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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대가는 질로 따져라(1) - 세이노

그냥 시간만 때우지 말란 소리다

by 쏘리
세이노의 가르침 표지.png



p. 192

나는 받는 돈만큼만 일할 것이며 그 돈은 내가 일한 시간과 비례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내가 여러 직장을 다니면서 누군가는 정해진 시간임에도 그 이상을 열심히 하는 사람, 누구는 정해졌으니 정해진 시간에"만" 열심히 하는 사람. 해야 할 일 끝내놓고 쉬는 것도 좋지만 그 남은 자투리 시간에 무엇을 할지는 본인 개인 능력과 앞날이 달려있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호봉이 올라가는 직업이 참 나한테는 잘 안 맞는다. 같은 호봉이더라도 더 열심히 하거나 뭔가 인센티브라던가 차이점은 둬야 하지 않나 싶다. 페이닥터들만 봐도 돈을 더 벌어다 주는 해당과가 더 월급이 많듯이. 적게 벌고 적게 쓰겠다. 오케이 많이 벌고 많이 벌겠다. 오케이. 적게 벌고 많이 쓰겠다는 도대체 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 일단 중요한 건 시간은 돈이라는 점, 내가 아르바이트를 20살 이후로 쉬지 않고 했던 건 그냥 집에서 있으면 무료하기도 하고 나가서 아르바이트하면 돈도 생기고 이 사람 저 사람 알아갈 수 있는 기회도 생기며 일하는 요령이나 뭐 다양한 사회생활 경험들을 할 수 있어서 그랬다. 최고의 아르바이트를 꼽자면 모다아웃렛에서 했던 잡화판매였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명절수당을 10만 원이나 챙겨주셨다. 내가 그만두는 날에는 내 친구와 함께 메드포갈릭에서 밥도 사주셨다. 알고 보니 내가 자퇴했던 같은 과 선배님이었고, 세상 참 좁다 싶었다. 그때 마약 회오리감자를 많이 먹었는데 그게 내 한 끼였다. 그 당시 시급이 얼마인지 가물한데 8,000원이었나? 회오리감자는 4,000원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사장님이 음료는 자주 사주셨다.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아니어도 좋은 걸로 맛있는 걸로 자주 사주셨고, 나도 열심히 일해서 많이 팔았다. 하루 매출이 꽤나 나갈 때도 있었다. 보통 영화 보러 나온 애기엄마와 사달라고 조르는 애기들 사이에 나는 그 애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더 갖고 놀며 그 아이의 마음을 부추겼다. 그렇게 하나 팔 땐 내 돈은 아니지만 그게 재밌던 기억이 난다. 같이 오래 일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나는 정신건강수련 때문에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좋은 출발이니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그 뒤로 찾아뵙지도 못했고, 영화 같은 경우엔 천안역 cgv 메가박스 신부동이나 뭐 그렇게 다녀서 모다까지는 못 갔다. 그러고 화성시로 올라가느라 잊혀 갔었다. 그렇게 3년 좀 안되게 타지생활을 했으니 말이다. 작년 여름쯤 그곳으로 고등학교 동창하고 또 다른 사람하고 영화 보러 갈 기회가 있었는데 여전히 장사를 하고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기억은 하실까 싶기도 하고 서로 무안할 수 있으니 따로 인사는 하지 않았다. 그게 이제 7년 전이다.)


같은 직종의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이 일한다고 믿기에 남들이 받는 보수에 대단히 민감하다. 사람들 간에 질적인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 이전에도 남겼듯이 같은 일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아무리 같은 학벌, 같은 부모 밑에 자랐어도 질적인 차이가 벌어진다. 누구는 망해져 가는 가게를 다시 활력 있게 일으켜 세우고, 누구는 대박인 가게를 인수했음에도 그걸 유지 못하고 다시 날파리가 날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차이는 일을 대하는 태도와 노동의 중요성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나는 지금 건설현장 사무실과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다. 첫 출근 전 면접을 봤을 땐, 면접에서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니 공고가 올라오지 않았을까 싶었다. 보통 청소여사님들이 내 인생에 그리 크게 비중은 없었지만 내가 청소 담당을 해보니 얼마나 고된 일이었는지를 알게 되었고 젊은 나도 이렇게 손목이 저리고 치워도 치워도 다시 지저분해지는 걸 끊임없이 하신다니 싶었던 것이다. 물론 요령껏 하시거나 도가 트신 분들은 일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나는 일도 아닌 것처럼 익숙해지는 과정 중에 있지만 한 달 조금 넘겨보니 이제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고 남게 됐다. 세이노 책에 나온 것처럼 반드시 시간을 더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6개월 후에 돌이켜 봤을 때 처음했던 청소 패턴과, 그 이후 패턴이 어떤지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꽤나 넓은 곳임에도 그리 큰 무리 없이 하고 있다. 누구는 깨끗하다 하고 누구는 30% 밖에 깨끗하지 않다고 하신다. 상대적일 테지만 과연 나 다음에 오는 청소여사님은 어떻게 청소를 하실지가 궁금하다. 대부분 내가 일하고 나간 자리엔 내 빈자리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말이다.)


수많은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써봤다. 이 중에는 나는 유명한 디자이너가 될 거야, 공인회계사가 될 거야 하면서 이까짓 아르바이트는 용돈 벌이니까 대충 시간만 때우다 가자라고 생각하며 건성 일하는 학생들이 아주 많았다. 아르바이트로 접시 닦는 일을 하더라도 이에 미치는 사람이 본업에 돌아가서도 그 일에 미치고 결국은 성공하게 된다.


(* 아르바이트도 나는 본업처럼 열심히 일했는데 그 아르바이트가 종착지라곤 생각을 안 했을 뿐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놀리는 시간을 줄이면 돈은 따라온다. 시간을 놀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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