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영 Oct 05. 2021

1분 거리 옥상공원

우리 집 옥상에 핀 코스모스.

가을에 고속도로를 달린다는 건 코스모스를 만나러 간다는 얘기나 다름없을 정도 가을은 코스모스의 계절이다. 


이 코스모스가 어느 날 우리 집 옥상에 피었다.

이 영롱하고 아름다운 빛깔에 감탄 절로 나왔다. 얇은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척박한 옥상에서 꽃피운 코스모스에게 고마워서 나도 온 마음을 다해 코스모스를 바라보았다. 

이곳은 내게 늘 천국이다. 도시 속 건물들이 즐비한 곳에서 유일하게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나가도 되는 자연 속 공간이다. 아이를 들춰 업고 하루에도 여러 번 들르는 삶의 행복 정거장이다.


엄마, 아빠, 빠빠, 꽥정도를 말하는 둘째가 꽃이라는 단어를 쉽게 하는 것도 이곳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감사한 곳. 너무나 감사한 시간.


'선명하고 어여쁜 주황색 메리 골드야. 이렇게 풍성하게 꽃잎을 피어내느라 고생이 많았지. 이 가을은 전네 것이란다. 너도 이제 바람을 즐'


이곳에 오면 TV와 휴대폰 화면을 보느라 지친 눈의 피로가 말끔히 씻기는 거 같다.

국화의 준비자세에 나는 이미 마음을 풀어헤쳤다. 꽃망울을 보는데 내 눈에는 국화밭이 선했다. 꽃망울이 이렇게 아름다운 거였나? 그래. 생명이 이렇게 신비로운 거였지.

날씨와 관계없이 저 산은 변함이 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호받는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한결같이 지켜봐 주는 게 이런 기분일까? 나도 우뚝 솟은 저 산처럼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변함없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초록으로 가득 덮인 산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위로 펼쳐진 파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살아있음을, 살아있음의 감사함을 느낀다.


자유로웠다. 새처럼 날지 않아도 나는 전혀 다른 세계로 옮겨진 기분이었다.

화분 하나하나에는 이름이 다른 생명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우리 집에 이리도 많은 생명이 한 이불을 덮고 살고 있다니. 별아. 제발 이 아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밤에도 너무 무섭지 않게 지켜주렴. 볕아. 바람아. 토실토실 살찌게 해 주렴. 아프지 않게 돌봐주렴. 함께 산다는 것만으로도 하나하나가 귀하지 않은 게 없었다.

'내가 널 보고 다른 아이들도 너처럼 매끈하고 토실하게 살찌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사이 넌 아주 예쁜 꽃을 피웠구나.'


여름의 비를 허투루 흘러 보내지 않은 루비네크리스는 물을 소중히 머금은 채 루비처럼 빛나고 있었다. 곱디 고운 꽃을 매단 채.






작가의 이전글 백신 하나 맞았다고 나한테 다 시키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