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영 Nov 28. 2021

주말부부가 끝나가는 게 겁이 난다_<1>

요즘 나는 육아 부분에서 잘 단련된 쇠처럼 주도적이 부지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말부부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내 몫을 꽤 부지런하게 해 나가는 내가 제법 마음에 었는데 이제 끝이라니.


그가 다시 집으로 오게 된다면 내 게으른 본성이 기지개를 켤지 모른다. 나태함이 고개를 들고 활개를 칠지 모른다.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습성이 나인 양 나를 점령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 모든 것이 싫다.


내가 사랑하는 그가 혼자서만 많은 짐을 지지 않기를 바라서, 내가 사랑하는 그가 힘들지 않기를 바라서, 내가 사랑하는 그가 외롭지 않기를 바라서, 주말부부가 끝나가는 게 겁이 난다.


매일 그를 떠올리며 기도할 것이다.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최대한 많이 기억할 수 있기를.


그가 좋아할 만한 일들을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기를.


그의 피로가 씻겨 내려갈 만큼 아늑한 집을 나로 인하여 만들 수 있기를.


그가 조금 더 쉴 수 있게끔 배려하는 내가 될 수 있기를.


그의 아픔을 내 아픔보다 더 신랄하게 느낄 수 있기를.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지금처럼 혼자서 불평불만 없이 잘해나갈 수 있기를.


그가 매일 건강한 모습으로 집에 다시 돌아옴을 당연하게 기지 않기를.


더 나아가 그가 주는 사랑과 그가 베푸는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를.




이 글을 쓰며 그와 내가 백년가약을 맺을 때 했던 서약을 떠올렸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흔적이 오롯이 담겼기에 무엇보다 소중하다.


신랑, 신부께 따로 있는데 나는 그가 적었던 것을 다는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적은 것만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해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말이다. 그런데 사실 내 것도 잊어버린 채 살 때가 많다. 그래서 미안하다.


신부


1. 아침에 깼을 때 그가 좋아할 만한 일 한 가지를 생각하고 그날이 지나가기 전에 꼭 실천하겠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2. 화가 나서 말을 할 때 3번 이상 생각하고 30분 이상 검토하고 3일 동안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도 화가 나면 그때 말하겠습니다.


3. 많이 포옹하고 수없이 표현하겠습니다.


4. 어떤 시련과 고난이 와도 그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5. 매일 잠들기 전 그가 있어 오늘도 너무 감사하고 기적 같았다고 고백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마음만큼만은 변함없었지만 언제나 저 서약을 다 지킨 건 아니다. 지키지 못할 때도 많았다. 2번이 특히 녹록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적어도 내가 한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는 점이다.


나는 신랑에게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다. 신랑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고 싶다. 그가 내게 지금까지 그랬듯이.


초심을 잃지 않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 그러기에 더 값진 일이다. 주말부부일 때 얻은 교훈과 깨달음을 잊지 않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가장 친절한 휴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