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 편 가르기 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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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래의 내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아서 살이 떨린다.
(* 나도 다시 복직을 하거나, 기존에 하던 일을 다시 한다면. 나는 그만둔 이유가 3가지 정도 되는데 그중 하나는 내 실력과 자질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자살시도자 분께 화를 내고 있었다. 10년 만에 아들에게 연락한 사유가. 스스로 생을 마감할 예정이니 장례를 치러달라. 그러니 맨발로 헐레벌떡 뛰어온 내 또래 아들. 그 아들의 모습에서 왜 내 모습이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요즘 청년들이 다 쉽지 않아서 그렇겠지. 나도 쉽지 않았다. 800 보증금 55만 원 월세 20만 원 관리비 어느 모 오피스텔이었다. 집주인이 사는 아파트는 평수가 40평인데도 관리비가 더 적게 나오는데 내 월급은 230 언저린데 주거비용으로 얼마나 내다 버렸던 건지. 뉴스 기사는 챙겨봐야 요즘 사람들이 어떤 사유로 자살을 하게 되고 어떤 것이 괴로운지 알기 위해 챙겨봤다. 그리고 자살기사에 따라 반짝 관심을 갖기도 하고 오히려 부작용이 나기도 하지만 실무진으로서 안 챙겨볼 수가 없다. 가십거리하기 위해 보는 게 아니라 실무에 도움이 되기 위해 본다.
내담자들도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 세상이 어떤지를 모르면 대화가 안 통하던데 그냥 놀고먹기 바쁜 사람들은 깨어있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게 살다가 아무런 일 없이 행복하게 지내면 다행이지만 어떤지를 알아야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예산을 때려 박고 홍보를 하고 교육을 해도, 어째 듣는 사람들만 듣고 안 듣는 사람들은 들을 생각이 없다. 그러니 공부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매달 월급이 꽂힌다고, 지금 아무런 문제상황이 없다고 나사를 풀고 살면 방긋 웃으면서 대가리 꽃밭처럼 지내면 안 된다는 말이다. 대가리 꽃밭처럼 지내되 공부를 놓지 말고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련이 끝나면 DSM-5 거들떠도 안 봐도 되는 줄 알았다. 이미 나는 1년 수련했으니 어느 사람만 봐도 무슨 진단인지 알 수 있겠지 싶었던 것이다.
진단은 의사 선생님이 해주지만 평가요원이기에 추정진단 또한 내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근데 내가 만약 지식이 미흡하다면? 경험이 부족해서 그 사람을 잘못된 치료방향으로 개입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짧은 길도 먼 길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자격증의 무게다. 그냥 자격증을 땄다고 다 전문가가 아니고, 꾸준히 공부하고 자기가 내린 결론이 맞는지도 자문을 구하고, 그 자문에 대해 의문도 가져보고 다시 생각을 덧붙이고 하는 과정들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누군 그렇게까지 왜 해야 하냐. 어차피 다 고만고만하다. 그리고 큰 문제상황이 아니라면 적당히 해도 된다라고 한다. 그 적당히가 쌓이고 쌓이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예방하고 막을 수 있었던 일도 틀어지게 되는 건 0.1초 만에 벌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재난을 대비하는 이유는 매년 매일 매시간 발생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매일 오지 않을 재난을 위해서 분기별 교육, 필수교육들을 이수하는 것이다. 대통령이라고, 높은 직급이라고 재난에 다 안전한 것도 아니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점쟁이도 모른다. 그렇기에 스스로가 알고 대비하고 있어야 한단 뜻이다.
비행기가 사고 나면 추락할 때 산소호흡기? 그걸 아기가 아닌 엄마가 먼저 껴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야 엄마가 아기를 끼워줄 수 있다고. 물에 빠진 사람이 있다고 무턱대고 뛰어드는 게 아니라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답시고 뛰어들면, 마음만 가득 찼다고 뛰어들면 둘 다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를 지키고 싶고, 보호하고 싶다면 스스로를 먼저 키우고, 스스로를 매일같이 단련해야 그 사람의 우산이 되어줄 수 있단 소리다. 아무튼, 나는 역전이가 일어나서 감정조절이 안 됐다. 그러니 내 역정에 그 환자분은 누워서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데요.." 물론 내가 역정을 냈던 포인트는 28살 아들이 아직 철들지 않았던데요.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환자분께 "선생님 28살 때 어떠셨나요? 철드셨나요?"
나는 너무 미웠을 것 같아서 그랬다. 내가 그 아들이라면 너무 미워서 그러면 그런 연락을 반갑게 받아줬어야 했나. 난 프로가 아니었고, 난 하수였고.
그럼 철드는 모습까지 보시고 가셔야 하지 않았나 싶었던 것이다.
퇴원 후 내가 24시간 그분과 함께하지 않는 이상 재시도할 게 뻔한 데 지금 다시 생각해도 죽음 앞에 사람은 나약해진다는 말. 내가 다 말리고 살릴 수없다는 말. 그래서 자살실무자들은 내가 모든 사람을 다 지켜낼 수 없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실무자들이라고 불안감이 없을까. 그냥 무뎌지면서 해내는 것뿐이지. 그 사람들이 겪는 모든 일들 선택들.
그걸 가지 쳐내주고 어떻게 해야 다시 살아갈 동력을 얻게 해 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면서 같이 지역사회에서 늙어가는 것이다. 서로의 이웃으로. 내 가족이 우선이지만 타인 또한 내 이웃 또한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 퇴근 후에는 업무적 일에 대한 스위치를 꺼야 다음 출근이 지장이 없다. 그래서 나는 퇴근 후 일부러라도 웃긴 영상을 찾아보고 일 생각을 안 하려고 애썼던 것이다. 일과 삶이 분리가 되어야 오래 일할 수 있다. 일 생각이 퇴근해서도 지속된다면 그건 오히려 악순환이 되어버리니 그냥 핸드폰도 끄고 놀아라.
자꾸 생각이 나서 핸드폰이 안 터지는 곳으로 가고 싶었고, 어디 모 지역엔 힐리언스라는 곳이 있다고 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 굳이 내가 핸드폰을 꺼두면 되는 부분이라 지우고 싶었던 것들을 지우고 게워내는 과정을 밟았더니 살만해졌다.
그래서 무언가를 다시 늘린다는 건 그만큼 관리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이고, 소모되는 만큼 나에 대한 동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과 집중을 다른 곳에 소모하기가 싫어져서 모드가 바뀌게 됐다.
근데 모드를 바꾸기 전 삶도 재밌고 즐거웠지만, 지금의 삶도 나는 매우 만족한다는 말이다.)
공부에 소질이 많지도 않은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인간적 자존심과 존엄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여야 한다고? 그게 해법이냐? 엿 먹어라!
(* 나도 공부에 딱히 소질이 있진 않다. 공부에 소질이 있는데 딱히 흥미를 못 느끼는 건지. 근데 요즘은 그냥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싶었는데 나는 직장에서도 모르는 건 질문을 많이 했고, 알아가는 과정이 있어서 내 거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해나갔지만 문제는 내 일적인 정보만 습득했지 세상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식들은 전혀 몰랐다.
예 : 보험, 집계약, 은행 대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들.
세이노 어르신이 적어둔 것처럼 의사들도 자기 전문분야만 알지 집계약을 하러 다니거나 다른 그 외의 지식들은 크게 쌓지 않는다는 것처럼. 나도 단세포처럼 내가 하는 것만 공부하려 했지 문어다리처럼 아파트 계약하는 법, 대출받는 법, 은행 돈 관리하는 것 뭐 이런 것들이 병행되지 않았다.
스스로 알생각이 없으니 주변에 붙잡고 물어봤던 것인데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 알아보고 공부를 해야 하는 건데 거저먹으려고 물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했던 질문에 진심으로 대답해 주고, 알려줬던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들의 진심 어린 대답으로 나도 누군가 물어보면 그냥 거저 알려주기도 했다.
내리사랑은 내리사랑으로
대학생 시절 두 후배에게 밥을 사면서
언니 고마워요 했지만
나중에 너희들도 후배가 생기면
그때 지금 받았던 것처럼
사주면 된다고 그걸로 감사하는 거라고 했었다.
그 두 여자 후배는
나중에 서로 무엇 때문에 투닥였는지
서로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
양쪽으로 연락이 오면
대답해 주기가 어려웠지만
모두를 챙길 순 없고
그들의 역동까지 내가 개입할 이유도 없고
각자 살아가면서 겪는
갈등이라고 해라.
인간관계에서 갈등 없이 지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다만, 갈등관계는 해결하며 지내는 게 제일 좋지만
더 좋은 건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과 시간을 오래 함께 보내는 게 훨씬 좋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야 애는 쓰겠지만
자신과 맞는 사람을 잘, 찾아내고 그 사람들과 삶을 꾸려나가는 게 현명한 삶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