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시를 올립니다.
p. 16
소금인형
선택한 사유 : 단거보단 짠 걸 좋아하는 편인지라 설탕인형보다 소금인형이 궁금해서 읽어봅니다.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그들의 바닥을 알아보고자
내려가봤지만
새발의 피도
간의 기별도
손톱만큼도 내가 감히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지 않고서는
그 누가 그 사람의 마음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겪어보니
제일 먼저 생각이 난 건
그들이었다.
내가 어쭙잖게 던졌던 위로의 말들이
공감의 말들이.
진심으로 일을 했지만
더욱 진심을 다했어야 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그 마음 알아"
라는 말의 무게를 이전과 같게
내뱉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감사하게도
나를 통해 다시 힘을 얻었다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어느 순간
좋은 말만 해주기가 어렵게 됐다.
나에게 쓴소리를 해주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쓴소리를 하게 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려 했던
자기 성장도 본인 선택이라는 말로
외면했던 내가
언제까지 성장을 해야 하는지.
왜 자꾸 나에게 성장을 강요하는지.
이제 겨우 편해지는 것 같은데
왜 또 새로운 게 등장을 해버리는 건지.
공부에 왕도가 없다는 프로그램처럼
내 인생에도 왕도가 없구나를 느껴버렸고.
그래서 주저앉기가 싫어졌고
주저앉으려는 사람을 보면 끌어다가 앉혀서
정신 차리라고 해주고 싶고
정신 차리라는 말 밖엔
주식에 중독이 된 건지
주식에 실패가 된 건지
그로 인한 죽고 싶은 마음
과연 주식 때문일까?
10년간 연락한 통 없다가
연락하는.
그 연락도 삶을 마감할 테니
나 한 번 봐달라는.
그 말에 나는 왜 꼭지가 돌아버렸을까.
내 감정이 무엇에 투사가 되었길래
그렇게 쏟아냈을까
발끈했던 말은
"아들이 아직 철이 들지 않았네요."
그럼 주식에 절여져 삶을 포기하려는
나이가 한 참 드신 당신은
철이 들었을까요?
그 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내 개인적인 감정이 조절이 되지 않았다.
대부분 나이가 들도 자녀들이 연락을 하지 않는 건.
철이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철이 들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유년시절의 기억이 좋지 않아서라는 것도
알아둬라.
그러니 세이노 책에
유일하게 도움을 주지 않은 사람 중에
자녀들이 찾아오지 않는 사람을 언급해 둔 것을 보고
매우 공감이 컸다.
누군 그런다.
왜 찾아가지 않는데?
다 그만한 이유와 사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건 그 사람만이 알 수 있지.
누구에겐 엄마라는 단어가
누구에겐 아빠라는 단어가
누구에겐 조부모라는 단어가
치가 떨리게 싫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들.
속에
과거엔 무슨 과정이 있는지를
속도 참 좋아.
그렇게 당하고도 또 당하려고
그 사람과 연분을 천륜을 유지하라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그만하면 됐다.
그래도 살면 얼마나 사신다고.
퍽이나
그러면 그런 말 하는 당신들이 좀 더 많이 찾아뵙고
더 많이 시간과 추억을 쌓아라.
나는 그동안 즐기지 못한 내 인생 즐기기도 바쁘다.
그리고 다시 강조한다.
인생은 타인이 책임져 주는 게 아니다.
그 타인엔 가족도 포함이다.
내 남편이니까
내 와이프니까
내 형제자매니까
내 부모니까
내 자녀니까
"~~~ 니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진짜 내가 싫어하는 타입들인데
자기 행복은 자기가 찾는 것이지
남이 찾아주는 게 아니다.
그리고 타인 또한 너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미혼자고 기혼자고 인생에 0순위는 본인 자신.
미혼자는 0순위 본인 1순위 부모 2순위 형제 3순위 여자 친구/남자 친구? 해야 하나?
기혼자는 0순위 본인 1순위 배우자 2순위 자녀 3순위 누구 해야 하나?
한 번 종이를 펼쳐놓고 작성해 봐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 누군가의 마음을 알기 위해
어디까지 나는 뛰어봤나?
발가락에 피가 나는지도 모르고
왕복 600km를 했다.
그가 궁금해서였겠지.
마지막 말을 못 해줬다.
나와 함께 있을 때
수치심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남들은 말만 하지 직접 해주는 건 하나도 없었는데
나는 다르다고
그래.
그걸 느꼈고, 알았으면 됐다.
나는 이제 사는 게 재밌어졌는데
당신도, 그대도 그래졌으면 좋겠고.
장점이 많이 보였으니
그 장점을 잘 살려서 지냈으면 좋겠다.
작은 성공경험을 늘렸으면 좋겠다.
성공이라 하면 거창할 것 같지만
전혀 거창할 게 없고
하루 세끼 배달음식이 아니라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하루 또한
성공한 인생이라고 쳐주고 싶다.
누군가한테는 당연한 일상이겠지만
누구한테는 그게 당연하지 않은 일상이라는 걸
많이 봤다. 나 또한 그걸 느꼈다.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 보통 나는 헤어질 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 선호하는데
삭제병이 심한 편인데
이젠 나도 나이가 들어가니
지워도 지워도
지울 수 없이
너무 많은 것들을
남겨 놓은 터라
이젠 지울 수가 없다.
지워도 나는 남아있는 흔적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