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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Sep 15. 2021

최첨단 장비가 아이들 웃음을 샀다.

그래. 그거면 충분하지.

휴대폰 바꾸기.


얼마 전 대폰 액정의 3분의 1이 금이 갔다. 브런치에 올릴 글을 적고, 올라온 글들을 읽는데도 눈이 아플 만큼 불편했다.


의심이 가는 인물은 둘이었다. 첫째는 평소 바닥에 있는 걸 신경 쓰지 않다닥 뛰어다녀 밟고 다닐 때가 많고, 둘째는 손에 잡히는 대로 높은 곳에 있는 걸 바닥에 떨어뜨리고, 그것도 모자라 굳이 바닥에 있는 것 까지 집어 톡톡 던다.


당장이라도 휴대폰을 바꾸러 뛰쳐나가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바꾼 건 이미 3년이 훨씬 지나 있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휴대폰을 2년 이상 써 본 적이 없다. 2년이 가까워지면 느려졌다거나 충전이 잘 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고 바꿨기 때문이다. 것도 최신 기종으로만. 한 번은 카드를 만들면 40만 원인가 기기값이 빠진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휴대폰을 사서 돌아갔다. 일이 바빴다는 핑계로 카드를 만들지 않았다. 나는 거기서 떠 먹여준 할인조차 받지 못하고 기계값을 다 내고 휴대폰을 사게 됐다.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나와 관련해서 들어가는 돈이 너무 아기 때문이다.


그 돈을 아끼면 아이들에게 먹을 것 하나, 옷 하나라도 더 사줄 수 있는데. 아니면 우리 가족이 먹을 고기 한 근이라도 살 수 있을 텐데. 리 신랑 차 가스 한 번 더 넣어줄 수도 있고.


주말까지 나보다 꼼꼼한 신랑을 기다리기로 했다.


눈도 불편하고 보기에도 꺼림칙한 휴대폰 액정을 가지고 일주일을 버텼다.


그런데 신랑은 물 때가 좋지 않아 고기를 못 잡듯이 때가 좋지 않아 휴대폰을 살 수 없다 했다. 다음 주를 기약하기로 했다.


신랑은 결국 휴대폰 액정이 깨진 지 2주 만에 새 핸드폰을 사다 주었다. 갤럭시 21 울트라로.(사실 이 글을 쓰며 이름도 모르고 있다가 신랑에게 물어보았다.) 신랑은 초고사양 스펙이라며 휴대폰을 칭찬했다.


휴대폰을 사다 준 신랑에게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이제 내게 성능 좋은 휴대폰은 필요 없다. 최신 기종은 더더욱.


매일 보아도 매일같이 최신판으로 날 웃고 울게 해 주는 우리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분단위로 봐도 더 커져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의 변화는 변화무쌍하다.  따라다니고, 눈 맞추고,  안아주고, 얘기 들어주기에도 하루가 부족다. 



블루투스 키보드.


글을 쓰고 싶어도 컴퓨터 앞에 앉기가 정말 쉽지 않다. 째는 지금 구름을 타고 다니 듯 빠르게 기어 다니고 손에 잡히는 가구에는 다 올라간다. 심지어 낮은 가구들을 도구삼아 잡고 딛고 더 높이 높이 올라간다. 


잠시 브런치 댓글을 달기 위해 큰맘 먹고 컴퓨터를 켰을 때 아이는 번개처럼 빠르게 소파를 밟고 컴퓨터 책상에 올라와 키보드와 함께 누워 있었다. 아찔한 광경이었다.


서랍은 또 어떤지. 손잡이가 손에 닿는 위치에 있으면 다 잡고 열어 버려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


그래서 아이가 잘 때 침대에서 조용히 할 수 있도록 노트북을 써본 적이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래전에 샀던 거라 충전이 금방 닳아버려서 선을 꼽고 하려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아기가 한두 시간 만에 깼던 100일이 지났던 그 시기 즈음에 정말 유용하게 썼던 것 같다. 그때는 단편소설, 단편동화 들을 주로 썼다. 십몇 년 만에 글을 다시 쓸 때라 쓰기만 하면 공모전에 붙을 것만 같은 패기가 있었다. 이 열정이면 붙을 것만 같았다.


지금은  분의 글 쓰지 않은지 조금 되었다. 나는 지금 공모전에 맞춰 여러 개의 글을 쓰지 않는다. 내 글의 기본기를 다지는 중이다.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글을 쓰다 보니 제대로 욕심이 생겨서이다.


정말 더 잘 쓰고 싶어서 오래도록 쓰고 싶어서 방향을 정했다. 당장 마음이 급해 눈앞의 공모전이나 짧은 분량의 공모전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사실 그 실력도 안 된다) 쓰고자 하는 것들을 쓰는 걸로 방향을 바꿔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지금은 동화 한 편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브런치 글만 집중하고 있다.  동화를 쓰는 건, 그렇게 긴 호흡의 글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데 그걸 완성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상을 하는데 꽤 공을 들였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쓰고 있다. 그리고 브런치 글을 쓰는 건 지금 내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좋고 편안해서 열심히 쓰고 있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쓰고 있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지만 아이들이 어린 데다 주말부부까지 여건이 그리 좋지 않다. 그래서 예전부터 보다 결제 전에 몇 번이고 창을 닫아버린 무선 블루투스 키보드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사기 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아이템이었다.

세상 신기하면서도 정말 저렇게 가벼울까. 연결이 쉽게 될까. 키보드가 편할까. 작을까.


하지만 이건 생필품은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주저 없이 결제를 누르면서도 내 것은 몇 번이고 주저하게 된다.


그러다 나도 글을 좀 제대로 써 보고 싶었다. 휴대폰으로 브런치의 글을 쓰는 건 늘 쉬운 일 아니었다. 손바닥만 한 화면의 반만 자판이 허용됐다. 휴대폰 자판을 누르며 브런치 글을 쓰는 건 금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샀다.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며칠간 고민하다가 질러버렸다.


휴대폰 길이 두배만 한 길이의 키보드는 정말 몹시 작고 가벼웠다. 블루투스를 연결만 해도 정말 바로 연동이 돼 쓸 수 있었다.


난 몹시 뒤처져 있었고, 이런 뒤늦은 편리함에도 세상 행복했다. 그래서 작은 책상을 두고 원 없이 써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게 새롭고 신기한 건 우리 둘째 눈에도 그렇다는 점이다. 내가 글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써보려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내기만 하면 둘째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키보드를 향해 그 작은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리고 꾹꾹 눌렀다. 아무거나 닿는 대로.


나는 황급히 키보드를 치웠다.


그러다 첫째까지 있는 어느 저녁 키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첫째도 써보고 싶다며 키보드를 꾹꾹 눌러보더니 금세 흥미가 떨어져 돌아갔다.


둘째는 다시 장난스러운 웃음을 띄며 신나게 다가와 키보드를 누르고 흔들고 떨어뜨렸다.


그때마다 이번만큼은 조금이라도 써보겠다고 나도 함께 웃으며 아이를 살짝씩 밀어내 보았다.


갓난아기의 힘이 얼마나 세었는지 그 힘에 당하지도 못하면서. 다칠까 봐 걱정돼 밀어내는 팔에 힘도 못 주면서.


아이는 그게 장난치는 건 줄 알고 더 신이 나서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걸 하고 있는 둘째는 이미 꺄륵꺄륵 웃으며 넘어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첫째도 웃음보가 터졌다. 배를 잡고 뒤로 까르르 넘어갔다.


나도 기뻤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기쁘고 행복한 일은 없다.


글을 그 자리에서 당장 쓰지 못하더라도 액정이 금이가 새로 산 최신(?) 휴대폰도 있고 또 큰 맘먹고 산 최첨단 장비(?)도 있는데 뭘.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환하게 웃어주는 아이들이 있어 나는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래. 그거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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