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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May 01.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시카고의 째즈바

 Andy`s라는 빨간 네온 사인 간판이 걸려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중앙 무대에서 연주자들이 째즈 음악을 연주하고 그 주위를 사람들이 둘러 싸고 앉아 밴드의 연주를 감상하며 각자의 음료를 마신다. 이 도시의 멋으로 나의 겉멋을 채워보려는 생각으로 째즈바에 온 나완 달리 승연이는 째즈 음악을 되게 좋아한다고 했다.

 

 나중에 영화를 통해(라라랜드의 남자 주인공이 가르쳐 준 것 같다.) 째즈 연주의 의미 대해 약간 알게 되었지만 이 시절 나는 ‘노랫말이 나오지 않는 음악은 대체 무슨 재미로 듣는 거냐?’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해 주는 점원이 자리가 부족하니 창가의 난간에 앉아 있다가 자리가 나면 안내를 해주겠다고 했다. 정식 자리도 아닌 그냥 난간에 대충 기대 서서 술 먹으면서 대기하라는 건데 왠지 막 대해주는 것 같은게 멋있었다.


 창가에 대충 걸터 앉아 병맥주 하나를 들고 연주자들의 움직임을 보며 째즈 음악을 듣고 있자니 내가 원했던 겉멋은 부족함 없이 채워지는 듯 했다. 째즈하면 또 자유로움이지, 그건 또 융통성이고, 결국 얽메이지 않음인가... 내가 미국으로 떠나오며 배워가고 싶다 생각했던 개념들이 한 무대에서 하나의 장면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30분 가량 듣고 있자니 한쌍의 커플이 빠져나가며 바에 자리가 비어 그 자리로 옮겨갔다. 주위엔 다양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대부분이 연인들이었는데 그 중 멋지게 차려 입은 노신사 한분이 혼자서 맥주와 안주 한 접시를 비우며 시간을 보내다 갔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하고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멋지게 차려 입은 모습이 얼마 전 지나 온 라스베가스의 모습처럼 애처로워 보였다.    

       

 친숙한 음악은 아니지만 듣고 있다보니 은근히 빠져들었다. 연주자들의 손동작과 어깨의 움직임을 보며 낯선 도시에서 듣는 라이브 째즈 음악이 나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시카고의 밤이 농후하게 깊어갔다. 째즈와 맥주에 흠뻑 빠져 노랫말 처럼 이 밤에 취해 흔들렸다.




 잘 잤다. 게다가 아침에 외국인에게 크게 감동까지 했다. 내 옆 침대의 일층칸에서 자고 있는 유럽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한 남자는 평소에 본인의 코골이가 심한 걸 알고 있었는지 코골이 방지 마스크를 쓰고 자고 있었다. 밤새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룻밤 힘들고 난 터라 타인을 배려한 그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배려란 감동이구나...


 내가 시킨 것도 아닌데 고마우면서 미안하면서 감격스런 마음으로 식당 층으로 올라가 씨리얼과 크림을 바른 베이글로 아침 식사를 마쳤다.      


 “어제는 잘 잤어요?”

 “응, 심지어 아침에 맞은 편에 남자는 코골이 방지 마스크를 쓰고 자고 있더라고. 엄청 감동했어.”

 “우와, 그런 사람이 있다니. 멋진 사람이네.”

 “맞아, 처음 봤어 그 코골이 마스크 쓰고 자는 사람...엄청 답답해 보이던데...그나저나 오늘은 어디로 가지? 가보고 싶은데 있어? 너 미술관 가보고 싶다고 했지?”

 “네, 여기 유명한 미술관 있는데 거긴 꼭 가보고 싶어요.”     


 어제 만난 할머니의 정보와 더불어 이리저리 검색해서 나온 여기저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평소에 대학 캠퍼스에 대한 낭만을 갖고 있던 터에다가 LA에서 UCLA이 멋에도 빠졌던 터라 오늘은 시카고 대학을 가보기로 하고 내일 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조식의 포만감에 침대 위에서 퍼져 있다 느즈막히 준비하고 나와 지하철 정류장으로 가던 중 첫날 도착해서 봐두었던 예쁜 도너츠 가게에 들러 도너츠와 커피 한잔을 마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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