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 안에 유페시켰던 꽃 꺼내듯이 - 류시화

답시를 올립니다.

by 쏘리




제 안에 유폐시켰던 꽃 꺼내듯이

(* 유폐 ; 아주 깊숙이 가두어 둠.)

나를 미워하던 사람이 나와 똑같이

(* 나를 미워했던 사람들아 읽고 있는가)

모란을 좋아한다는 것을

(*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을 땐)

그것도 여느 꽃보다 아홉 밤을 먼저 지는

(* 그것도 나보다 더 큰 애정을 갖고

좋아한 다는 것을 알았을 땐)

흰 모란을 좋아한다는 것을

(* 그게 무엇이었든 간에)

그저께 알게 되었을 뿐인데

(* 알고 난 후와, 전과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 달라졌을까?)

그가 나처럼 나비 채집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 나와 같은 걸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을 땐)

감금된 아름다움에서

(* 단절된 소통 속에서 무관심 속에서)

얼마 전 호랑가시나무에 찔려 덧난 폐의

(* 언제 찔린 지도 모르는 마음의 덫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을

(*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저께 듣게 되었을 뿐인데

(* 알게 되었을 뿐인데 말이다)

나를 미워하던 그의

(* 나는 미워했던 사람들의 조문에도


기쁠땐 몰라도

슬플땐 같이 있어줘야 한다는 말에


타지라도 달려갔는데)

(* 말하지 않아도 그 장례식 시즌엔

왜그리 나를 많이 불러댔는지)

문상 가는 봄

(* 나와는 거리가 먼 장소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가까워진 장소가 되어버린 장례식장)

제 안에 유폐시켰던 꽃 환하게 꺼내듯이

(* 내 안에 유폐시켰던 불안감들이

꺼내지도 않은 불안감들이 튀어나와)

흰 꽃등 걸렸을 뿐인데

(* 걸려 넘어졌을 뿐인데)

​​

내가 아홉 밤 늦게 질 뿐인데

(* 내가 좀 더 늦게 갔어야 했는데..)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8화거미 -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