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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Jul 30. 2021

뙤약볕이 절정인 시간, 우린 자전거를 꺼냈다.

아이는 아침부터 자전거를 외쳤다.


밖은 너무 덥다며 한 시간만 다 타자는 말로 러 차례 아이를 랬다. 


몇 시간이 지나도 자전거에 대한 아이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대에 찬 눈을 더는 모른 체할 수  됐을 때 약볕이 절정인 시간 그렇게 우린 자전거를 꺼냈다.


자전거를 끌고 나가며 이곳에서 만큼은 편함을 잠시 내려놓아도 좋겠다 생각.




첫째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둘째가 탄 유모차 자전거를 끌 새로 길을 공사해서 평편한 오른쪽 길로 향다. 


오늘은 어떤 풍경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얘기를 나누게 될까.


탁 트인 곳을 걷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평해지는데 함께하는 아이들 덕분에 설렘까지 가득하다.

한 편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이 길, 사랑하는 아이들과 하염없이 걷고 싶다.


하지만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어제는 해 질 녘에 나가서 그런지 몇 집 안 되는 작은 동네라 가는 길에 동네 분들을 거의 다 뵀던 것 같다.


한 분 한 분 가던 걸음을 멈추고 아이들을 귀여워해 주시고, 안부를 물어봐주시는 게 얼마나 정겹던지 시골 인심을 담뿍 느꼈었다.


그런 오늘은 시간이 시간인지라 아무도 안 계셨다.


힘이 들어 잠시라걸음을 멈추 울려고 하는 둘째의 마음에 으면 좋겠는데. 


휴대폰에 동요를 틀어 유모차 자전거 바구니에 쏙 넣어줬다.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 아주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서 나보다 옛날이야기를 더 많이 알 것 같다.


아이에게 더 많은 옛날이야기를 들려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무가 부러워진다.

한 걸음 뗄 때마다 각기 다른 초록의 섬이 우리를 기다린다.


어쩜 몇 발자국 차이인데 이렇게 다른 느낌일까 새롭고 즐겁다.


덥긴 정말 더운데, 이미 나온 걸음 이만큼만 땀을 흘리고 돌아가기엔 너무 아깝다. 이의 성에도 찰 리가 없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자전거로 같은 길을 몇 번을 돌 가야 하는지 열심히 얘기 중이다.


우리는 그늘 하나 없는 이 쪽 길 대신 반대쪽 길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산책 코스로는 자주 가던 길이지만 지금 이 시간에 우리 셋 괜찮을까?

대학교에 다닐 때 작가노트에 단풍 든 나무를 보고 적은 글이 있었다.


한 그루의 나무지만 그 안에서만도 각기 다른 색들로 풍성했던 나무를 보고 난 충격을 받았었다. 작가노트를 쓰는 건 살면서 유심히 보지 않아 놓친 것들을 찾는 연습이었다. 


나무 안에 가을 산이 다 담겨있다고 적었다. 그래서 단풍나무 한 그루만 보고 있으면 가을 산에 가지 않아도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도. 을이 풍나무 한 그루에 다 있다고 적은 것도 같다.


오늘 이 풍경을 보고 그 일을 떠올린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여름에 자연이 만들어 낸 초록은 다 제각각의 초록의 빛을 뿜고 있다. 한 나무에서도 색이 다 다른데 우리가 매일 보고 있는 이 풍경들 실은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인가 떠올려 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본다,




가장 뜨거운 시간, 어쩌면 아이에게 가장 따뜻한 추억을 남겨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아이가 하자는 대로 자전거를 꺼냈었다.


내가 이 풍경을 보기 위해 나왔나 싶을 정도로 밖은 예뻤다.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 냄새와는, 이 열기와는, 이 소리와는 다른 세계에 있었다. 


나는 시골에 있었지만 이곳이 주는 호사를 누리는 방법을 몰랐다. 


밖에 나오니 두 눈을 믿을 수가 없 만큼 화려한 세계가 펼쳐진다.


밖으로 인도해 준 아이에게 고마웠다.


아이는 늘 그랬다. 내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안겨 주었다. 자기 자신이 보석 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자그마한 그늘이라도 보이면 당장에 달려가 그 품에 몸을 식히는 여름 낮시간이다.


이 시간에 초록의 풍성한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길이 믿기지 않을 만큼 반갑고 감격스럽다.


아이가 앞으로 겪게 될 인생길에 꽃길이 가득하길 바란다. 오늘 우리가 함께 산책한 이 길도 꽃길처럼 아름답다. 아이의 기억 속에도 그렇게 기억되려나 문득 궁금해진다.


우리는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


둘째가 탄 유모차 자전거를 끄느라 뒤처지는 나를 자꾸만 돌아보며 부른다. 날 부르는 첫째가 너무 좋아서 넋 놓고 바라다.


작은 아이라고 생각했던 네가 자전거를 타고, 나보다 빨리 가서 뒤처지는 나까지 챙기 날이 오다니.


날 불렀던 지금 네 모습이 세월이 흐른 후 이 길을 걸을 때문득문득 생각나겠지. 이 그리울 거 같다. 그래서 너와의 지금, 오늘이 너무 소중하다.

어떤 수식어가 필요할까 이 풍경에. 그저 넋 놓고 감상했다. 가슴이 뻥 뚫릴 만큼 하늘이 예뻤고 풀벌레의 노랫소리가 컸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며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자꾸 눈에 띄는 말라죽어 있는 지렁이였다. 만약 이 길을 개발하지 않고 흙길로 두었다면 이렇게 많은 지렁이가 이곳에서 죽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울퉁 불퉁한 흙길이야 사람에게는 불편한 정도지만 지렁이에게는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일이니 나부터가 이렇게 자연이 보존된 곳에서라도 편한 걸 고집하지 말자 다짐했다.


잠시만 멈추어도 울려던 둘째는 돌아오는 길에 유모차 자전거에서 한잠이 들었다. 그 모습이 여름 햇살을 받아 더 사랑스러웠다. 나는 꺾인 고개가 안전바에 박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자전거를 끌었다. 동생이 자는 걸 보고 내 걸음에 맞춰 천천히 자전거를 타는 첫째가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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