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의 카지노를 털다.
카지노 실내는 넓고 깨끗하고 쾌적하기까지 했다.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머신으로 진행하는 블랙잭을 몇 게임 했지만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하며 용기를 내서 딜러와 함께 하는 누군가 추천했던 ‘카지노어’ 라는 게임이 열리는 테이블로 가서 어색함을 억누르며 약간 사이드 자리에 앉았다. 카지노어라는 게임은 딜러와 내가 카드를 한 장 씩 받은 후 숫자가 높은 쪽이 이기는 너무나도 단순한 게임이었다. ‘이게 머야, 완전 바보게임이잖아.’라고 생각했지만 하면 할수록 근원을 알 수 없는 바보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고 운 좋게 나의 칩이 쌓여가는 재미에 시간도 잊고 흠뻑 빠져들었다. 특히 나의 카드가 4가 나왔을 때 아~ 당연히 졌다 생각했는데 딜러의 카드가 2가 나오며 내가 이겼을 때 딜러가 이 게임은 아주 익스트림한 게임이라고 한 것이 인상 적이었다. 경험삼아 재미삼아 앉았던 내 앞에 칩이 쌓여갈수록 욕심이 생겼다.
‘좋아 조금만 더 쌓이면 그만 둬야지.’
‘그래, 10개 들이로 하나만 더 쌓이면 멈추자.’
‘아, 조금 빠졌네. 아까 정도로 회복만 하면 그만하자.’
‘오 지금 물 들어 올 때야. 조금만 더 들이자.’
‘아 안돼,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높은 베팅으로 빨리 회복하고 접어야겠어.’
시작하자마자 운 좋게 들어온 칩들이 수북해진 것도 잠시였다. 옆에서 그만하라고 말리던 승연이의 말은 뺨따구으로 듣고 잠시 정신을 잃고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생각없이 말도 안 되는 베팅 몇 번으로 쌓였던 칩들을 다 잃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으앙~~이게 머야~~~~’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아쉬움과 나를 주체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그에 비해 옆에 않은 카지노가 처음이라던 승연이는 대략 10만원 정도에 달하는 칩을 두 손에 안아 쥐고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니 카드 카운팅 하니?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메말라버린 나의 칩들에 비해 수북한 칩을 보고 내가 허허 헛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저 많이 땄죠? 헤헷! 사진 찍어 둬야 겠다.” 입이 귀에 걸린 채 승연이가 얘기하며 손에 칩을 올려놓고 핸드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내가 잃은 게 고대로 그쪽으로 갔네. 내꺼 니까 내놔!”
“머래요? 제가 오늘 한 턱 쏠께요.” 승연이는 카지노의 재미에 빠진 듯 신나는 얼굴로 얘기했다. 역시 돈 따는게 세상에서 제일 짜릿하고 신나는 일이다. 승연이의 성과에 대한 얘기를 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이번엔 들소 울음 소리가 나는 머신을 마주했다.
“이거 한 번 해볼까?”
“좋아요.”
기세 좋은 승연이는 자신만만했다.
"살살해. 다 털지 말고."
"알아서 해요."
우린 앞뒤로 앉아 칩을 넣고 게임을 시작했다. 사실 어떻게 판이 돌아가고 어떻게 코인이 쌓이고 줄어 드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냥 버튼을 눌러댔다. 한참을 어리둥절한 채 게임을 하다 보니 얼마 되지는 않지만 코인이 올라갔고 이때다 싶어 코인 반환 버튼을 눌러 영수증으로 돌려받았다. 반대쪽에 앉은 승연이는 어떻게 되가고 있나 싶어 슬쩍 가보았다. 승연이의 게임기 화면에서는 보물상자에서 동전들이 뿜어져 나오는 영상이 나오며 코인이 올라가고 있었다.
“아앗!!! 이게 머야? 머야 머야?” 나는 깜짝 놀라 얘기했다.
“몰라요. 돈이 자꾸 올라가요.” 자기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승연이가 얘기했다.
“근데 돈이 자꾸 올라가니까 오히려 불안해요.” 버튼을 누를 때 마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동전이 쏟아지는 영상이 반복적으로 나오며 승연이의 코인은 천천히 꾸준히 올라가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야, 계속 이대로 둬봐! 이러다 큰 일 한번 터질 지도 몰라.” 오히려 내가 흥분해서 말했다. 그 후로도 꽤나 계속되던 승연이의 상승세가 살짝 꺾였다.
"아 절루 가, 오빠가 오니까 안 되잖아." 확실히 내가 보고 부터 잘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들은체도 하지 않고 나는 돈 올라가는 장면을 구경했다.
"와 이거 근데 진짜 머지, 진짜 운 좋네."
코인 올라가는 게 주춤하다 오히려 줄어드는 걸 보자 승연이는 자제력 있게 코인 반환 버튼을 눌렀다.
"아 더 딸 수 있었는데...가까이 오지 말라니까..."
“야, 니 여기와서 틱틱이 쓰니? 장난아이다~ 오늘 왠일이니 정말. 처음 와서 카지노 완전히 털고 가네. 부럽다 부러워!"
“와 진짜 이럴수가. 가족들한테도 자랑해야겠어요.” 뿌듯함 가득한 얼굴로 승연이는 자기 손에 들려진 칩을 내려다 보았다. 들소 울음 소리가 나는 머신에서도 꽤나 선전했고 도합 20만원 가량의 수확을 올렸다.
“라스베가스 와서 돈 벌고 가는 사람이 여기 있네.” 부러움 가득한 내가 얘기했다.
우리는 그 후로 이리저리 어슬렁대며 블랙잭 머신을 비롯해 잠깐씩 이런저런 게임을 했고 결과적으로 나는 10만원을 잃고 승연이는 20만원 가량을 번 채로 카지노에서 나왔다.
"야, 그래도 카지노 막 다니고 그러면 안된다. 오늘은 진짜 재수가 좋은 날인거다."
"알아서 해요."
하긴..인생은 셀프지......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