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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Dec 08. 2021

엄마, 그리고 엄마.

엄마에게 아픔을 말하지 말자.


그 자리에서는

달래느라 여념이 없고,

가셔서는 뒤돌아

며칠이고

펄펄 끓는 가슴을 붙잡고

그 어떤 걸로도

식히지 하실 테니.


엄마에게 눈물을 보이지 말자.


내 눈에선 

눈물 르지만

그런 날 보는

엄마 가슴에는 용암이 흘러내릴 테니까.


엄마에게 우울을 뽐내지 말자.


나의 우울이

겨우 비 갠

엄마의 마음에

진눈깨비를 뿌릴 테니까.

먼지 같아 후 불면 날아가버릴 

가벼운 우울조차 

돌덩이를 매달고 내릴 테니까.


그리고 그 진눈깨비에는

이름표가 다 붙을 거다.

직장. 자식. 남편. 건강. 일상까지도

물음표가 뒤로 눕듯이 엄마의 일상마저도 이름표마다 붙은 물음으로 누워버릴 테니까.


이미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

눈 맞추지 않아도 더 깊이 안다.


내가 걸어가는 어깨만 봐도

고개가 숙여진 각도만 봐도

내 눈만 들여다봐도

내 목소리가 끊기는 동안의 숨소리 만으로도.


나 하나

키우느라

고생한 엄마

이제는 마음 편하시라고

더 많이, 더 자주

안심시켜 드리자.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건

어쩌면

잘 살고 있다는

자식의 말 한마디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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