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영 Mar 10. 2021

공모전 떨어져도 괜찮다고 해놓고.

첫 번째 공모전에 도전했을 때 마감날에 맞춰 작품을 제출하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컴퓨터를 켜서 그 공모전 이름을 검색했다.


아직 발표일이 한참 남았는데도 혹시나 전화를 받은 사람이 없을까 기웃거리다 당연히 없었기 때문에 전년도, 전 전년도 전화를 받은 사람과 뽑힌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가며 하나하나 다 읽었다.


그러고서는 내가 붙은 것처럼 환희와 기쁨에 허덕이며 수상소감을 적기도 하고, 또 그 수상소감을 퇴고하기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 글을 읽는 동안만큼은 내게도 저런 수상의 시간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이 어떤 궂은 환경에서 써 내려갔는지, 왜 붙을 수밖에 없는지 내 안에서 이야기들을 지어내며 내 작품이 붙어야 하는 당위성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작품이 수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밝게 빛을 내고 있는 상상도 했다.


상상하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게 내겐 축복 같은 일이었다.


웬만큼 큰 상들은 전화가 미리 온다던데라는 생각을 견고하게 유지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전화를 기다렸다. 수시로 휴대폰을 들여다봐서 휴대폰이 닳아 없어지는 줄 알았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고 발표날이 거의 임박해지면 초조함과 절박함에 허덕였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희망의 몽우리는 계속 내 맘 속에 남아있다.


그러다 발표날이 되면 아침일찍부터 홈페이지에 들어가기를 반복하다 상을 거머쥔 사람들의 이름을 읽어갔다.

내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러 번 다시 보았다.

말할 수 없는 허탈함을 느끼고, 실망했고, 슬퍼했으며 좌절했다.


처음은 그랬다. 꼭 공모전에 떨어진 게 연인에게 실연당한 것처럼 슬펐다.   

한 동안 내가 낸 작품을 다시 읽어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낸 작품을 그래도 읽어봐야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작품을 꺼내 읽었다. 그 많은 작품들 중에 반짝반짝 빛이 나며 최종심까지 올라가 있을 거라고 믿었던 내 작품이 었는데...

분명 같은 작품인데 읽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웠다.


왜 떨어진 줄 알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결과가 내 작품을 그렇게 보이게 하는 게 억울하다 느낄 수 있었지만 내 작품을 보니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전개가 너무 훅훅 뛰고 끝맺음도 이상했다. 퇴고를 완벽하게까지는 아니지만 이 정도는 됐다 싶어 낸 글인데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 고쳐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을 만큼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문장 한 두 개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전부 다 뜯어고쳐야 할 판이었다.


어떻게 같은 작품이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같은 작품을 읽어보았다.

그 작품은 내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내가 쓴 작품은 앙상하지만 단단한 뼈대가 되어 어디서 어디까지는 살을 붙이고 어디서 어디까지는 덜어내야지 하는 방향성을 보여줬다. 이거라도 없었으면 나는 또다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을 텐데 비록 공모전에는 떨어졌지만 이 작품이라도 내 곁에 남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공모전에 도전했을 때는 첫 번째만큼 컴퓨터에서 그 공모전의 이름을 검색하지 않았다.

일부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또 가 붙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다. 오히려 나가 왜 떨어질 수밖에 없는지를 내 스스로에게 관철시켰다.


그러다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공모전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작품을 쓰지 않았다.

쓰지 않는 건지 못 쓰는 건지 처음 한 두 번은 몰랐지만 세 번째 공모전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안 쓰는 거였다는 걸.


뭐가 그리 겁이 났던 걸까.


나는 지금도 검색만 덜 한다 뿐이지 온통 공모전의 결과에 촉각이 곤두서 있었다. 이제 발표를 잘 기다리고 의연하게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처음 공모전에 작품을 내기 전에 결심한 게 하나 있다. 붙어도 안 붙어도 상관없으니 내 인생 가장 다작한 해로 만들자고. 그런데 공모전에 내는 순간 나는 그 공모전에 연연하게 됐다. 결과를 기다리는 그 오랜 시간 작품을 쓰지도 집중하지도 못한 내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나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언젠가 붙을 거 앞만 보고 최선을 다해 쓰자 다짐했다. 그래야 정말 붙을 수 있을 테니까. 기회가 왔을 때 더 나은 실력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공모전에 떨어지면서 글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내가 아무렇게나 한 번에 쓴 글이 혜성처럼 짠하고 문단에 나타나지도 않을 거란 사실도 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연습하고 또 연습할 것이다. 쓰기라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 준 치유와 행복을 끝없이 기억할 것이다. 죽을 때까지 펜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다는 그 마음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나를 믿어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작가로 데뷔할 거란 꿈을 이룰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별거 아닌 일을 별거인 일로 만들어주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