사 할때도 전화로만 응대하다보면 별의 별 요청을 하는 민원인들이 발생하는 데, 1년 간 핫라인 전화를 받는 트레이닝을 해서 그런가. 웬만한 외국인 민원인이나 나이 지긋하게 샹욕을 박는 개저씨들과 통화를 해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더 나긋하게 다룰줄 안다. 그래서 그 때 같이 근무했던 주무관인지 아님 착출된 인력인지 그 남자가 내 번호를 물어봤고, 같이 파스타를 먹으면서 하는 말이 나에게 호감인게 "화내야 할 상황인데 화를 안내고 차분해서 그게 호감이였다." 뭐 이런말을 했다. 마지막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에서 같이 근무한 임상심리사 선생님도 "소연샘은 화를 내야할 상황인데 왜 내지 않고 가만히 참기만 해요?." 나는 근데 내 기준엔 불편한 기색이나 화를 나름대로 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화를 내서 상대방이 알아들을 사람이라면 애초에 화를 돋구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까 그런 종자들은 말을 해줘봤자 애초에 못된 심보가 있기 때문에 내가 화를 내도 안 통할 거라는 걸 알기에 굳이 내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또 돌아오는 왈 "소연 선생님이 화를 냈다고요? 전혀요. 선생님이 화를 내는 건 전혀 화낸 것 같지 않다고 그러니까 쎄게 표현하세요." 라는 피드백을 듣는다.
차분하게 응대해도 지랄, 쎄개 표현해도 지랄. 그래서 나는 도대체 그 중간지점이 뭘까? 싶었다. 근데 이제는 안다. 결국 이 세상에 타인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가단 홧병나 뒤진다는 핫트랙스 진상손님을 같이 씹어주던 그 여자선배가 어떤 말인지 이해가 간다는 말이다. 물론 아무사람한테나 비속어를 박지는 않지만 직장에서도 비속어는 박지 않았지만 이제는 하도 별에 별 사람을 겪다보니 하지 않고서는 못베기겠다 이 말이다. (*물론 내 공간에서 박습니다.)
위기대응팀에서 핫라인 전화를 받을 때에는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오는 전화도 40분간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죽겠다고는 하는데 만나자고 하면 만나지 않고, 가늠이 되지 않는다. 얼마나 심각한 정도인지, 근데 결국 전화를 먼저 걸었다는 건 "내 얘기 좀 들어달라"는 의미다. 정신과 입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정신과 약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대화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나는 그럼 보통 세상 어느 사람보다 부모보다 더 한 따듯한 목소리로 가식이 아니고, 들어드린다.
근데 그렇게 되면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다른 직원들이 고생한다. 너무 친절해도 나를 계속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적당히 친절해야한다. 아무튼 본인 이름을 바꿔말하기도 하고, 나중가서는 내가 직구로 말한다. 선생님 이제 그만 말씀하시고, 더 이야기 나누고 싶다면 언제든 사무실로 오시라고, 대면 약속을 잡고 만나자고. 지금 이 전화는 핫라인이라 이렇게 길게 통화를 잡으면 다른 사람은 전화를 받지 못한다고. 어르고 달래서 전화를 끊고, 다음 전화약속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전화했던 내용을 적어야 한다. 엠이스라는 입력 시스템에 적어야 하는데, 40분간 통화내용을 10분만에 적으면 다행이지. 협박성 자살위험 신호이든, 진짜 자살위험이든 그걸 분간해내고 파악하고 판단하는건 담당자다. 1차 대응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근데 그렇게 1년 간 해보고 나서 든 생각은. 결국엔 모든 사람은 자기가 절박하고 힘들때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라 그냥 내 얘기좀 들어달라는 말이었다. 듣고 싶은 말은 못해줘도 적어도 말이라도 들어달라는 신호다.
나중가서는 다 들어주다 보면 본인이 제풀에 지쳐서, 힘들어서, 배고파져서 전화 내용이 반복될 때쯤 나는 그런다. 선생님 이제 다 말씀하셨나요? 저도 화장실도 가고 싶고 힘든데요. 이러면 나중가서는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고, 빨리가서 밥드시라고 한다. 얼굴도, 이름도 미상, 지역도 몰라. 그렇게 전화를 끊고나면 내가 사람을 살린 건지, 아니면 일면식 없는 사람의 일대기를 들어주러 온건지 분간이 없이 내 근무시간 40분이 날라가 버린다. 전화업무만 있는게 아니라 행정서류도 있을 것이고, 동시에 출동도 터지면 위급한 곳에 더 먼저 가야하는게 사실인데 막상 전화를 끊으면 응대가 뭐이딴식이냐고 또 그런다.
언제는 그런생각을 했다. 그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이 터질거면 한 번에 다 모여있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어차피 내가 해드리는 말은 굵은 뼈대는 비슷할텐데 다같이 모여있으면 했던 말을 또 해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게 기가 빨린날에는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퇴근하면 멀리 타지에 계신 부모님 전화마저도 받기가 싫어졌다. 전화수의 업무가 퇴근하고나서도 연락오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일처럼 느껴졌다. 카톡도 짧게 대답하게 되고, 회사에서 기를 다쓰고 오니 퇴근하고나서는 조명을 키고 노래를 틀어놓고 아무 생각도 하기 싫게 된다. 그 생활을 1년 정도 하다보면 내 긍정 해피바이러스도 같이 우울모드로 전염되게 된다 이말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게 된다. 서로 각자 1인몫을 했으면 좋겠다고. 어렵지 않다고, 그냥 3대 욕구 식욕, 성욕, 수면욕 이 3가지가 잘 유지되야 탈이 안난다.
입맛이 너무 없어도, 너무 과해도
성욕이 너무 없어도, 너무 과해도
수면욕이 너무 없어도, 너무 과해도
셋 중에 뭔가 리듬이 깨지면 약으로 생체리듬을 신체리듬을 조절할 순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왜 깨진 건지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며, 그 시점이 언제부터인지.
그 스트레스 요인은 스스로가 제거할 수 있는 대상인지 아닌지.
계속 관리를 해주는게 그게 정신건강이다.
보통 50-60대 한국남성들은 태어나서 3번만 울어야한다?
내가 제일 혐오하는 말이다.
처울어라. 남자라고 뭐 다 이악물고 치고박고 싸우고 그래야 할까?
남자다워야해. 여자다워야해.
얼마나 폭력적인 말일까?
약한 모습 보여주기 싫어서 혼자 울 수도 있는데
측근에게 보여주기 싫다면 제3자 전문기관에 가서라도 펑펑우셔라.
우는 방법을 잊어먹은 사람도 있었다.
덩치큰 남성분을 상담하다가
어린 아이처럼 우시는 것을 봤다.
챙피해하실까봐 휴지를 드리고 나는 멍하니 벽을 봤다.
또 어떤 남성은
와이프는 시한부 판정
친정어머니는 여전히 억압적
딸아이는 초등학생
유년시절의 그 삶이 너무 억울하고 화가나서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손목이 아닌 손등을 뼈가 보이도록 칼로 그었던 분.
알코올의존증이 심하셨지만.
나는 그분의 이야기를 다 들었다.
상담실이 마땅치 않아도.
병원장 휴게실이여도
모시고 갔다.
내 액면가가 어려보여도.
내 유년시절얘기도 같이 해드렸다.
어린 초등학생 딸에게 멋진 아빠가 되어주고 싶다는 그 말을
죽을 것 같이 매일 싸웠던 와이프지만 곧 삶이 얼마 안 남지 않은 와이프
그 사이에 알코올의존.
당신도 멋진 아버지가 될 수 있을거라고.
정신차리셔야 한다고.
보통 내담자들은
근엄한 치료자, 차가운 치료자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선 칭찬 후 피드백이라고.
쿠션어라고도 하던데...
울분을 다들어드리고 나서야 내가 하는 말을 집중해서 들어주셨다.
재판이 잡혀있고, 이수를 받으셔야 하지만.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사회에서 집행된건은 잘 이수받으시고.
혹여나 다시 삶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연락달라고 했다.
그렇게 면담이 끝났다.
근데 내가 이렇게 면담을 끝낸게 잘 된건지.
면담하는 과정중에 잘 못된건 없는지.
봐줄 사람이 없다.
보통 연차가 낮을땐 고연차가 붙어서 하기도 하지만
어느순간이 되면 혼자서도 잘해내야 한다.
그 과도기를 잘 넘겨야 정착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실수나 상황 사건이 터진다 하더라도.
쫄지말고, 그냥 어차피 일어날 일이였다고
받아드릴 줄 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자살최전방 1년 근무하고
자살 실무자들을 존경했다.)
(* 글이 뒤죽 박죽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 그렇다. 문학작품도 아니고 그냥 비공개일기장도 아니고 공개일기장이다.)
(* 결론은 쓸만한 사람이 마땅히 없다고 한다. 보통 지도자나 관리자가 되면 똑똑한 인력을 가져다 쓰고 싶어 할텐데, 똑똑하지 않은 직원도 키워내는게 관리자가 해야 할 역할이다. 어디 똑똑한 인력하고만 같이 일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은 팀원도 트레이닝 시키라고 그 자리에 앉혀준거다. 그러니까 알려주면 배울생각 해야하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합이 맞게 된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다. 그것은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미래산업의 정문술 회장은 전산학과 출신을 채용할 때 일류대 졸업생을 뽑지 않는다고 했다. 컴퓨터 하드웨어와 프로그램을 판매하기도 했던 내 경험으로도 그렇다. 전 과목 모두 잘하는 사람은 정작 필요한 업무에서는 능력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오히려 일류대가 아닌 이류대에 전산에 미친 사람들이 많다. 일류대 출신을 선호하는 회사는 이미 일류대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대기업들이 더 많다.
(* 일류대 졸업생을 뽑지 않는 정문술 회장님의 학력이나 학벌은 어떤지 궁금하다. 그리고 왜 그렇게 뽑게 되신건지도 궁금하다. 일류대 출신들은 어깨뽕이 상당히 취해있다. 재수없다. ㅎ 자격지심인가? 그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