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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Jan 16.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해리포터를 만난 유니버설 스튜디오

 오늘 아침에도 부지런히 일어나 다시 한 번 팬케이크를 구우러 갔다. 3번 정도면 평균 성인의 학습능력이면 제대로 구워낼 만하다. 팬에 기름을 적당히 두르고 가스 불을 올리고 어제보다 훨씬 적은 양의 반죽 덩어리를 떼어내 팬에 올렸다. 신경 좀 써서 뒤집어 가며 구워내니 드디어 먹을 만 해 보이는 팬케이크가 만들어졌다. ‘드디어 미국에서 팬케이크를 먹기 좋게 굽는 데 성공했구나. 나도 할 수 있구나!’ 작은 성취감에 뿌듯한 마음으로 테이블에 앉아 제대로 앉아 포크로 잡고 나이프로 잘라 입에 쏙 넣었다. 속까지 제대로 익었다. 미국와서 처음으로 내 손으로 뭔가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기뻤다. 아침의 시작이 만족스럽다.


 오늘은 그 유명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방문하는 날이다. 엊그제 동행했던 경훈이, 은주와 어제 LA로 넘어 온 승연이까지 4명이서 아침에 모였다. UCLA에서 판매하는 입장권보다는 비쌌지만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현지에서 보다는 약간 저렴하게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에 우리 일행은 그 전날 모두 인터넷 예매를 해 두었다.      


 일찍 가야 사람이 좀 적을 때 입장하고 돌아다닐 수 있다며 서둘러 가기로 했다. 이 쯤 되면 없었으면 되게 불편했겠다 싶은 Uber택시를 불러 유니버설 스튜디오 입구로 부랴부랴 향했다. 놀이 공원에 들어가는 것 같은 입구를 들어가니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어디서 많이 보던 지구 모양의 커다란 구조물을 보니 흥분감이 더 올랐다. ‘아~ 이게 그거구나~!’ 비로소 알게 된 낯익은 것이 주는 반가움에 갑자기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들어가는 길부터 꿈과 환상이 가득한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에 우리 모두는 아이들처럼 흥분하고 좋아하기 시작했다. 특히 흥이 많은 데다 기대감으로 가득 찬 영훈이의 설렘으로 반짝이는 소년 같은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이 쪽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잘 모르는 내 눈에도 보이는 곳곳이 낭만의 세계였고 통째로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스튜디오라고 해서 뭔 촬영지인가 했는데 제작사에서 제작한 영화나 만화를 테마로 해서 놀이 공원으로 꾸며 놓은 곳이었다. 좋아하는 만화나 영화가 있다면 정신 못 차릴 만한 곳인 것 같았고 실제로 경훈이는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해리포터관으로 달렸다. 해리포터야 너무 유명해서 나도 몇 번 본적은 있지만 여기 옆의 셋 만큼 환장하진 않았다. 들어가면서부터 나조차도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며 ‘와~ 잘 만들었다~’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기차역, 기차, 버터비어, 마법학교를 본 따 만든 건물들. 영화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나기에 충분했다. 전시관 내부로 들어가 코스를 따라 걷는 동안 아이들은 이게 어디에 나온 그거고, 이건 뭐라며 대단한 걸 발견한 듯이 경탄해하며 순식간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이 보였다. 전시관을 통과한 후 마지막 코스는 리프트 같은 놀이기구에 앉아서 입체안경을 착용하고 4D 영화처럼 온 몸으로 영화를 느껴보는 코스였는데, 물 위를 낮게 날아가기도 하고 작은 공 같은 걸 쫓아가는 경기도 하는 등 진짜 영화적 상황을 겪어보게 해주는데 그 상황에서의 해리포터 뒷모습이 어찌나 든든하던지 그 감동은 잊을 수가 없었다.     


 첫 시작인데다 해리포터라는 어마어마한 세계의 전시관이라 그런지 너무나도 격한 감흥을 받은 우리는 다시 줄을 서서 해리포터 코스로 한 번 더 들어갔다. 다시 봐도 역시나 흥미진진했지만 ‘역시 좋은 것도 한번이 족하구나!’ 라는 교훈을 얻으며 나왔고 출구직전에 위치한 기념품가게로 들어갔다. (크게 감동 먹고 나가는 길에 절묘하게 기념품 가게를 열어 놔서 어지간한 자제력 아니면 안 들어가 볼 수 없다.) 다이어리, 여권지갑, 모자, 지팡이 등등 관심 없던 나도 갖고 싶은 마음이 동할 지경이었다. 당연히 나머지 셋은 아까보다 더 신나서 정신 못차리고 있었다. ‘정말 이곳은 돈 쓰게 만드는 선수들이 만든 곳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다양하고 이쁜 캐릭터 상품들이 사람들의 지갑을 유혹하고 있었고 ‘조금만 마음을 뺏기면 여행경비 날리는 건 한 순간이겠다.’ 라고 스스로 다잡았다. 역시나 나만 빈손으로 나오고 셋은 뭔가를 하나씩 손에 들고 있었다.


 너무나 너무나 더운 날이었다. 섭씨 40도를 넘는 날이라고 했다. 햇볕은 강렬했고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다. 곳곳에 설치된 물 뿌려주는 선풍기를 만나 잠시 찝찝한 시원함을 맞으며 이동했다. 그 다음으로는 영화촬영 세트장 투어를 하러 갔다. 긴 열차를 타고 유명 영화 세트를 돌아보는 투어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연신 그늘과 물을 갈망하며 버텼다. 투어는 가이드에 따라 여러 언어로 안내되었고 그에 따라 대기 줄의 길이가 달랐고 전 세계 공용어의 위상에 걸맞게 영어 안내 대기 줄이 가장 길었다. 난 “야, 어차피 못 알아 들을 껀데 제일 짧은 줄로 가자”고 했지만, 다른 아이들의 무언가 영어 안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듯 한 눈빛을 마주한 즉시 곱게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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