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갖고 싶은 지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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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것이어야 할 꽃을 꺾어다가 저희 집 꽃병에 꽂고, 분수 꼭지를 뽑아다 저희 집 변소에 차려 놓고. 한국 정치가들이 정치의 광장에 나올 땐 자루와 도끼와 삽을 들고 눈에는 마스크를 가리고 도둑질하러 나오는 것이지요.
(* 모두의 것, 공공재를 의미할까? 모두의 것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군가 개인적인 욕망들 때문에 사라져 버린다면 그건 막아야 하지 않을까? 서로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그 욕망의 항아리를 깨부수라고 해줘야 하거나 아님 나 같으면 그냥 냅다 깨버린다. 하는 사람이 없으면 내가 하지 뭘 돈 드는 것도 아니던데)
20대 말까지도 일을 잘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면 소위 지능지수가 아무리 높다 할지라도 지능과 선도력은 아주 낮은 수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내가 일을 잘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자주 듣진 않았어도 일을 관두고 다시 같이 일을 하자고 연락받은 적은 있었다. 아르바이트 때도 사회인이 되어서도 아마 그건 내가 일을 잘해서라기보다 열정이 있고, 하고자 하는 애쓰는 마음을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그다음인 것 같다. 선행되어야 할 마음은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근데 그 마음과 사기를 꺾는 건 주변에서 "저렇게 까지 왜 해?, 왜 이렇게 쉽게 안 살고 편하게 좀 살아봐"라고 떠들어대는 사람이다. 그래서 세이노 책 마지막 부분을 읽어보니 반대로 나는 그 사람들에게도 "당신은 참, 그렇게 살아서 좋겠네. 조직에 안 필요한 사람 없다지만 더욱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애쓰는 사람한테 어깃장이나 두지 마라. 그리고 나중에 본인의 위치가 왜 여기밖에 안되지 탓도 하지 말아라.")
넉넉히 살고 싶다면 <서민갑부> 프로그램을 봐라.
(* 내가 부자가 되고 싶다기 보단 그냥 은행 빚 없는 자가 등기 친 집을 갖고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 가구에 영화나 노래 들으면서 쉬고 싶을 때 쉬고, 여행 가고 싶을 때 나가버리는 인생을 꿈꾼다. 퇴사를 쉽게 할 수 있었던 것도 누구를 책임져야 할 사람이 없어서 선택과 고민이 편했던 건 사실이다. 대출을 다시 반납한 것도 꾸역꾸역 갚으며 출퇴근하는 삶을 몇십 년간 할 생각 하니 재미가 없었다.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도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텐데, 말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런 나도 다 이해한다고 하던데 과연 말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까지 다 이해할 수 있을까? 괜히 시간낭비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것 또한 본인 선택이고 감당할 수 있으니 말한 거겠지? 30대 땐 국내를 돌지만 40대 때 해외를 나갈 건데 그때까지는 돈을 모아둬야 한다. 누군 그럴 수 있다. 지금 내 나이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무언가를 하고 뭐 여러 가지 삶의 과업들이 있다지만 그건 평균치의 삶이고 나는 나만의 삶을 그냥 내가 살아가는 것뿐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냐고 반문하려나? 근데 내 뜻대로 내가 살아가는데 왜 후회를 할까 싶은 생각이다. 하고 싶은 걸 못해보는 게 더 후회가 될 뿐이다. 인생이 두 번이라 한 번이다. 저승계획을 이승에서 세우는 게 아니라 이승에서 잘하는 사람이 저승 가서도 잘 살 팔자라는 것이다. 이승 저승 구분하는 것 자체가 웃기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