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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Jul 27. 2021

짐을 싸서 시골에 왔다.

간식부터 다르다.

메인 사진에 있는 저 작지만 야무진 손이 둘째의 작고 오동통한 손이다.


오늘 일주일 후면 첫 생일을 맞게 될 둘째는 간식으로 방울토마토를 20개는 먹은 것 같다. 그것도 농약 한 번 치지 않고 재배한 무농약으로. 

뒷마당 한편에 만든 작은 텃밭에는 없는 게 없다.

자두나무, 복숭아나무에도 열매가 대롱대롱 열렸다. 이곳에서 보이는 열매는 다 따서 손으로 대충 쓱쓱 문질러 입으로 가져가도 좋다.


아이들과 내가 짐을 싸서 온 이곳은 시골집 중에서도 좀 예쁜 시골집이다. 우리만 보고 지내기 위해 만든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본체는 우리 가족들만 사용한다. 본체에서 식당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앞마당을 찍은 풍경이다.


볕이 좋 비가 내리던 시골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을 오감으로 바로 곁에서 즐길 수 있다는 거다. 처마에 떨어지느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 어떤 음악보다 감미롭다.


새소리에 잠을 깨는 아침은 또 어떠한가. 눈을 뜨자마자 자연이 주는 축복은 시작된다.

어떻게 이리도 정교하고 예쁘게 그림을 그렸을까.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하나씩의 재주가 있겠지만 내가 못 하는 영역의 작품들을 바라볼 때면 입이 쩍 벌어지 절로 감탄이 나온다.


엄마 곁에는 늘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재능 기부하시는 지인분들도 많다. 다육이로 작품을 드는 분부터 이곳을 예쁘게 가꾸는데 재능을 아낌없이 쓰고 가시는 분들이 계셔서 점점 더 풍성해지고 예뻐지는 거 같다. 세상에는 이름 아는 천사들이 많다.

주방으로 내려가는 돌담길 옆엔 이렇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공간과 그 곳을 채우는 소품 하나하나에 엄마의 관심과 애정이 담다고 생각되 하나도 허투루  수 없다. 더 깊이 눈에 담고 마음에 담게 된다.

어렸을 적엔 가끔 시골에 갈 일이 생기면 논에서 올챙이를 자주 봤던 것 같은데 어느날부터 올챙이를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마당에 이렇게 올챙이가 크고 있다니. 정말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뒷다리가 난 올챙이, 꼬리만 있는 올챙이 등 아이에게 자연은 반가움 그 이상이다. 즐거운 교육의 이 되주기도 한다.

펜션 겸 연수원 곳곳에 물에 이 아이들이 피어있다.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세상에 자연이 피어내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을까.

가는 곳곳마다 삶이 피어 있었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식물에게는 온전 자신이 주인공인 삶일 텐데.


볼때마다 이토록 아름답게 피워내는데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는 내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하나하나 이름을 익혀서 알아 놓아야지 생각했다.


그래서 올 때마다 내 마음에 환한 불을 켜주는 이 생명들을 나도 기억해야지. 그래서 더 아끼고 사랑해야지.

식당 앞에 야옹이가 있다. 이 아이도 날은 덥지만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나도 이 곳에서 모든 근심,걱정을 내려놓고 온전히 여름과 시골과 아이들에게만 집중한다.


우리는 같은 곳에서 같은 여유를 가진 채 며칠을 보내게 될 거 같다.

펜션과 대강당으로 올라가는 뒷마당은 낮에 봐도 예쁘고 밤에 보면 더 예쁘다. 꿈의 동산이 있다면 이곳일까.


자식과 손주를 위해 어느 것 하나 엄마 손이 거치지 않고 꾸며진 게 없는 이곳은 엄마의 마음 그 자체이다.


오늘부터 큰 아이 방학이기도 하고 15일 간 엘리베이터 공사를 해서 소음도 너무 심하다. 또 집이 6층이라 아이를 안고 한 번 내려갔다오면 온몸이 땀범벅이 된다.


그런 환경에 놓인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엄마가 큰 맘먹고 우리를 초대했다. 며칠이든 괜찮으니 쉬어가라고. 평일이면 우리가 사는 곳에 거의 나와서 일을 보는 엄마라 시골에 우리를 데려다 놓고도 왔다 갔다 일을 봐야 해서 더 신경 쓰이고 힘들 텐데.


아이를 낳아보니 날 낳아서 키우는 거부터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가 멀쩡히 살아서 성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다 기적 같고 말이다. 살아가면서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철도 없이 하루라도 더 있어 보겠다고 아이들 옷가지며 짐을 최소 3일 이상 있을 수 있게 넉넉하게 쌌다.


해가 저물기 전에 아이는 자전거를 운전하고 작은 아이 유아용 자전거에 태워 저 멀리까지 나갔 왔다. 파리와 모기들이 앞다투어  걸었지만 진한 풀냄새가 풀라떼처럼 콧구멍으로 들어와 머리까지 상쾌하고 싱그럽게 만들었다.


내일은 그 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들을 찍어 올리려 한다. 자연을 좋아하는 내게는 눈길 닿는 곳 다 흥분을 감출 수 없고 감격 그 자체이다.


자전거를 타느라 땀에 젖은 아이들을 차례로 씻기고 재우고 나니 속이 시원하면서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몰려온다. 자연이 좋아서 그런지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피곤해도 피곤한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이 곳의 바쁨이 신랑과 떨어져 지내는 슬픔을 무디게 해주는 마취제 같다. 잠도 더 푹 잘 자는 거 같다.


이 곳에서의 모든 것들을 감사히 여기려 한다.


여기 있는 동안 자연을 벗삼아 휴식 취하며 주말부부를 해서 슬픔에 잠겼던 마음도 다독거려 줘야겠다.


그리고는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만 담뿍 담아거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일어나자마자 문을 활짝 열어 마당을 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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