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닌 일을 별거인 일로 만들어주는 사람.

by 강하영

신랑의 출근 시간은 내가 일어나는 시간보다 빠르다. 밥을 먹고 갈 여력도 시간도 없어서 굶고 갈 때가 많다.


그게 늘 맘에 걸리지만 가끔 이벤트식으로 챙겨주는 거밖에 하지 못 한다.

구운 계란 두 개와 소금 한 줌, 바나나, 떡 같은 걸 가방에 몰래 숨겨놓는다. 짠하고 놀라움과 함께 기쁨을 주고 싶어서. 칭찬받고 싶어서.


이것도 받는 사람이 진심으로 기뻐하는 게 보여야 괜히 뿌듯하고 더 하고 싶은데 신랑은 정말 별거 아닌 일에도 나와 관련이 돼있다면 긍정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신랑은 내가 매일 못 챙겨준 것보다 그 하루 챙겨준 걸 고마워준다.


별거 아닌 일에도 돌아오는 신랑의 칭찬은 나를 춤추게 한다.


몸무게가 내 기준에서 더는 늘면 안 되는 위험 수위인데 식욕이 폭발하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때면 자기 전에 누워 배달앱에 음식들을 한참을 연구하고 들여다보는 날이 있다.

그러고 있는 내 모습에 나 지금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며 혼잣말처럼 "왜 이렇게 먹고 싶은 게 많은 거야."하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신랑은 내 말을 건성으로 넘기지 않고 이렇게 말해 주었다.

"아는 게 많으니까 먹고 싶은 것도 많지."하고 말이다.


둘이 있을 때는 가...라고 부르는데 아가가 똑똑해서 그래라고 한마디 덧붙여주면서 말이다.


그럼 나는 먹으면 안 되는 시간에 먹고 싶은 게 많은 것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 말을 듣고 나서는 오히려 내가 먹고 싶은 게 많은 것이 뿌듯하기까지 했다.


금요일이 다가오면 슬쩍 옆으로 와서

"아기 본다고 고생이 많지. 주말에 뭐하고 싶어?"하고 내 마음을 물어봐준다.

그런 그가 있어서 아이를 키우며 잠을 못 자도, 밥도 맘 편하게 못 먹어도 그리 고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에구 딱해라."라는 말도 많이 해주는데 그럴 때면 나는 신랑 앞에서 강한 엄마는 잠시 내려놓고 다시 연약한 여자가 된다. 딱하게 생각하는 그의 앞에서 맘껏 육아의 힘듦을 토로하는데 그러고 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좀 후련해진다.


공감과 칭찬을 적절하게 쓰는 그가 부럽다.

나도 그에게 긍정과 칭찬의 연금술사가 되고 싶은데 피곤하다는 핑계로, 의견이 다르다는 핑계로 이따금씩 모난 말이 튀어간다. 그래서 그가 더 대단한 것 같다.


첫 만남에서 내 이상형을 묻는 그에게 나는 표현을 굉장히 중시하며. 표현이 많은 사람이 좋다고 했었다. 마음속에 있는 걸 꺼내놓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지 않으냐고. 그리고 나는 내가 사귀는 사람은 내가 배울 게 많은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신랑은 그 두 가지를 다 충족시켜준다.


어쩜 말을 저렇게 예쁘게 하지. 학원 다니나 할 만큼 적재적소에 말을 예쁘게 하고, 표현 부분에 있어서도 늘 거리낌이 없다. 예쁘다는 말,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들을 아껴두지 않는다.


그게 타고난 게 아니라 노력의 산물이라는 걸 알아서 늘 눈물 나게 고맙다. 나를 만나기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걸 친구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으니까. 나라는 사람을 위해 노력해 준다는 게, 노력하다 못해 이제 누구보다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정말 고맙다.


신랑의 예쁜 말 한마디 한마디들이 쌓여 내 일상이 또 나라는 사람이 별 거 아닌 게 아니게 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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