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영 May 31. 2021

엄마의 손맛을 아직도 배우지 못한 이유.

엄마가 해준 음식들 중에서 밥도둑들을 맛보면서 하는 말이 있다.


"엄마. 이거 진짜 너무 맛있. 이건 꼭 배워놔야 하는데. 언제 하는 거 좀 가르쳐줘."


이 말은 사람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언제 밥 한 끼 하자"는 처럼 행에 옮겨지지 못고 없던 일이 돼버린다.


어느 날 문득, 엄마의 음식들이 맛있는 만큼 배우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 자주 하는데도 왜 나는 엄마의 손맛 담긴 음식을 하나도 전수받지 못했을까? 궁금해졌다.


그리고는 내가 엄마에게 가르쳐달라고 했을 때마다 엄마가 보인 반응을 떠올려 봤다.


몇 회는 콧방귀를 뀌었고 몇 회는 들려오는 대답조차 없었으며 몇 회는 언제 배우겠어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에 딱 한 번 나도 엄마의 간장게장을 배웠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의 답이 돌아온 적이 있긴 했었다.


엄마가 한 대답들을 종합해서 곱씹어 보내게 가르쳐주겠다고 긍정의 말이나 행동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단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우리 엄마가 엄마의 레시피를 딸에게 공유하지 않을 만큼 야박한 사람인가?는 생각지 하게 됐다.


그런데 사실 그건 터무니없는 상상이었다. 엄마는 내게 그 어떤 것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엄마는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요리책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었다.


그럼 왜 내게 엄마 요리 비법들을 전수하지 않는 걸까?


엄마는 날 엄마계의  햇병아리 정도로 인식하는 듯했다. 어쩌면 아직 나를 떠먹여 줘야 할 만큼은 아니더라도 해먹여야 할 존재 정도로 여기고 있는지도 몰랐다. 엄마에게 나는 아직도 돌봐야 할 대상일 뿐인 걸까.


한 번 엄마는 죽을 때까지 엄마인 채로 살게 될까. 여러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리고 엄마의 요리 비법들을 아직도 전수받지 못한 이유에 대한 결론을 냈다. 마흔 살이나 쉰 살이 되었을 때 이 결론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35살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엄마는 내게 요리 비법을 전수하는 시기를 자꾸 늦추고 있는 것이다. 20대 때는 아직 어려서, 결혼하고는 결혼 생활에 적응하기도 바쁠 텐데 적응하라고, 아기를 가졌을 때는 일도 하고 아기도 돌보느라 바쁘고 힘들 텐데 관두라고, 조금 더 지났을 때는 아직 아이들도 어린데 뭘 배우냐고다.


아직은 안쓰럽고 안타깝기만 해서 직접 해주고 싶 마음이다.


그러니까 사실 나는 준비가 됐는데 엄마가 아직 준비가 안 된 거다. 내가 배워서 해 먹어버리면 엄마가 해 줄 수 없으니까.


엄마의 비법을 전수받지 못한 나는 오래도록 엄마를 생각하며 언젠가 전수받게 될 그날을 떠올다. 


엄마가 내게 비법을 전수하겠다 마음먹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아이들이 커서 내게도 여유가 좀 생기면 그때는 마음을 먹어줄까.


그전에 엄마에게 말해야겠다. 지금부터 배워서 내가 엄마에게 엄마의 비법 음식들을 해 드리고 싶다고 말이다.


엄마에게 평소 같으면 눈대중 손대중으로 눈감고도 하던 요리가 버겁게 느껴지고 귀찮게 느껴지는 날이 올 때마다 배운 걸 하나씩 써먹서 차려드리겠다고 말이다.


한 편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생각한다. 차라리 배우지 못해도 좋으니 엄마가 영영 내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술이 단데 네 앞에선 안 넘어가더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