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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Mar 08. 2021

별거 아닌 일을 별거인 일로 만들어주는 사람.

신랑의 출근 시간 내가 일어나는 시간보다 빠르다. 밥 먹고 갈 여력도 시간도 없어 굶고 갈 때가 많다. 


그게 늘 맘에 걸리지만 가끔 이벤트식으로 챙겨주는 거밖에 하지 못 한다.

구운 계란 두 개와 소금 한 줌, 바나나, 떡 같은 걸 가방에 몰래 숨겨놓는다. 짠하고 놀라움과 함께 기쁨을 주고 싶어서. 칭찬받고 싶어서.


이것도 받는 사람이 진심으로 기뻐하는 게 보여야 괜히 뿌듯하고 더 하고 싶은데 신랑은 정말 별거 아닌 일에도 나와 관련이 돼있다면 긍정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신랑은 내가 매일 못 챙겨준 것보다 그 하루 챙겨준 걸 고마워준다.


별거 아닌 일에도 돌아오는 신랑의 칭찬은 나를 춤추게 한다.


몸무게가 내 기준에서 더는 늘면 안 되는 위험 수위인데 식욕이 폭발하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때면 자기 전에 누워 배달앱에 음식들을 한참을 연구하고 들여다보는 날이 있다.

그러고 있는 내 모습에 나 지금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며 혼잣말처럼 "왜 이렇게 먹고 싶은 게 많은 거야."하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신랑은 내 말을 건성으로 넘기지 않고 이렇게 말해 주었다.

"아는 게 많으니까 먹고 싶은 것도 많지."하고 말이다. 


이 있을 때는 가...라고 부르는데 아가가 똑똑해서 그래라고 한마디 덧붙여주면서 말이다.


그럼 나는 먹으면 안 되는 시간에 먹고 싶은 게 많은 것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 말을 듣고 나서는 오히려 내가 먹고 싶은 게 많은 것이 뿌듯하기까지 했다.


금요일이 다가오면 슬쩍 옆으로 와서 

"아기 본다고 고생이 많지. 주말에 뭐하고 싶어?"하고 내 마음을 물어봐준다.

그런 그가 있어서 아이를 키우며 잠을 못 자도, 밥도 맘 편하게 못 먹어도 그리 고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에구 딱해라."라는 말도 많이 해주는데 그럴 때면 나는 신랑 앞에서 강한 엄마는 잠시 내려놓고 다시 연약한 여자가 된다.  딱하게 생각하는 그 앞에서 맘껏 육아의 힘듦 토로하는데 그러고 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좀 후련해진다.


공감과 칭찬을 적절하게 쓰는 그가 부럽다.

나도 그에게 긍정과 칭찬의 연금술사가 되고 싶은데 피곤하다는 핑계로, 의견이 다르다는 핑계로 이따금씩 모난 말 튀어간다. 그래서 그가  대단한 것 같다.


첫 만남에서 내 이상형을 묻는 그에게 나는 표현을 굉장히 중시하며. 표현이 많은 사람이 좋다고 했었다. 마음속에 있는 걸 꺼내놓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지 않으냐고. 그리고 나는 내가 사귀는 사람은 내가 배울 게 많은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신랑은 그 두 가지를 다 충족시켜준다.


어쩜 말을 저렇게 예쁘게 하지. 학원 다니나 할 만큼 적재적소에 말을 예쁘게 하고, 표현 부분에 있어서도 늘 거리낌이 없다. 예쁘다는 말,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들을 아껴두지 않는다.


그게 타고난 게 아니라 노력의 산물이라는 걸 알아서 늘 눈물 나게 고맙다. 나를 만나기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걸 친구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으니까. 나라는 사람을 위해 노력해 준다는 게, 노력하다 못해 이제 누구보다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정말 고맙다.


신랑의 예쁜 말 한마디 한마디들이 쌓여 내 일상이 또 나라는 사람이 별 거 아닌 게 아게 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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