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에
새를 보고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꼭 새의 발이
털 빠진
쥐 같았기 때문이다.
이 약한 다리로
이렇게
튼튼한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어쩌다 이 곳까지
오게 됐을까.
이 높은 곳에서
어지러워 픽 쓰러지고
떨어지면 어떡하지.
가녀린
다리와 털 빠진 쥐의 발만큼
새가 안쓰러웠다.
그러다 밑을
내려다봤다.
이 곳까지 올라왔을
새의 과거가 보였다.
이 곳까지
날아오르려고
날갯질을 하는 새의 파닥임을.
깃털보다 가벼웠고
새의 환희는
공기처럼 넓게 퍼졌다.
온 하늘이 새의 것이었고,
앉는 자리마다
새의 보금자리가 돼주었다.
약한 발을 가졌지만
창보다 빠르고
방패보다 강한
날개를 가진 새는
물에 비치는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새는 언제든지
날아오를 수 있다.
새의 다리는
다리의 자재처럼
녹슬지 않는다.
10년도,
20년도
너끈히 써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