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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Jan 23.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로스엔젤레스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오늘은 로스 엔젤레스를 떠나 그 유명한 라스 베가스로 가는 날이다. 하긴 나 같은 여행자야 다 유명한 도시만 찍고 다닐 예정이지만 그래도 라스베가스는 특별히 흥분되는 이름이다. 사막 위에 꽃 핀 향락의 도시. 아~~ 드디어 죽기 전에 한 번 가보는 구나... 다시 한 번 감격스럽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미리 예매해 둔 우리나라로 치면 고속버스를 타고 6시간 정도의 여정이다. 자리를 예매할 때 어디 쪽이 이래서 좋고 어디 자리는 이래서 별로라는 블로거들의 평이 있었지만 갑자기 일정을 바꾸는 탓에 좌석에 대해 고민할 여지도 없이 빈 자석에 앉게 되었다. 고를 것이 없으니 고민도 없다.

     

 오전에 다른 계획이 없어 느즈막히 일어나 며칠 째 성실히 먹는 팬케이크를 알맞게 굽고 캘리포니아산 오렌지와 커피 한 잔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짐을 꾸렸다. 버스 출발 시간은 11시 반쯤. 어느덧 익숙해져버린 Uber 택시를 타고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승연이와 둘이 택시 뒷자석에 앉아 라스베가스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도착할 때 까지 시간도 넉넉하던 터라 여유 있는 마음으로 손목 시계도 풀어서 손에 든 채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정체 구간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목이 뒤로 젖혀졌다 앞으로 튕겨졌다. 뒷목으로 전해져오는 아주 묵직하고 둔탁한 충격! 그 직후 따라온 머리가 울리는 느낌...     


 정말 예상치 못한 찰나의 순간이었다. 말 그대로 방심하고 있던 순간 느닷없는 충격을 받았다. 이런저런 반응을 할 새도 없었다. 어리둥절하고 정신없는 와중에 무슨 일인가 봤더니 뒷 따라 오던 차가 우리 차가 멈춘 것을 못 보고 그대로 친 것 같았다. 내 평생 겪어 본 적 없는 교통사고를 미국에 와서 당할 줄 이야...와 후방 추돌을 당하면 이런 느낌이구나. 뒷목이 묵직하고 뻐근한 느낌. 그나마 나는 안고 있던 큰 배낭 덕에 반동에 의한 충격 외에 다른 충격은 없었지만 승연이는 썬글라스를 쓴 채로 운전석 시트에 얼굴을 부딪히는 바람에 콧잔등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놀란 얼굴의 뒷 차량의 운전자가 우리에게로 와 미안하다고 하며 괜찮으냐고 물었고 차에서 내린 우리 기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나와 승연이도 정신을 가다듬었다. 한국에서 이런 상황이면 그래도 어디다 전화라도 해보고 도움을 구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역만리 외국에서 이런 일을 겪게 되니 어찌해야 할지 황망하기만 했다. 게다가 여행 중인 우리는 일정이 꼬일까 그것도 신경 쓰였다. 택시 운전사가 다시 돌아와서 뒷 차의 기사가 핸드폰 하느라 앞 상황을 못 보고 그대로 부딪혔다고 하며, 뒷 차량의 보험사에서 연락이 갈 것이고 보상 해 줄 거라는 얘기를 했고, 자기도 마사지 같은 치료를 받을 것이니 우리도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보상이라는 말을 들으니 내심 솔깃하며 안도했다. 승연이 코가 약간 걱정되기는 했지만 그 외에 큰 부상은 없는 것 같아서 우리는 일단 다시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 도착한 후 다시 한 번 우리의 안부를 묻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간략하게 얘기해 준 택시 기사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인사를 나눈 후 우린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 승차장 주위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근처 커피숍에서 얼음을 구해와 승연이 코에 냉찜질을 해주었다. 그러다가 퍼뜩 깨달았다. 내 손목 시계를 택시에 떨어뜨렸다는걸...“오우~ 쉣!!!!!!”     

 택시를 타고 손에 쥐고 있던 손목시계를 아까 뒷 차와의 충격이 일 때 놓친 게 분명했다. 뒷 자석 바닥 어딘가에 훌쩍이며 있을 터였다. 당장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다행히 기사가 시계를 발견했고 우리를 내려 준 그 곳에 아직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거기까지는 꽤 먼 거리였고 버스 탑승 시간까지는 고작 5분 가량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택시기사에게 이쪽으로 방향으로 출발해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중간에 어긋날 수도 있고 그렇게까지 할 것 같지도 않아서 그런 말 할 시간에 뛰는 게 낫겠다 싶었다.   

   

 “거기 있어요!”   


 외마디 소리와 함께 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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