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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Feb 13.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라스베가스의 쇼를 관람하다.

 오늘은 저녁을 먹고 유명한 라스베가스의 쇼를 볼 예정이었다. 카지노를 품은 크고 멋진 호텔들과 그 호텔들이 뽐내는 각각의 볼거리 만으로도 멋진 길이 이어졌고 커다란 영상 광고판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지나가는 뮤지컬 광고들이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이곳 저곳 먹을 것도 많았지만 공연 시간도 촉박한 김에 어느 건물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피자와 콜라를 먹었다. 여행자가 여비를 절약하는 데는 확실히 식비가 제일 효율적이긴 하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쇼가 열리는 호텔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호텔들이 일렬로 쭉 늘어서 있는 덕에 길을 헤맬 일은 없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거리의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공연이 열리는 호텔로 오는 길은 잘 찾아 왔는데, 호텔 내부에 자리잡은 카지노가 너무너무 큰 탓에 오히려 호텔 안에서 공연장을 찾아 가는데 애를 먹었다.   

  

 이리저리 헤매고 물어본 끝에 매표소를 찾았지만 예매자 이름을 잘못 써서 결제 카드와 이름이 달라져버린 실수를 해버린 에 표를 교환해 주는 분도 상황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혹시 이러다 공연을 못 보게 되는 건가 하는 괜한 염려를 하고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예매한 표를 취소하고 다시 결제하는 번거로움을 댓가로 무사히 표를 손에 쥐었다.     


 다소 촉박했던 시간과 부주의로 인한 소동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공연장에 들어서니 셀럽이 된 기분이 들었다. 무대와 그리 멀지 않은 자리로 가 앉아 한숨을 돌렸다.   

   

 공연장은 원형 극장 형태로 중앙에 설치된 무대를 좌석이 빙 둘러싼 모습이었는데 공연장 자체 만으로도 굉장히 화려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난생 처음 원형 극장에 앉아 본 자체만으로 신선한 재미와 설렘이 느껴지고 실내를 약간 어둡게 밝힌 붉은 조명아래 은은히 보이는 무대가 기대감을 고조 시켰다.  

   

 공연은 이제까지 살면서 본 적도 상상도 해 본적 없는 압도적인 느낌이었다. 출연자의 수 만해도 대단했고 그들이 보여주는 익살스러운 연기와 화려한 기술들이 어우러지는 웅장한 스케일을 바탕으로 한 물과 불의 조화로움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분위기. 한정된 무대에서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환상과 아름다움을 최대한 표현해 내는 멋진 공연이었다. ‘대단해, 정말 굉장하구나 이곳은...’ 절로 탄성이 나왔다. 한동안 넋이 나간 채 공연의 분위기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3시간 가까이 이어진 공연에 후반에는 약간 지치기도 했다. 출연자와 관객 모두가 끝을 본 공연이 끝나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대단한 구경을 했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 것 같았다. 몸과 마음이 꽉 찬 기분으로 숙소로 돌아갔다.     


 아침부터 일어난 다이나믹한 일들과 긴 여정으로 상당히 지쳐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맥주를 몇 병 샀다. 호텔 방 냉장고에 맥주를 비롯한 음료들이 채워져 있었지만 그것들은 비싸니까 한 곳에 잘 빼놓고 내가 사온 맥주들을 대신 채워 넣었다. 여행 중에 처음으로 맞이한 욕조 바닥을 막고 약간 따끔할 정도의 뜨거운 물을 틀었다. 욕실도 넓어서 좋다. 물을 차 오르기를 기다리며 창밖을 보니 호텔 야경들이 멋지다. 특히 하드락카페의 커다란 기타모양의 간판이 마음에 쏙 든다. 욕조에 물이 적당히 차 오르고 아쉬운 대로 핸드폰으로 좋아하는 락 음악을 틀고 맥주 한 병을 손에 쥔 채 욕조로 들어갔다. 발끝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찌릿함과 가슴을 지나는 뜨거운 기운과 호흡으로 들어오는 온기를 마시며 욕조에 누웠다. ‘하아~~’ 눈을 감고 온 몸의 세포가 풀어지는 것을 느끼며 손에 쥔 차가운 맥주 한 모금을 넘겼다. 차가운 맥주가 따뜻한 물에 담긴 내 목과 가슴을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크아~ 내 인생에 이런 호사가 다 있다니. 이런 생을 가져보게 해 주신 우리 부모님께 감사하다.’ 이런 삶에 대한 찬미를 하며 몽롱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호텔의 부들부들한 이불에 몸을 비비며 느즈막히 일어나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니 택시 회사로부터 이메일이 와 있었다. 수능 외국어 영역 만큼이나 정성들여 독해 해보니 나와 승연이의 안부를 묻는 걸로 시작해서 Uber사이트에서 미리 결제된 터미널까지의 택시비는 환불될 것이고, 사고 가해자의 보험회사로부터 연락이 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사고 대처는 어떻게 진행 될지 내심 기대가 되었다. 승연이에게 소식을 알렸다. 그 사이 승연이의 코는 다행히 별 탈 없이 진정된 것 같았다. 당황스러운 일이긴 했지만 다행히 이정도면 훗날 다 이벤트고 추억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식사를 하러 나가기로 했다. 여기 호텔 식사는 꽤 비싸서 사 먹기가 좀 부담 된 터라 검색으로 찾아낸 메인스트립에 위치한 호텔 내에 위치한 가성비가 좋다는 뷔페로 아침도 굶고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라스베가스는 의외로 해산물이 저렴하고 맛있다고 한다. 사막 한 가운데서 어떻게 해산물이 유명해 질 수 있을까 했는데 뭐든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짧은 대기 줄을 지나 뷔페 안으로 들어갔다. 하얀 벽이 인상적인 가보진 않았지만 왠지 그리스 풍으로 인테리어를 했나 싶은 기분이 드는 넓은 식당이었다. 낯선 메뉴들을 먹는 재미와 허기를 채우는 만족감을 동시에 느끼며 마치 음식으로 타지의 서러움을 채우려는 듯 열심히 먹고 마지막으로 킹크랩까지 가득 먹고서야 가슴을 채우는 만족스러운 포만감으로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입장부터 퇴장까지 제한 시간이 있어 걱정했지만 대부분 그렇듯이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충분히 먹고 쉰 후 아쉬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스베가스에 왔으니 카지노는 일단 들러 봐야겠다 싶었다. 마카오 여행에서 카지노를 가 본 적은 있지만 할 줄 아는 게임은 별로 없었고 기계로 하는 게임만 몇 번 두드려 본 경험이 전부였다. 딜러가 진행해주는 게임은 최소 베팅 금액이 비교적 높기도 하고 딜러와 마주 앉기도 부담스러워 범접하기가 어려웠다. 워낙에 카지노가 많은 동네라 그런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카지노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햇살도 잘 드는 카지노에 오락실 가는 기분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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