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밤하늘에 내 얼굴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와 근처 전구쇼가 열리는 거리로 갔다. 천정에 가득한 전구를 스크린으로 이용해서 영상쇼가 펼쳐졌다. 처음엔 좀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가 있었다가 이내 조금 식상해졌다 싶을 때 ‘지금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그 스크린에 사진을 띄워 준다.’는 안내가 나왔다. 우리 셋은 즉시 셋을 담은 셀카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에이 근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리는데 우리 사진이 올라가겠어?”
“그래도 모르죠, 올라갈지. 히힛”
“맞아, 진짜 우리 사진 올려주면 좋겠다.” 맑은 눈의 동훈이 말에 승연이가 동조했다.
“그래, 머 만약이지만 우리 사진 띄워주면 진짜 큰 추억이 되겠다.” 나는 내심 기대심에 얘기하며 근처 기념품 가게로 들어가 보았다. 여행 시작 때 다짐한 도시별 마그넷 수집을 하려고 이리저리 보고 있었다.
“나와요 나와요, 형 우리 사진 나와요.” 동훈이가 동그란 눈으로 흥분한 톤으로 얘기했고 나는 부리나케 밖으로 나가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그 커다란 스크린에 우리 셋의 사진이 한 장도 아닌 두어장이 비춰지고 있었다.
“우와~~~~멋지다, 너무 멋져!!이야~~~” 라스베가스의 밤하늘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화면으로 나의 얼굴을 보는 것이 참 남사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이렇게 큰 내 얼굴이라니...
우리 셋은 고개를 젖힌 채 상기된 목소리로 감탄했고 흥분과 감격을 품고 스크린에 떠 오른 우리 사진을 다시 찍었다.
‘와~~ 진짜 재미나다~!’ 정말 재미로 가득찬 도시였다.
감격스러운 이벤트를 끝으로 그리고 동훈이와는 다시 헤어졌다. 조심해서 들어가라는 인사와 앞으로 남은 여행도 무사히 하라는 인사를 교환하고 돌아섰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는 도중에 분수 쇼가 유명한 호텔에 내려 분수 쇼를 구경했다. 분명 한때는 독보적인 볼거리였음에 틀림없었겠다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미 그보다 더한 여러 가지 다양한 볼거리와 쇼들을 구경해서 그런지 명성과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마지막까지 알차게 다리가 저릿저릿하도록 돌아다난 후에 호텔로 돌아갔다. 역시나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몸을 녹이며 라스베가스의 밤에 녹아들었다.
늦으막히 일어난 아침. 오늘은 정해놓은 일정이 하나도 없는 사치스런 날. 급한 마음 없이 일어나 창가로 가서 밖을 바라보며 꿈꾸듯 하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누워 늘어져 뒹굴거렸다. ‘아~ 호텔 이불 좋다! 난 사실 호텔 체질 인가봐.’ 나에 대한 깨달음을 하나 발견하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티비를 틀어 놓은 채로 멍하게 바라 보았다. 침대에 몸을 기대어 몸으로 느끼기엔 벌써 오랜 기간을 긴 여정을 지나 온 듯 한데 고작 열흘이 지났을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열어 이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LA에서 일어났던 사고의 가해자 보험사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어제 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며 연락을 달라며 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뙇!! 실전 전화 영어회화 시간인가;;;; 오 마이 갓! 대면 회화는 입모양이나 제스쳐로 그나마 적당히 알아 듣기라도 했지만 전화 영어는 순수 듣기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벌떡 일어나 앉으며 걱정이 되었다. ‘안되겠다. 승연이에게 도움을 청해야겠다. 이럴 때 유능한 동행이 있다는 것이 참 든든하구나.’
승연이에게 이메일의 내용에 대해 알렸다.
“모두를 위해서 나보다는 니가 통화하는게 낫겠어.” 내가 의기양양하게 얘기했다.
“저도 잘 못해요.” 승연이가 되받았다.
“아니야, 나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 내가 다시 토스했다.
“아...그래요 그럼 일단 해볼께요.” 순순히 상황을 인정하는 승연이었다.
승연이의 결단으로 이메일에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담당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받았고 우리 사건 담당자는 현재 부재중이었고 오후에 다시 걸라고 했다.
“아 머야~~ 큰 마음 먹고 전화했는데...” 김 샌 마음으로 내가 얘기했다.
일단 전화는 오후에 다시 걸어 보기로 하고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밖으로 나가니 역시나 거대한 용이 뿜어대는 불길 같은 열기가 거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걷다보니 카메라 용품을 파는 가게가 보였다. 버스에서 만난 백인 아주머니의 충고가 생각나 카메라 렌즈 뚜껑을 사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내가 쓰는 렌즈의 크기에 맞는 뚜껑은 없었다. ‘할 수 없지. 손으로 잘 가리고 다녀야지 머.’ 상황에 따라 포기가 빠른 나는 그렇게 마음 먹고 가게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