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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Jusunshine Aug 17. 2024

내 안의 목소리

08. 비움으로 인생을 그리다.


환청이 들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니, 다른사람과 나 자신에게 피해가 갈까봐 당연한 두려움이 쌓였다. 내 마음대로 되지않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났고 무언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여러번 당황한 경험이 많았다. 나는 5년동안의 시끄러움의 고통으로 친한 친구들을 보지 못했다.  조금씩 상태가 나아지기 시작하자, 보고싶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날 오후, 오랫만에 어렸을 적 친하게 지내면서 놀았던 오빠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오빠는 기타를 잘 치는 기타리스트이자 자신의 곡을 작곡하고 노래도 부르고 음반까지내는 멋진 뮤지션이었다. 그 동안 시끄러운 고통으로 아팠던 과거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오빠는 남들의 인생과 내 인생을 비교해가며, 내 마음의 뼛속까지 관통하는 톡톡쏘는 말을 골라 해댔다. “내가 너를 15년 동안 지켜봤자나. 너는 이룬게 없잖아. 너무 안타깝다” 타인이 볼 때 나는 이룬게 없는 안타깝고 초라한 여자였나 보다. 나의 인생스토리를 어떻게 안다고 나의 삶을 평가하며 그런 소리를 해대는지. 내가 나를 제일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오빠의 말을 들었을 때 내 심장이 쪼개지는 것 같았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스크래치를 남겨놓은채 상처를 내어버렸다. 내 인생을 비하하는 것 같았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 순간, 내 안에 자존감의 탑을 허무는 무거운 돌이 내려왔다. 그 돌은 나를 향한 자신감과 동기부여를 부숴버릴 듯한 강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나는 그 매서운 소리를 듣고, 집에와서 한달 간의 상처입은 가슴으로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충격적인 순간이 도래한 뒤, 나는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것이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15년 동안 이룬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는 걸까?


사회적 기준과 다른 사람의 평가로 어떻게 내 삶을 규정해야 하는 걸까? 나는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왔는데, 왜 남의 시선에 의해 자신에 대한 확신을 잃어가고 있었을까?


그 순간부터 나는 내 안의 목소리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내 안의 목표와 가치관을 존중하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추구하기로 결심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길이라고 해서 나의 정체성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 내가 원하는 길은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 그러나 결국, 내가 가는 길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는 결심을 굳게 머금었다. 나는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기로 했다. 내가 이룬 것이 무엇인지는 나만이 가장 잘 알고 있고, 그것이 나의 가치와 자부심을 형성할 것이다.


비록 자신의 길을 택하면서 어려움과 불안함이 함께 따라왔지만 그것이 바로 나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어떤 사회적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아를 인정하고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었다.


15년 동안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말에 상처를 입은 후, 나는 그 상처를 힘으로 삼아 새로운 시작을 했다. 나는 나 자신을 믿고, 나의 인생을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그 순간부터, 내 삶은 나만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시작되었고, 나는 스스로를 존중하며 더 나은 인생을 만들어가는데 힘을 쏟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과거의 자신과 어울렸던 사람들과의 연결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우리의 과거를 알고, 우리가 어떤 실수나 부족함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삶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실수덩어리이자 모순덩어리다. 한순간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실수하기도 한다. 그들은 젊은시절의 미성숙한 나를 바라만 보나보다.  나는 이제 새로운 나의 영역을 만들어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 끊고싶은 과거의 관계인연을 다 끊어버리기로 했다. 


나의 과거는 상처투성이다. 새롭게 나아가기 위해선 이 사람들과 연을 끊고 새롭게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의 시대에 연을 맺은 사람들,, 이제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사람들에겐 내가 새롭게 변화하고 싶은 나를 머뭇거리게 하고 방해만 할 뿐이다. 나는 다르게 살기위해 이들을 머리와 마음 속에서 없애기로 했다. 그래야 내가 과감하게 변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의 인연을 끊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이것은 내가 변화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 내린 결정이다. 과거의 관계와 연결을 끊는 것은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대담한 선택이었다.


이제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의 존재를 만들어야 했다. 모든게 불안정했던 20대를 지나 30대에 접어들어서야 내 삶의 기준은 바깥이 아니라 내 안에서 만들어가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더는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맞추려 애쓰지 않고, 나만의 기준을 하나씩 세우며 살아가게되니 나 자신의 마음과 생활이 단단해져 갔다. 주변의 시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움직였을때보다 '내가 이 일을 하고싶은가? 하고싶지 않은가" 스스로 질문하며 답을 찾아갈 때 한 걸음 더 성장했음을 느꼈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성장했을 때 더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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