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이 절정으로 치닫다 보면 상대의 치부마저도 건드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면 배신감마저 든다.
싸우다 보면 그 싸움에 집중해서 무엇 때문에 싸운 지 조차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엔 내가 좀 더 참을 걸, 그러지 말걸 하는 후회만 남는다.
싸움의 끝은 늘 허무하고
정신은 스트레스로 너덜너덜해지고
몸은 긴장 때문에 딱딱하게 굳고 아파진다.
그러니까,
내편과의 싸움은 백해무익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제대로 된 싸움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
몇 가지를 연습하려 한다.
첫 번째, 우리의 싸움이 아이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걱정하기.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고 목숨보다 사랑하는 두 아이들에게 우리의 싸움은 어떻게 기억될까? 아마 전쟁터에 던져지는 것만큼 두렵고 불안할 거 같다. 평소에 알던 엄마, 아빠는 온데간데없고 화를 내고 무서운 표정을 짓는 엄마, 아빠라니.
먹을 것부터 교육까지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 게 없을 만큼 지극정성인데. 그런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나쁜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 우리가 싸우지 않아야 할 이유는 아이만 해도 충분하다.
두 번째, 나에게 몰입하던 끈을 끊어버리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기.
대화로 오해를 풀며 싸움이 끝나면 늘 후회와 죄책감이 밀려온다. 그의 속내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왜 미리 상대의 입장이 돼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날 원망해도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엎질러지기 전에 나를 두둔하며 내가 만든 감정에 빠져 나만 피해자인 것처럼 있지 말고 그가 되어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가 이해되기 시작하고 이해가 되면 싸움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세 번째, 싸움이 시작된 이유 대신 평소에 그를 떠올리기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기면 상대가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존재가 돼버린다. 이해하려 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고 이유를 곱씹을수록 오해가 쌓인다. 그러다 보면 싸움으로 번진다.
그럴 때는, 왜 상대가 그런 행동이나 말을 했을까란 질문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가 평소에 내게 보였던 행동이나 말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 행동 하나로 그를 판단하기에는 줄곧 내게 헌신적이고 다정했던 사람인데 너무 억울할 거 같으니까. 사랑한다면서 적어도 나 때문에억울하게 만들 수는없다.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곱씹는 대신 평소에 그를 떠올리고 그 모습이 그의 진심이라는 걸 믿어주기.
네 번째,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기
상대방이 내 앞에 있거나 또는 상대방과 전화나 문자를 나눌 시간 정도는 있어야 싸움도 된다. 한 명이 부재중이면 싸움도 일어날 수 없다. 그와 함께 보내는 시간 중에 가장 아깝고 떼어 버리고 싶은 순간이 바로 싸우는 시간이다. 안 그래도 평일에는 일하고 만나야 해 시간이 없고 주말에는 육아에 치여 서로만 바라 볼 시간도 얼마 없는데 그 시간을 싸우는 데 쓸 순 없다. 싸우고 나서 화해하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후회가 배가 되는 이유는 시간은 다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억울해하고 아무리 아까워해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되돌릴 수 없어 소중한 우리의 시간은 행복으로 채우기에도 짧다.
다섯 번째, 그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생각하기
그와 싸우는 건 나를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그는 나고 나는 그다.
그가 너무 좋아서 한 결혼이라면 나는 그 사실을 언제 어느 때라도 기억해야 한다.
조금만 아파도 약을 발라주고 걱정해주던 사람들이 싸움으로써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그 상처마저도 외면하게 된다.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춥지는 않은지 등등 사소한 것까지도 궁금해하고 챙기던 마음도 딱딱하게 얼어버려 싸늘한 입김만 서로의 가슴에 불어넣는다.
그러면 상대가 얼마나 아플까?
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늘 지켜주고 아껴줘야 할 사람이지 아프게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